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리콘밸리의 유망 벤처들>
▶ 어려운 네트워크 프로세서 시장에서 생존 전략 잘 세워야
서니베일에 위치한 아잔다 네트웍스 디바이스즈<사진>는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개발하는 반도체 벤처이다. 금년 3월 베스머 벤처 파트너즈, 커먼웰스 캐피털 벤처스, 골드만 삭스, 하이랜드 캐피털 파트너즈 등으로부터 1천9백만 달러를, 4월에는 뉴버리 벤처스 등으로부터 7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며 총 2천6백만 달러의 2차 펀딩을 받았다. 2000년 3월 창사이래 1차 펀딩 1천만 달러를 포함하여 총 3천6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한 셈이다.
아잔다는 OC192(10Gbps) 및 OC768 소넷(Sonet)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있다. 네트워크 프로세서는 스위치, 라우터에 위치하여 데이터의 흐름을 조절하고 통신 종류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스케줄을 잡고, 패킷 필터링(packet filtering)을 하는 등 특정한 기능을 하는 일종의 통신 관리 칩 세트이다. 고속의 전송률을 지원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고객 맞춤의 ASIC(Application-Specific Integrated Circuits)을 대체할 수 있으므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아잔다가 업계에서 가장 먼저 OC768 칩을 개발하기는 했으나 네트워크 프로세서 분야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하다. 벤처 기업으로써 아잔다 외에 산타클라라에 위치한 제타컴(Zettacom)이 OC768을 지원하는 네트워크 프로세서 칩을 개발하고 있지만 네트워크 프로세서 분야에서 살아 남은 벤처는 그리 많지 않다. 아콘 네트웍스(Acorn Networks), 앤트리디아(Entridia)와 같은 네트워크 프로세서 벤처들은 이미 간판을 내린 지 오래며, 필자가 작년 말에 출간한 <실리콘밸리의 튀는 벤처들>에서 소개한 클리어워터 네트웍스도 확고한 기술과 많은 투자 유치로 기대를 받았으나 현재는 매우 어려운 형편에 놓여 있다.
그 원인은 필자가 역시 <실리콘밸리의 튀는 벤처들>에서 경고한 바와 같이 자체적으로 네트워크 프로세서 칩을 생산하는 대기업들이 벤처들을 잠식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루슨트 테크놀로지가 에이지어(Agere)를, 모토롤라가 씨-포트(C-Port)를, 바이테씨 반도체(Vitesse Semiconductor)가 씨테라(Sitera)를 인수한 바 있으며 인텔, 아이비앰 등과 같은 대기업은 물론 어플라이드 마이크로 서킷츠(Applied Micro Circuits), 피앰씨-시에라(PMC-Sierra) 등과 같은 반도체 기업들도 네트워크 프로세서를 자체 개발하고 있다. 투자 시장이 급속히 경색되면서 자금력이 현저히 떨어진 벤처 기업들이 어떻게 경쟁에서 생존해 나갈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일단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물론 시스코(Cisco)나 쓰리콤(3Com)과 같은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을 고객으로 확보한다면 성장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어려운 시장 형편으로 보아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다. 벤처 기업의 출구 전략(Exit Strategy)에는 기업을 공개하여 상장하는 길도 있지만 우량 기업에 매각하는 방법도 있다. 기술력이 모자라서가 아니고, 시장성이 없어서도 아니다. 특히 첨단 기술일수록 마케팅 타이밍이 매우 중요하다. 너무 빠르거나 조금이라도 늦으면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벤처의 속성은 마케팅에서 간과해선 안될 요소이다.
광 네트워크 데이터 전송률 100Mbps 시대에 ASIC이 소프트웨어 기반의 라우터를 대체한 것처럼 광 네트워크 데이터 전송률이 10Gbps를 넘어가는 시대에서 네트워크 프로세서가 ASIC을 대체하는 것이 대세이지만 불황에 빠져있는 정보통신 시장의 현실이 문제이다. 아잔다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글 김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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