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 난에서는 한국의 두 여중생이 美軍 차량에 압사당한 참변사건을 썼었다.
가녀린 여중생의 참변 소식을 전하기 보다는 그 사건이 월드컵이라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한 한국에서 발생해 하마터면 흐지부지 될 뻔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볼려고 애썼던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여중생 압사사건은 꺼질 듯 꺼지지 않는 질긴 불씨요, 그런가하면 그 끈질긴 불씨가 바람이 불어 활활 타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지난 6월 중순에 일어난 사건이니 벌써 두 달이 지났다.
지방 선거, 8.8 재·보궐 선거와 맞물린 정치권의 움직임에다 민주당의 갈등, 그리고 요즘에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의 아들 병역문제 공방등 신문의 큰 활자는 모두 이들의 차지인 듯 하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여중생 참변사건에 대한 뒷 소식은 꺼질 듯 꺼질 듯 하면서도 사그러지지 않는 불씨와 같이 간간히 신문지면의 조그마한 난을 차지하거나, 아니면 인터넷을 통해 그 불씨를 키워가려는 듯해 안타까운 모습을 보는 듯 하다.
며칠전 [美軍 장갑차와 동방불패]라는 제목으로 글을 띄운 기자와 통화를 했다.
글을 띄운 장본인이 과거 같은 방송국에서 일을 했던 후배였기에 반갑기도 했고 그 사건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게 있어 전화를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사고를 낸 美軍 차량은 일반 트럭이 아닌 장갑 무한 궤도 차량이라는 주장이다. 사고가난 도로는 그 폭이 3.7미터. 그 장갑차량의 폭은 정확히 3.65미터란다.
3.7미터 도로에 3.65미터의 폭을 가진 장갑차가 들이닥치면 남는 폭은 겨우 5센티미터다.
그 길을 밟고 다니는 주민들과 학생들은 어딜 밟고 다녀야 하나? 길 가장자리에 난 풀잎을 밟고 그 위로 날아다녀야 하나?
경기도 파주군 주민들이 풀잎을 밟고 경공술을 펼치며 날아다니는 무림의 고수들이 아닌 다음에야 길을 더 넓히던지 아니면 차량을 통제시키던지 둘 중의 하나를 택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도로에서 여중생들이 참혹하게 숨진 현장조사는 우리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따돌리고 한밤중에 자기들끼리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고차량의 운전병이 왼쪽에 앉아 운전을 했으므로 오른쪽 갓길은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과실이 아니라는 얘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식의 이런 조사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흥분한다.
그래서 조사와 재판의 권한을 한국정부에 이양하라는 주장이었다.
더욱더 화를 나게 한 것은 잘못이 없다는 주한 미군 제 2사단 측의 주장과 사고 뒤 단돈 몇백달러로 사고의 뒷마무리를 할려는 행동이 더 한층 괘씸했다고 한다.
한국과 美國의 文化的 차이 때문에 조의금의 과다를 차치하더라도 전혀 과실을 인정치 않는 그 뻔뻔스러움에 ‘미국×’이라는 욕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최근 경기도 파주에서는 우리 대학생들이 美軍 장갑차에 의해 희생당한 두 여중생의 죽음을 추모하고 그 책임자 처벌을 위한 재판권을 이양하라며 미군 훈련차량들을 가로막고 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역시 조그마한 1단짜리 기사였지만, 시위 도중 미군 영내에 진입했다가 미군에게 붙잡혀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모 인터넷 기자 두 명이 낸 진정사건과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에 응하지 않은 주한미군 제 2사단에 과태료를 부과했다는 소식도 있다.
이런 저런 조그마한 것들이 사그러지고 있는 불씨를 지피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흡사해 보인다.
이곳 베이지역에서도 몇몇 학생단체들이 여중생 참사사건의 억울함을 미관계당국에 진정하겠다고 약 한 달전에 모임을 가진 바 있다.
항의 서명까지 받아 부시 대통령에게 보내겠다고 까지 했는데 그 뒤의 자세한 내막은 아직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사고 현장에서 수 만리 떨어진 이곳에서 불씨를 지피기가 그리 용이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한미주둔군 지위 협정(SOFA)이라는 현행법이 조그마한 입김이나마 불어넣어 소리없이 사그러질려는 불씨를 지키려는 국민들의 안스러움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한국국민들의 분노는 그 어느 사건보다 속으로 속으로 더 곪아가고 있는 듯 하다.
진정 국민들의 분노는 SOFA 개정 노력에 대해 강건너 불구경하는 정부나, 또 이를 反美 감정에 연결 짖지 말기를 당부하는 높은 사람들의 당부 때문에 이를 악무는 것 같아 보인다.
여기에 더하나, 다른 일에는 불을 잘 지피면서도 이번 일만은 별로 그럴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언론에게도 미운 털이 박히기는 마찬가지다.
이땅에서 취직하고 장사해서 돈벌고, 자식들 가르치는 미국에 온 한국 이민자들, 우리도 한몫 거들 것이 없었는지 아니면 무심했었는지 자성해 볼 일이다.
<본보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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