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맞수 USC와 UCLA의 한판승부는 USC의 완승으로 끝났다. 지난 23일 벌어진 대학풋볼 라이벌전에서 USC는 전반적으로 한 수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UCLA를 52-21로 대파, 지난해(27-0)에 이어 2년 연속 압승이자 4년 연속 승리를 따냈다. 최소한 내년 라이벌전까지는 빅토리 벨과 LA챔피언이라는 자부심이 트로이 전사들의 품에 머물게 됐다.
UCLA-USC와 같은 라이벌 관계는 대학스포츠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조미료 역할을 한다. 양교와 아무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또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어도, 이들이 한판승부로 대결할 때에는 은근히 관심이 끌리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연고전(고연전)을 생각하면 된다. 미시간-오하이오 스테이트, 어번-앨라배마, 스탠포드-캘리포니아, 하버드-예일, 텍사스-텍사스 A&M 등이 미 대학스포츠의 대표적인 라이벌들. 이런 라이벌들은 서로 상대방을 앙숙으로 여기고 만날 때마다 서로 으르렁대지만 기본적으로 한 배를 탄 동지들이다. 서로가 상대방이 있기에 더욱 빛이 난다. USC 없는 UCLA나 미시간 없는 오하이오 스테이트, 고려대 없는 연세대를 상상해 보면 된다. 라이프 자체가 훨씬 싱거워지고 무미건조해지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또 서로 으르렁대고 싸우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운 정이 붙어 어느 쪽도 절대 인정하지 않겠지만 서로 상대방을 파트너로 존중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물론 라이벌전 열기에 휩쓸리기 시작하면 상대방에 대한 존중 따위는 창 밖으로 내팽개쳐지기 십상이다. 올 대학풋볼 시즌에는 유난히 라이벌전을 마친 뒤 관중들의 폭력난동사태가 많이 발생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스포츠에서 라이벌 관계의 핵심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이 정신이 없다면 패자는 패배에 대한 승복이 없고 승자는 패자에 대한 아량이 없어진다. 이렇게 되면 멋진 라이벌 관계는 성립될 수가 없고 모든 대결은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바뀌게 된다.
USC는 이번 주말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또 다른 라이벌 노터데임과 중요한 한판승부를 벌이고 UCLA는 다음달 7일 워싱턴 스테이트를 상대로 정규시즌을 마친다. 운명의 장난일까. 두 라이벌의 관계는 여기서 다시 묘하게 꼬였다. 만약 UCLA가 워싱턴 스테이트를 잡아준다면 USC는 팩-10 컨퍼런스 단독우승을 차지하게 되고 부상으로 로즈보울 출전권을 얻게 되는 것. USC로서는 입맛이 쓰겠지만 눈 딱 감고 앙숙 UCLA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UCLA 역시 라이벌이 잘되는 것이 보기 싫지만 그렇다고 일부러 경기에 져줄 수는 없다. 진짜 라이벌은 같은 배를 탄 동지들이고 상대방이 빛나야 자기도 빛나기 때문이다.
김 동 우<특집1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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