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이후 나온 말 가운데 ‘사바사바’라는 게 있다. ‘자유 부인’과 함께 전쟁이후 흐느적거리는 물결을 통해 ‘남은 어찌 하던 간에 나만은 일어서 보자’라는 물결 속에 유행했다. 그 당시에는 미군 계통에 일하는 사람들은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내 어릴 적에는 봄이 되면 보릿고개란 말이 많이 등장하고 농번기라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시골 학교에서는 농번기에 학교를 휴교하여 가사를 도우라고 하였고 여름이 잔뜩 물이 든 논두렁길을 달리면 논에 가득한 물에 산에 풀을 잔뜩 베어다 채우고 논에서 몇 주 동안 썩이기 시작하면 그 풀 썩는 냄새가 한동안 각 가정에 정겹게 자리 잡고 풍년을 약속하였다. 농촌과 도시가 하나되어 같이 농번기를 치르고 보릿고개를 넘어 갔다.
이때에 나온 말이 “잘 살아 보세” 다. 시골이나 도시나 새벽마다 울려 퍼지는 경쾌한 노래가 우리의 마음속에 소망과 근면함을 안겨 주었다.
그 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고속도로가 부산까지 이어지고 경제가 도약하면서 ‘월남 갔던 김 상사’가 나와 우리를 즐겁게 하였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새로운 말이 나와 우리 귀를 생소하게 하고 슬프게도 하였다 .
요즘에는 조폭 마누라라는 말이 많이 쓰인다. 여권 신장을 하려는 취지인지는 모르지만 거친 표현들이 너무 자주 나온다. 거친 말이 난무하면서 우리 고유의 아름다운 말들이 사라지는 것이 가슴 아프다. 라디오에서나 연속극에서 자극적인 말이 쏟아져 나온다. 말이란 자주 듣다 보면 저도 모르게 익숙해지게 마련이다.
요즘 TV 연속극을 보면 “내가 쏜다”는 말을 자주 쓴다. 그게 무언가 하였더니 자기가 돈을 부담한다는 것이다. 그전 같으면 한턱낸다고 할텐데 지금 그런 말은 안 쓰고 어디서나 쏜다라는 말을 듣다보니 생소한 것이 익숙하여졌다. 요새는 이별이란 말 대신 ‘찢어진다’ 한다는 말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찢어지다니 무엇이 찢어진단 말인가. 왜 이리도 자극적인 말을 사용하는지 모르겠다.
우리 어릴 적 선생님은 눈밭에 벌을 세우고 회초리로 때리면서 “너희들 대망을 가져라”라고 외쳤고 우리는 그 꿈을 키워 나갔다. 지금 아이들은 선생님이 때리면 경찰에 신고하고 그 선생은 학교서 쫓겨 나갈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 편한 말만하고 비위를 맞추어야지 살아남을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 회초리 같은 말로 교육을 할 것인가.
우리말에 고운 말이 얼마나 많은가. 얼마 전 연속극에 보니 쉬한다고 하는 말을 “물 좀 빼고 올께”하는 것을 보고 하하하고 웃어넘긴 적이 있다. ‘슬기, 이슬, 태양, 단비, 한비, 솔, 샘, 하늘, 봄, 가을’이런 예쁜 이름을 보면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는 것 같아 즐거움을 준다. ‘고운’ 이를 부를 때 악을 써서 “고운 아” 하여도 이미 고운 이는 고아 있어서 곱게 보일 것이다.
거친 말은 황폐해 가는 우리 양심을 더욱 무디게 만든다. 인간성 회복이란 무엇인가. 우리 속에 가진 사랑을 끄집어내어 다른 이에게 전하는 것 아닌가. 그 인간성 회복은 고운 말을 쓰는데서 시작을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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