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주 케이프 케너배럴의 케네디 우주센터를 취재간 적이 있다. 우주선이 발사되는 순간의 장관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유인우주선 발사대는 바닷가 두 곳에 있는데 50층 건물 높이 만하다. 발사되는 순간 발사대는 온통 불덩어리로 변하고 곧 이어 오렌지빛 구름이 피어오른다. 로케트 부스터에서 나오는 열을 식히기 위해 발사대 사방에서 30만톤의 물이 흘러나오는데 이때 불덩어리와 물이 합쳐지면서 생겨나는 것이 오렌지색 구름이다.
44만톤의 연료탱크를 붙인 채 시속 3,000마일로 달리다가 2분 후에는 양옆에 붙은 로케트 부스터가 떨어져 나가고 8분 후에는 연료탱크가 떨어져 나가면서 우주권에 진입한다.
발사과정에서는 이 8분이 가장 위험하다. 1분간에 5만갤런의 연료가 부스터에 연결되어 타는데 이때 연료가 새거나 과잉 공급되면 86년의 챌린저호처럼 공중 폭발해 버린다.
지구에 귀환할 때도 셔틀은 또 한번 불덩어리로 변한다. 시속 13만마일로 대기권에 진입하면 공기마찰로 우주선이 화씨 3,000도의 열을 받게 된다. 속력을 줄이기 위해 우주 조종사는 지그재그로 진입하며 마치 스키에서 속도를 늦추는 요령과 비슷하다. 이때 5분 동안 지상과 교신이 두절되며 휴스턴 관제탑이 가슴 졸이는 순간이기도 하다.
유인우주선은 표면이 타일로 씌워져 있다. 쉽게 말하면 2만4,000개의 돌조각으로 옷을 해 입고 불지대를 통과하는 셈이다. 이 특수타일은 열을 차단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다. 이 타일의 일부가 날개에서 떨어져나가 열이 스며들었으며 그래서 컬럼비아호가 불덩어리로 변하지 않았나 하는 것이 이번 사고에 대한 추측이다.
우주 조종사들이 우주복에 성조기 마크를 달고 셔틀에 오르는 모습은 미국의 국위를 자랑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그러나 두 번씩이나 우주선이 불덩어리로 변하는 비참한 광경을 생생하게 보여 주었다면 과연 유인우주선 발사가 미국 이미지에 플러스가 되느냐 마이너스가 되느냐 재고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NASA는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가설 하에서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이같은 불행이 일어나는 것이다. 탐험에만 열중하고 돌발사고에 대해서는 대책 마련이 취약한 때문이다. 아리바바의 ‘열려라 세서미’나 마찬가지다. 문이 닫혔을 때의 구호를 잘 모른다.
67년 아폴로 1호 사고 때는 발사실험대에서 누전이 일어나 선실 안에 있던 3명의 우주 조종사가 햇치를 열고 나오려고 발버둥치다 모두 타 죽는 어이없는 참사가 있었다. 이 장면이 TV로 상황실에 중계되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컸겠는가. 밖에서도 열지 못하고 조종실 안에서도 열지 못할 정도로 문여는 장치가 복잡했다. NASA의 과학자들은 미적분은 풀어도 더하기 빼기를 못한 셈이다.
우주선 컬럼비아호는 250만개의 부속품으로 조립되어 있으며 6,400개의 업체가 관련되어 있고 여기에 30만명의 인원이 매달려 일하고 있다. 81년에 발사된 컬럼비아호가 22년이 지나도록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런데도 유인우주선 프로젝트가 개선되지 않고 유지되어 온 것은 관련 업체 이해관계 때문이다. 매년 20억달러가 소요되는 유인우주선 프로젝트는 텍사스, 플로리다, 오하이오, 앨라배마주의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이 지역 출신 상하의원들은 줄기차게 유인우주선의 현상 유지를 로비해 왔다.
사실 69년 7월 닐 암스트롱의 달 착륙이 우주탐험의 피크였으며 그 후 유인우주선 셔틀이 수많은 돈을 들여가며 무엇을 했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우주에서의 인체 변화? 쥐 실험? 다 어울리지 않는 소리다. 앞으로 또 유인우주선이 공중 폭발하는 것을 본다는 것은 끔찍하기 짝이 없다. NASA가 너무 안일무사주의에 빠져 있다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철 주 필> chul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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