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에 ‘뜻하지 않는 결과의 법칙’(the law of unintended consequences)이란 게 있다. 원래 의도한 바와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식량이 부족한 나라를 돕기 위해 무상으로 농산물을 살포하자 그곳 농부들이 물건을 내다 팔 수 없게 돼 거지로 전락하는 것이 한 예다. 이 원리는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널리 적용된다. 실업자 편모나 편부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들을 돕기 위한 취지로 시행됐던 웰페어 제도는 혜택을 받기 위해 일부러 가정을 깨고 취직할 생각도 않는 가정을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자녀가 올 가을 대학 진학을 앞 둔 한인 가정 중 입학 거부서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집이 적지 않다. "우리 애는 공부도 잘 하고 과외 활동도 많이 했는데 왜 UC 계열 학교에 떨어졌는지 몰라요"
그 까닭은 이렇다. 올해부터 UC 계열의 사정 기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갈색 소수계’로 불리는 흑인과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입학 특전을 주는 ‘어퍼머티브 액션’ 프로그램을 실시해 오던 UC 계열학교들은 96년 주민발의안 209로 이것이 폐지돼 갈색 소수계 입학이 급감하자 올해부터 편법으로 ‘역경을 이겨내며 학창생활을 한 학생’에게 특전을 주기 시작한 것이다. 편모 밑에서 마약 중독자로 어린 시절을 보내다 개과천선해 학업에 정진한 학생은 점수가 나빠도 입학이 허가된다.
역경을 이긴 학생을 우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 결과 좋은 점수를 얻고도 원하는 학교에 가지 못하는 피해자가 발생한다. 이런 혜택을 받는 학생이 늘어나면 날수록 입학 원서는 학업 성취도보다는 ‘어린 나이에 조실부모하고 동네에서 껌을 팔며...’ 하는 식의 신파조로 흐를 수밖에 없다.
UC 버클리의 한 흑인 교수는 "자란 환경을 언급하지 않은 SAT 1410점 짜리 한인 학생은 버클리와 UCLA 모두 떨어지고 암 투병하는 어머니 뒷바라지하며 1120점 받은 라티노 학생은 입학 허가를 받았다"며 "그러나 첫 번째 학생도 가난한 목사 딸로 온갖 고생을 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똑같이 역경을 극복했더라도 아시안은 라티노보다 우선 순위에서 뒤진다. 유방암에 걸린 어머니를 봉양하며 SAT 1500점을 받은 한인 학생은 입학이 거부됐다.
특혜로 들어왔다 중도 탈락하는 갈색 소수계의 양산은 어퍼머티브 액션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역경 학생 우대제’ 또한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 분명하다. 갈색 소수계 학생의 UC계 입학이 줄어들었다지만 이는 명문대 이야기다. UC 리버사이드나 UC 샌디에고는 오히려 늘어났다. 역경 극복을 입학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실력에 맞는 학교에 들어가 정상적으로 졸업하도록 하는 것이 개인으로나 사회로나 현명한 정책이라고 본다.
<민경훈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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