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살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이곳에서 교육받지 않은 이민 1세들은 두고 온 고국의 언어와 문화, 추억을 고스란히 안고 미국 문화와 언어, 매너에서 좌충우돌하기 쉽다.
그러다보니 한국에서 살던 때와 친구들이 그립고, 돌아가자고 하니 지금 가보았자 무엇을 할 것인가 하는 막막함으로 그냥 저냥 버티고 있다. 그 중 용기 있는 이들은 역이민을 갔다가 재정착에 성공하거나 아니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그 와중에 흔들리는 것은 가정이다.
얼마 전 야간 당직을 끝내고 콜택시를 타고 집에 가다 기사 아저씨로부터 요즘 한인 가정의 위기에 대해 걱정하는 말을 들었다.
이민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가부장적인 지위도 흔들리는 남편을 부인들이 더 이상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기혼여성들도 얼마든지 일자리를 구할 수 있고 경제권이 있다보니 간혹 부정을 저질렀거나 폭력적인 남편을 더 이상 참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결혼에 이르기까지도 힘들지만 헤어지기도 힘들다. 그러나 일단 서로간 합의만 도출해내면 결혼 선서나 이혼 신고는 일사천리이다.
큐가든에 있는 퀸즈 가정법원에 결혼식 증인으로 참가한 적이 있는데, 부부가 될 평상복 차림 후배 커플, 증인인 나, 까만 법복을 입은 흑인여성 판사가 들어서니 꽉 차버리는 자그마한 방에서 이뤄진 결혼식은 정말로 삽시간이었다.
"서로 사랑하냐? 그러면 키스 해보아라" 하자마자 혹시나 판사의 지시에 머뭇거리면 결혼이 거절될 까 허겁지겁 번개처럼 키스신을 보여준 커플을 증인인 본인이 한 두 커트 기념사진을 겨우 찍었는데 결혼식이 끝나버렸다.
또 최근 생긴 풍조의 하나로 인터넷 이혼이 있다.
평생 검은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겠다고, 미국에선 죽음이 서로를 갈라놓을 때까지 사랑하며 살겠다고 맹세했던 부부가 컴퓨터 앞에 앉아 몇 번의 클릭으로 남남이 되어버리는 이 인터넷 이혼은 초고속 절차에 경비도 불과 250여 달러라는 것.
먼저 웹사이트에서 재산 분할, 자녀 양육 등에 관한 표준적인 질문에 30분 정도 답변한 뒤 이를 인쇄된 서류로 정리해 법원에 제출해 판사의 승인을 얻으면 그것으로 끝난다.물론 이혼은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하는 것이지 절차가 간소화 됐다고 해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사자가 이혼을 합의하기까지 멀고 험난한 강과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할 지 모른다. 아이까지 있다면 더욱 문제가 복잡해진다.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사랑만으로 살기에는 삶이 너무 강파르다. 알콜이나 마약 중독, 구타(남녀 모두에게 해당), 배우자의 무능력, 상대방 부정, 성격 부조화, 시댁이나 처가와의 갈등 등등 이유는 얼마든지 있다.
더구나 미국에서는 한국에서 신부감이나 신랑감을 데려왔더니 영주권 받자마자 이혼 해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정말 서로 함께 사는 것이 절망스럽다면 헤어져야 한다. 물론 헤어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냥 둘이 살다가 혼자 사는 것일 뿐이다. 자유, 독립
그런 것은 둘이 살면서도 얼마든지 획득할 수 있다.
만일 둘이 으르렁대고 살면서도 이혼했다는 주위의 시선이 싫다면 한 지붕 딴 가족이 되어 살 수도 있고 정말 마주치는 것조차 지옥이라 혼자 살고싶다면 그 결정에 대해 주눅들지 말아야 한다. 음지에 움츠려 살지 말고 햇볕 밝은 쪽으로 나와 당당하게 살자.
친구나 이웃에게 전남편, 전부인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고 듣는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주위를 살펴보면 1.5세나 2세들에게는 그것이 당연한 일인데 1세들한테는 잘 안되는 점이 있지만 일상적 일로 치부못할 것도 없겠다.
어느 결정이나 오롯이 자기 책임으로 떨어지고 그 결정은 어느 쪽이든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긴 세상 한 남자나 한 여자와 살다보면 이혼 안할 수도 있고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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