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정적자 확대·실업률 상승·소비 감소로 서민생활 치명타
이라크전이 당초 기대와는 달리 장기화 조짐을 보임에 따라 국내경제도 주름살이 점점 늘고 있다. 이러다간 침체된 경기 회복은 커녕 불황의 깊은 골로 빠져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초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단기전을 전제로 ‘경기회복론’을 들고 나왔다. 그러나 전쟁 양상이 부시 행정부의 뜻대로 가지 않고 있다. 인명피해가 늘어나는 등 이라크의 반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덩달아 한인 경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타운 업소마다 장사가 안된다고 아우성이다. 송인탁 세탁협회장은 “전쟁이 장기화하면 경기에 민감한 업종인 세탁업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조지아한인상공회의소 박영섭 회장도 “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심리적 영향으로 서민가계가 휘청이게 될 경우 경제의 뿌리조차 흔들릴 것으로 우려된다”며 “적절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릿 저널은 지난 24일자 보도에서 현대의 크고 작은 전쟁이 있은 후에는 미국 경제가 항상 어려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경기 회복세가 부진하다 결국 전쟁에 이기고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서 실패하는 결과를 빚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73년 베트남전에서는 미군이 철수 후 국내 인플레와 경기침체가 이어졌다. 53년 7월 미국이 휴전조약을 체결함에 따라 한국전이 끝난 후 미국에서는 실업률이 오히려 급격히 높아졌다.
1,2차 대전 이후 미국 경제는 한동안 침체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리처드 실라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경제사 교수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이 끝난 후 1년, 2년, 3년이 됐건 일정기간 미국이 번영을 누리지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걸프전이 치러진 지난 91년 2월 6.6%이었던 실업률이 1년이 지나 7.4%까지 올랐던 전례가 이를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뉴욕 타임스도 지난 24일 미국은 이라크전 승리와 상관없이 지난 3년간의 경기부진이 앞으로도 수년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들이나 기업인들은 현재의 경기침체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라크전이 끝나면 경제가 곧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으나 미국이 과거처럼 호황을 누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이는 연방재정 적자·장기금리 상승·인구 노령화 등이 요인으로 작용한다.
예컨대 재정 적자의 증가다. 부시 대통령이 24일 이라크전과 대 테러전 수행을 위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한 긴급지출비용 747억달러를 제외하더라도 적자규모는 3천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이라크전이 한 달 동안 지속될 것을 가정해 산출한 것으로 만일 그 이상 장기화될 경우 적자폭은 달라진다.
적자폭의 확대는 장기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는 모기지 금리를 부추기고 주택시장을 얼어붙게 만든다. 또 인구 노령화로 노동시장의 활력을 둔화하고 소비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데일 조겐슨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가 90년대 후반 보다 훨씬 활기가 없는 경기상황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윌리엄 맥도나우 뉴욕 연방준비은행총재는 “90년대 후반 주가 거품현상이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 장기적으로 경제전반에 걸쳐 악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전망들을 종합해 볼 때 이라크전 장기화 이후 나타날 실물경제 악화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쟁이 가져올 경제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상국 기자 koreatime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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