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첫 영어 강의를 마치고 나온 진경숙(32·옥스포드 건강보험)씨는 "너무 재미있었어요. 처음에는 노인들이 부끄러워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다가 일단 말문이 터지니까 아주 열심히 수업을 받는 자세가 너무 좋았어요"라고 했다.
진씨는 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을 나오는 노인들에게 일일이 "숙제를 잊으시면 안돼요. 다음주에 꼭 확인할 겁니다"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한인 노인들이 앞으로 1주일간 해야할 숙제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외국인과 인사하기’다. "수업을 받는 노인들 대부분이 아파트에 사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외국인을 만나면 말을 건네 올까봐 돌아서 있기 일쑤라고 들었어요. 영어는 미국인에 대한 공포감과 실수했을 경우의 부끄러움을 없애가면서 배워야 해요. 앞으로 우리 클래스는 ‘아주 시끄러운 수업’으로 진행할 계획입니다"라고 했다.
7일 경로센터에서 첫 영어 수업을 했지만 사실 진경숙씨는 경력 있는 영어강사다. 95년 로체스터 공대를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안양의 민병철 영어학원에서 강사로 일했고 (주)만도기계 등에 출장 강의를 다니기도 했다.
이듬해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온 진씨는 3년전부터 옥스퍼드 건강보험에서 일을 시작했고 메디케어를 담당하면서 노인들과 친해져 경로센터에서 자원 봉사로 영어를 가르치게 됐다.
"사실 직장에 얽매여 있으면서 시간을 내서 노인들을 가르치기가 참 힘들어요. 하지만 부모 같으신 노인들이 영어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힘껏 도와 드릴 생각으로 자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고 한다.
진씨는 "옥스포드 건강보험에서는 한인 노인들을 위해 건강세미나, 무료 혈압측정 및 당뇨 검진, 골다공증 테스트 등 여러 가지 행사를 벌여왔어요"라며 "소일거리가 마땅치 않은데다 사람들이 그리운 한인 노인들에게 제 영어 클래스가 다소나마 이민 생활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고 말했다.
<장래준 기자>
jraju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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