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키스’로 불리우는 은색 립스틱으로 위장된 4.5 mm구경 1회용 권총, 구두 뒷축에 감춰진 도청용 전파송신기, 단추뒤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주머니에서 셔터를 눌러 촬영할 수 있는 코트, 8mm 필름을 촬영할 수 있는 담배 라이터 카메라, 독극물 발사 우산….
’007 시리즈’나 ‘오스틴 파워스’ 같은 첩보영화에나 등장했을 법한 첩보기구들이지만 실제로는 전세계에서 활약한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각종 장비들중의 하나다.
서독과 동독의 흡수통일에 이은 구 소련 붕괴, 이데올로기 논쟁의 퇴색과 함께 냉전시대가 종식되며 스파이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뒤로 밀려난 듯 하지만 국제정치 1번가인 워싱턴에는 여전히 각국의 스파이가 은밀히 활동하고 있다.
몇 해 전 워싱턴 지역에서 스파이로 활동하며 미국의 국가기밀을 적국에 제공하다 체포된 얼드릿지 에임스(Aldrich Ames)와 버지니아 비엔나에 거주하며 국가기밀 정보를 넘겨주다 체포된 로버트 P. 한센(Robert P. Hanssen) 등이 잘 알려진 스파이 사건.
첩보전의 본 고장, 워싱턴D.C에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각종 장비들을 한곳에 모아 전시하는 ‘국제 스파이 박물관(International Spy Museum)’이 19일 개관했다.
워싱턴D.C 연방수사국(FBI)과 MCI 센터 인근에 위치한 국제스파이박물관은 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장비를 전시하는 미국 유일의 박물관이며 국제적인 시각에서 접근하는 세계 최초의 스파이박물관.
일반인에게 생소하기만 한 스파이 세계의 실체와 역할, 역사적인 스파이 사건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등을 알리기 위한 목적에서 설립됐다. 전시장에는 미국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첩보 장비는 물론 다른 나라의 스파이들이 사용했던 물품도 전시된다.
박물관은 600개가 넘는 각종 자료 물품 및 900장의 기록사진 등 각종 기록물과 스파이 관련 장비가 영구 전시된다.
전시사진중에는 판문점에 보초서 있는 북한군 경비병과 전설적인 스파이 말레느 디트리치, 조세핀 베이커 등의 사진이 포함돼 있다.
국제 스파이박물관은 모세가 12명의 이스라엘인들에게 신이 이스라엘에 약속한 가나안 땅을 정찰하라는 임무를 맡겼을 때인 구약시대까지로 거슬러 올라가는 스파이의 역사를 보여준다.
전시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조지 워싱턴 장군이 미국 초대 대통령이 되기 전인 1777년 2월에 쓴 편지. 사상 최초로 일반에 공개되는 이 편지에서 조지 워싱턴은 뉴욕의 정치운동가이며 군납업자였던 내대니얼 새킷(Nathaniel Sackett)에게 ‘적의 계획에 대해 가장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획득하는 임무를 띠게 될 정보망의 구축을 위해 월 5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했다.
박물관측은 최근 한 개인 수집가로부터 이 편지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새킷의 후손들이 수년전까지 보유하고 있었던 이 편지는 1931년 한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피터 어니스트 국제스파이박물관 관장(CIA 36년 근무)은 "스파이행위는 기록된 역사만큼이나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으며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됐을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 박물관은 CIA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CIA는 비공식적으로 박물관 설립에 많은 지원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물관 자문위원으로는 FBI와 중앙정보국(CIA)의 디렉터를 역임한 윌리엄 웹스터와 구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출신의 올렉 칼루긴, 미 육군 정보국의 부국장을 역임한 클라우디아 J. 케네디, CIA에서 변장기술 교육을 담당했던 앤토니오 조세프 멘데스 등 전직 고위 첩보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 영국, 유럽, 구 동독, 구 소련 등 전세계 곳곳에서 스파이 관련 물품들을 수집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 버지니아의 한 정보관련 연구소에서 일하는 칼루긴은 KGB 요원시절 불가리아의 한 반체제인사를 독극물이 묻은 우산으로 암살하려는 음모를 주도적으로 꾸민 사람으로 그는 지난달 러시아에서 열린 궐석재판에서 국가반역죄로 15년의 실형선고를 받기도 했다.
