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쿡카운티 서기국 우수 사원에 선발된 차수미(30)씨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우선 열 여섯 어린 나이에 미국 유학 길에 나서 꿋꿋이 학업을 마치고 자신의 삶을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는 점이 특별하고 일리노이주 쿡카운티 서기국 내 지도과(Map Department)에서 우수 사원으로 선발될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는 점또한 특별하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특별한 점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한국인으로서 미국의 문화와 생활을 철저히 이해하고 그 속에서 제 몫을 다할 수 있는 “듀얼 아이덴티티(dual Identity)”라고 확실하게 정의하는 당찬 모습이다.
14년 전 여의도 여고 1학년에 재학 중 부모님의 권유로 조기 유학 길에 나섰던 차수미씨는 LA에서 고등학교를 마친 후 뉴저지주 뉴브룬스윅에 위치한 럿거스 대학(Rutgers University)에서 지리학 및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96년도 졸업과 동시에 한국으로 돌아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차씨는 당시에는 생소했던 신세계 종합금융회사에 입사하게 됐다.
차씨는 이후 잠시 독일계 은행에서 신용분석가로 근무하던 중 1998년 가을부터 노던 일리노이 대학 대학원에서 티칭 어시스턴쉽(TA)을 받게 돼 다시 유학길에 올랐다. 대학원에 재학중 쿡카운티 서기국에서 인턴쉽을 하기도 했던 차씨는 졸업후 외국인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쿡카운티 지도과에 30대 1이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채용됐다.
차주복씨와 목 정씨의 1남 2녀중 차녀인 차씨는 “저는 일 복이 많은 것 같아요, 일이 없으면 만들어서 하기도 하지만 원래 일복을 타고 난 것 같아요”라며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을 회고한다. 차씨는 IMF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새벽 2시까지 남아서 해외 거래처와 전화통화를 하기도 했던 한국에서의 경험이 쿡카운티 공무원으로 근무할 때에도 많은 도움을 주었단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 같아요. 미국 직장에서도 왕따를 당하기도 하고 왕따를 하기도 해요. 어디서나 자기 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차씨는 우수사원에 선정된 것과 관련해서도 “지난해 한국에 한 달 간 휴가를 가기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도 출근해 열심히 일 했던 것이 좋은 인상을 주었나보다”라며 “항상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뭔가 새로운 도전이 없으면 금방 싫증을 내는 성격이라는 차씨의 다음 목표는 법대에 진학하는 것. 차씨는 자신의 다양한 경력을 통합할 수 있는 분야가 법대인 것 같다며 특히 지적 재산권을 공부해보고 싶다고 희망했다.
하지만 차씨의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얼마 전 언니와 함께 다짐했던 올바른 삶을 살자는 것. 자신이 지금 까지 누렸던 특권과 재능을 상대적으로 부족한 사람들과 나누며 사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이 궁극적인 인생의 목표다. 자신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본 적이 없고 한국에서나 미국에서나 어디에서든지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모습이고 싶다는 차씨.
쿡카운티 빌딩이 올려다 보이는 데일리 플라자 앞에서 만난 차씨에게서 미국의 높다란 빌딩숲을 당당하게 걸어나가는 한국인의 모습이 느껴졌다.
이형준기자
junlee@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