아리조나주의 Flagstaff에서 북동쪽으로 약 세시간 정도 길을 바꿔 가며 사뭇 달려오니 유타주와 맞물리는 경계선에서부터 Monument Valley의 우뚝 우뚝한 기둥 산의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모습은 바로 경의로움 이라고 밖에는 달리 설명할 수가 없으니 산이라 하기에는 일생 보아온 산의 통념적 이미지와는 근본이 다르고 위세가 다르다.
수십년전 나의 중학교 시절, 나는 존 포드 감독의 영화 역마차를 보면서 역마차가 인디언들에 쫒기면서 펼쳐지는 존 웨인의 현란한 액션도 재미였지만 그보다 주변의 파노라믹한 풍경인 Monument Valley의 그 희안하며 서부특유의 기둥산들이 주는 서정성에 더 깊이 감명되고 매료되었다. 그후 나는 내가 보는 서부영화에서 이런 기둥산들이 보이지 않으면 서정과 긴박감이 없어 그리 즐기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인디언들이 이런 광야와 산에서 특이의 괴성을 지르며 나와야만 진정한 서부영화의 재미라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나는 이미 40여년 전부터 이 기둥산들이 갖는 존재의 어떤 마력적인 힘에 끌려 있었고 이후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어떤 그리움을 마음에 심어 간직 해온 터였다. 그렇게 오랜세월 동안 사모하며 보고 싶었든 대상에 대한 첫만남은 대개 실망의 역심이 깃듬이 인지상정이련만 이곳은 그게 아니었다. 광활하게 펼쳐진 사막에 우뚝우뚝 솟은 장엄하고 오묘한 그 기둥산들을 처음 보는 순간부터 나는 줄곳 마치 열병을 앓듯 신음소리 만을 낼뿐이었다.
나와 아내를 안내한 인디언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나바호 인디언이었는데 오늘의 인디언을 상징하듯 얼굴은 어두웠고 몸은 비대하여 내가 그동안 영화에서 보아왔던 용맹스럽고 날렵한 인디언의 모습은 아니었다. 그러나 두시간여 동안 그의 룅글러 짚차로 계곡을 누비면서 시조가 어쩌면 같은 몽골리안일까? 서로의 사이에 어떤 편안함 감정이 교감됨을 느낄수 있었다. 아니나 그의 할아버지가 언젠가 자기종족이나 코리안이나 같은족이라고 하더라는 말에 함께 파안대소 할수밖에!
남한면적의 2/3가 되는 1천6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이 광활한 넓은 땅안의 나바호 인디언들은 거침없는 공간 안에 띄엄띄엄 살고 있으나 주거상태는 초라해 보였다. 불과 한세기반 전만 해도 드녋은 대륙의 주인이었던 그들이 이제는 미정부가 지정한 자치보호구역안에서 겨우 토속 공예품이나 만들어 팔아 생계를 이어 가는 모습을 보니 약소민족의 비애가 새삼 절절해 왔다. 이 나바호 인디언 레슬리씨는 말한다. Monument Valley는 그들의 조상 대대로부터 신성한 땅으로 전래되어 옴으로서 곳곳의 기둥산들은 모두가 나름의 이름을 갖고 있으며 이땅과 이땅안의 모든 형상들에 경의를 표하고 찬미해왔다 그러나 백인들은 이런것들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하며 나의 동감을 은근히 바라는 눈치 였다. 어찌동감 하지 않으랴! 따뜻한 포옹으로 응답 하고 싶은데.
필경 오백만년전의 태고에 조물주께서는 이광활한 대지의 지평에 당신의 온갖 조각작품들을 제작하여 남겨두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간의 풍화작용에 기여한 비와 눈과 바람은 당신의 영원한 창조에 필요한 공구요 화구임에 다름이 아니었을 것이다. Monument Valley 안내책자에 에드워드 아비 (Edward Abbey) 의 이런글이 실려 있다.
사막에 물의 결핍이 있는 것이 아니다
절대정량만의 물이 있어 그 안에 있는
바위들과 모래를 적시며 식물과 동물과
집과 마을과 도시들에 드넓은 트임과
자유를 그리고 너그러움을 베푸는 공간을
손색없이 보증 한다.
해가 뉘엇뉘엇 저물무렵 우리의 제한된 투어는 대충 끝이났고 약속한 50불을 안내비로 건넸다. 그때 그는 광야의 인디언 오두막에서 함께 밤을 지새는 매력적인 투어를 다음기회에 가져볼 것을 권하며 쏫아질것같은 찬란한 사막의 별들과 늑대의 긴 울음소리를 듣는 환상적인 밤의 모습을 상상케 하므로서 나를 다시금 설레게 하였다.
일본인은 떠나는 방(房)에 대한 경의로 뒷걸음으로 걸어나온다고 한다. 나는 다만 석양속에 있는 경이로운 대자연 앞에서 떨어지지않는 발걸음을 옮기며 그곳의 흙과 모래와 바위와 풀들에게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을 속삭여 간구하면서 우리를 안내한 나바호 인디언의 멋진 작별인사를 음미해 보았다… "이곳에 무엇인가를 남기고 가야만 다시 오게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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