데니스 배리 박물관 자문위원장은 "대중이 갖는 첩보에 대한 인식은 영화에 의해 형성됐다"며 "스파이 박물관은 첩보의 진수를 보여주고 스파이들의 실제 이야기가 허구보다 더 재미있음을 입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및 기록물, 장비 전시외에도 훼밀리 프로그램, 렉쳐, 책 사인회, 워크 샵, 심포지엄, 영화상영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다.
박물관 투어에는 약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입장료:11달러(어른), 9달러(60세 이상 시니어), 8달러(킨더가든-12학년 학생, 5세 이하는 무료).
■개장시간:탱스 기빙 데이와 크리스마스, 새해 첫 날을 제외하고 연중무휴 오픈. 시간은 아침 10시-저녁 8시(4월-10월), 아침 10시-저녁 6시(11월-3월).
■주소:800 F Street, NW(8가와 9가 사이 F스트릿 선상에 위치). FBI 본부에서 1블럭, 내셔널 몰(Mall)에서 4블럭 떨어져 있다. 메트로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갤러리 플레이스/차이나 타운 메트로 스테이션에서 내려 1 1/2 블록을 걸어가면 된다(레드 &옐로우 라인).
■문의:(202)207-0219, (866) SPY MUSEUM.
제 2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된 나치 독일의 전설적인 암호기 ‘에니그마’와 나바호 인디언이 자신들의 고유 언어로 교신하던 암호기, 동독이 사용하던 ‘벽 투시’ 카메라, 제 2차 세계대전에서 영국군이 사용했던 ‘탈출 부츠(Escape Boots)’ 등 진귀한 전시 품목은 다음과 같다.
▲KGB 립스틱 피스톨-냉전 시대에 KGB 요원들이 사용했던 4.5㎜ 구경의 일회 발사용 권총으로 `죽음의 키스(Kiss of Death)’로 불리워졌다.
▲반지 총-위협, 협박용으로 쓰여졌으며 때로는 마지막 자신의 호신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중으로 분리된 동전(Hollow Coin)-반으로 분리시킨 동전에 미세한 암호점(microdot)으로 메시지를 새겨 넣은 것으로 스파이와 다른 스파이가 서로의 메시지를 쉽게 전달하는 방법으로 사용했다.
▲애스턴 마틴 DB5 스포츠카-007 시리즈인 `골드 핑거’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탔던 은색 스포츠카를 복제해서 만든 것.
▲정찰 비둘기-제 1차 세계대전에서 사용됐던 방법. 초소형카메라를 매 단 비둘기가 적진의 상공에서 정찰을 담당, 적군의 동태를 용이하게 했다
▲나치 독일의 암호기-제 2차세계 대전 중에 독일군이 사용하던 것으로 독일군은 연합군이 이미 암호해독을 해 버린 사실을 모르고 계속 사용했다.
▲단추구멍에 끼워진 카메라가 장착된 코트-70년대 등장, KGB 요원들이 애용하던 것으로 호주머니 속의 리모컨을 누르면 가짜 단추의 중앙부분이 열리면서 사진촬영이 가능했다.
▲그루터기형 도청기-70년대초 미 중앙정보국(CIA)이 개발. 태양을 에너지원으로 하며 소련 군사기지 근처의 숲속에 설치돼 비밀 군사 무선통신을 도청.
▲올드리치 에임스의 우편함-소련에 기밀을 팔아넘겼던 CIA의 이중첩자였던 올드리치 에임스가 소련측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분필로 표시해 놓은 우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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