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사회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는 우수한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사람이 없다’는 말처럼 심한 모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사람’이 자질과 능력이 탁월한‘인재’를 의미한다면 한인사회에 그때그때 꼭 필요한 인물이 보이질 않는다는데 동의할 것이다. 결코 과장하는 것이 아니다. 한인들 대다수가 느끼는 현실이다.
몇 가지 전문적인 기준으로 다시 한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 더더욱 그렇다.
“만약 주 정부나 시의회에서 여러 가지 정책을 결정하고 자문하는데 필요한 인사를 추천해 달라면 선뜻 누구를 추천하겠는가. 동포들이 어려운 법적 문제에 봉착해 있을 때 앞장선 한인 변호사나 법률가가 있었는가. 그뿐만 아니다. 사회학자 혹은 문인이나 예술가가 우리 한인사회에는 없는 것일까, 아니면 있는데도 안 나타나는 것일까. 반드시 전문적이고 훌륭한 자격을 요구하는 분야가 아니더라도 지식이나 교양, 인격에서 다른 민족에 비하면 우리가 상위인가 하위인가. 아니면 평균수준인가?"라고 한 교수는 반문한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우리는 결코 만족할만한 대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 모든 질문에 대해 우리는 고개를 들지 못할 부끄러움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것이 우리의 솔직한 자화상이다. 화가 나고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만 사실이다.
인재난은 사람을 기르지 않은데서 온다. 우리들은 시기질투는 잘하되 칭찬에 인색하고 사람을 기르는 일에 관심이 없다. 속된말로‘제 잘난 맛’에 사는 것이다.
사람이란 어느 날 하루 아침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다. 옹아리만 하는 어린아이도 태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 뱃속에서 10달간 길러져야 한다. 하물며 필요한 곳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라면 그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동안 길러지고 다듬어져야 함은 두 말이 필요치 않다. 그러나 우리 한인사회는 그동안 사람 기르는 일에 너무 소홀했다.
개는 먹이를 준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고,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건다고 했다. 사람을 쓰려면 먹이를 제대로 주거나 최소한 아끼고 인정하고 격려해주는 분위기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말이다.
한 정부인사는 “‘사람’이 없으면 한인사회의 미래도 없다"며 “사람을 키우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주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면서 한인들의 인재양성을 당부한다.
사람을 키우는 일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부터 1년 뒤를 생각하는 사람은 곡식을 심고, 10년 뒤를 생각하는 사람은 나무를 심고, 100년 뒤를 생각하는 사람은 사람을 키운다고 했다. 지금 열매를 따려고 하기보다는 50년 뒤, 100년 뒤를 생각해야 한다는 뜻이다. 100년 전의 일로 오늘 우리가 후회하고 있듯이 오늘과 똑같은 후회와 원망을 100년 뒤에 가서도 되풀이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한인회를 비롯 여타 많은 단체들이 수도 없이 인물난을 겪고 있으면서도 정작 사람을 찾고 키우는 일에는 손을 놓고 있다. 그래서 늘 악순환의 연속인 곳이 우리 커뮤니티의 현실이다.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 보라. 늘상 같은 사람이 돌아가며 자리를 옮겨 앉을 뿐 변한 것이 없다. 누구하나 1.5세 및 2세들을 중심으로 내일을 준비하는 단체가 있는가. 비젼도, 봉사의 질도, 구명운동도, 권익신장도, 주류사회 진출도 모두가 구호만 요란한 허명뿐이다.
이렇듯 한인사회 지도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류가 비젼이 없고 신뢰할 수 없는 집단으로 오랫동안 인식돼 왔다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한인사회는 늘 냉소적이고 바람직하지 못한 문화가 꽈리를 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 원로 언론인은 “많은 사람들이 ‘봉사’라는 명분으로 이런저런 단체에서 일하지만 부도덕한 인사들의 ‘알량한’ 봉사는 순수로 비쳐지지 않고 오히려 한인사회에 냉소적인 문화만 형성할 뿐이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변화시켜야할 것인가. 시간을 쪼개고 자신들의 금전을 들여가며 봉사하는데도 오히려 퇴행하는 사회현상은 누가 보상해 줄 수 있는 것인가"며 한인사회의 기류를 한탄한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한가지뿐이다. 내일을 위한 인재양성이다. 이 일만은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동량(棟樑)이 될 묘목을 심고, 그 묘목이 잘 자라도록 물을 주고 기르는 일에 모든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긴 무명(無明)만 거듭될 것이다.
/ejl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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