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물 중 ‘살신성인’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 있다면 그는 독일인 의사 노베르트 폴러첸이다. 굶주리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자원 봉사자로 평양에 발을 디딘 그는 화상을 입은 북한 노동자를 구하기 위해 자기 피부를 도려내 이식함으로써 생면부지의 한 생명을 살렸다. 그는 이 공로로 북한 당국으로부터 최고 훈장까지 받았지만 평양과의 밀월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북한의 인권에 대한 그의 관심이 당국의 분노를 사 인술을 편지 1년 반만 추방되고 만다.
그는 북한 땅에서 쫓겨난 후에 세계 각국을 돌며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탈북자들이 송환의 공포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사람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그런 그가 지난 주말 해외에서 가장 많은 한인이 산다는 LA 한인타운을 찾아 강연회를 열고 북한의 인권 탄압과 기독교 박해에 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인들의 반응은 너무나 차가웠다. 500명은 들어갈 것 같은 강당에 참석자는 고작 20명 남짓. 미국의 대표적인 심층취재 팀인 CBS의 ‘60미닛’ 제작진들이 취재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한인 언론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대표적인 북한 인권 운동가에 대한 무관심도 놀라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신기한 것은 이에 대한 폴러첸의 반응이었다. “이 정도면 많이 나온 겁니다. 한국에서 강연회를 하면 5~10명 밖에 안 와요.” 미국과 일본, 유럽인들을 상대로 하는 강연장은 꽉꽉 차지만 유독 한인들을 상대로 한 행사는 텅 비기 일쑤라는 것이다.
탈북자를 돕다 7개월 간 중국 당국에 구금된 천기원 전도사를 비롯한 북한 인권 운동가들은 최근 워싱턴을 방문, 연방 상원의원과 전 주한 미 대사, 현 동아시아 담당 국가 안보보좌관 등 부시 행정부 고위 관리와 학계, 언론계, 인권 단체, 종교계 인사들의 영접을 받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미국인들은 북한 주민들의 참상에 관심을 갖는데 어째서 한인들은 이처럼 냉담한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 많은 열혈 학생 운동가 중에 어째서 ‘북한 주민을 해방시키라’며 북한 대사관에 화염병을 던지는 이도 ‘김정일 정권 타도’ 혈서를 쓰는 이도 하나 없는지 모르겠다.
우루과이가 70년 전에 우승한 월드컵 4강도 좋고 IT 강국도 좋다. 그러나 후세의 사가들은 초고속 인터넷으로 월드컵을 보며 얼마나 목청껏 만세를 불렀느냐보다는 굶주리고 핍박받는 북녘의 형제자매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로 21세기 초엽의 한 국민들을 판단할 것이다.
“세계에서 북한 인권에 가장 관심 없는 사람들은 한국민들”이라는 폴러첸의 한마디가 가슴을 찌른다.
<민경훈 편집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