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11일은 미국에 있어서 엄청난 비극의 날이었다. 미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야만적인 테러행위에 대하여 미국인들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번져나갔다.
이처럼 미국인들이 크게 분노한 것은 사건으로 인한 실제적인 피해도 피해지만 세계 초강대국을 자랑하는 미국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짓밟아 놓았다는 사실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9.11사건이후 미국인들은 국가를 생각하는 의식에 있어서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민심의 흐름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것은 뭐니뭐니해도 언론과 정치인들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극단적으로 애국심을 부채질하는 언론사도 있음을 본다. 한 토크쇼진행자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테러집단을 옹호하는 사람들이라는 논리를 펴기도 한다. 공명정대해야 할 언론의 사명을 망각한 무책임하고 위험천만한 흑백논리가 아닐수없다.
그런가 하면 정치인들도 이러한 민심의 흐름에 쉽게 동화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선거에서의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없는 그들의 입장도 이해는 하지만 정치인들의 소신있는 목소리를 찾아볼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는 교계의 입장은 어떠한가? 교계 지도자들 가운데는 이라크 전쟁의 당위성을 얘기하는 사람들도 눈에 뛴다. 한 예로 미국 남침례 교단의 리처드 랜드 같은 사람은 “모기떼를 없애기 위해서는 늪을 말려야 한다”고 하면서 후세인을 제거해야할 필요성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교회협의회(NCC)나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전쟁에 반대하는 입장을 견지하며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교계의 입장이 지나칠 정도로 잠잠하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 같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논평을 통해서 교계가 이처럼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해서 잠잠하고 있는 이유를 물은바 있다. 미국인들의 가치관이 오늘날과같이 편향적으로 흐르고 있는데 대하여 교계의 책임을 묻고 각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이러한현실을 종합해볼때 무언가 불안한 느낌을 감출수 없다. 무엇보다도 당장은 귀에 거슬릴 지 모르지만 세계의 평화를 도모하고 미국에 궁극적인 유익을 가져다 줄 소신있는 목소리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테러분자들로부터 미국을 보호하고 미국의 실추된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라도 할수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어떤 종교단체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86% 가 이라크와의 전쟁에 찬성하고 있다.
미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 못지 않게 다른 나라에 대해서 교만하지 않고 무례하지않은 미국의 이미지를 지켜나가는 일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지금이야말로 격양되고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우리 자신을 돌보아야 할 시기다. 전쟁은 전쟁의 보복을 초래할 따름이지 이를 통해서 테러분자들을 응징하거나 테러를 근절시킬수 없는 일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미국의 지도자들이 전쟁이라는 위험천만한 선택을 하지않도록 시민된 의무를 다 할수 있어야 한다.
임지석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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