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에 뉴욕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베니스 상인’에 나오는 샤일록을 뺨칠 정도로 교활한 유태인 구두쇠 영감이 뉴욕 근교에 살았더란다. 여름 방학 때가 되면 신문에 자기 집에 와서 풀도 깎고 페인트칠도 해줄 사람을 구한다는 광고를 내곤 했는데 영감 맘에 들도록 일을 끝내 준다면 높은 보수를 준다는 조건이었다.

이런 식으로 서머 잡을 구하는 어리숙해 보이는 외국 학생들만을 골라 일주일씩 공짜로 부려먹고서는 생트집을 잡아 내쫓아 버리는 것이 이 영감의 상투적인 수법이었다. 어쩌다 신학교에 다니던 한국 학생 하나가 재수 없게 걸려들었는데 수전노 영감의 사기 수법을 눈치챈 이 학생은 이런저런 궁리 끝에 노인의 부당성을 히브리어로 정중하게 편지를 써서 보냄으로서 결국 돈을 받아 냈다고 한다. 그리하여 유태인에게 돈을 받아낼 수 있는 민족은 이 세상에서 코리언 밖에 없다는 우스개 말이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말도 있다. 유태인의 억척스러움이란 “너 죽고 나 살자” 식인데 맨주먹으로 미국 이민 생활전선에 뒤늦게 뛰어든 한국인들은 아예 “너 죽고 나 죽자” 판이고 보니 어지간히 독한 유태인들도 코리언의 이런 억척스러운 저돌성엔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사양길에 접어든 썰렁한 유태인 회당 건물을 사들여 활기 넘친 예배당 건물로 전혀 새롭게 뒤바꿔 놓는 유일한 민족이 코리언들이다.
야훼를 등에 업고 광야를 우왕좌왕 헤매 이며 쫓겨다니는 판국에 메추라기 고기라도 맛보지 못하면 당당 죽을 것처럼 아우성치던 유태인 선조 들에 비하면 우리 선조들의 “설마 산 입에 거미줄 치랴”는 태도는 오히려 고된 인생살이를 달관한 듯 싶은 해학마저 풍겨주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코리언 주’라는 말도 나도는가 보다. 하기야 북간도에서부터 제주도 피난민 시절을 거쳐 수억 만리 미국 땅으로까지 발을 내디딘 우리들이고 보면 타민족이 감히 겨뤄보지 못할 만큼 생활력이 강한 끈질긴 민족임엔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 자신들에 의하여 만들어진 혐의가 짙은 ‘코리언 주’라는 신조어 속에는 우리 스스로를 과찬하려는 저의도 다분히 포함되어 있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유태계를 모델로 우리 스스로를 그네들과 동일시해보려는 심리적인 콤플렉스도 암암리에 작용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사실 노동집약적인 근면성이라던가 교육열이 높은 점에 있어서는 비단 우리뿐만 아니라 필리피노나 인도인, 폴란드계도 코리언보다 뒤지라면 서러워할 정도이다. 게다가 유태인 입장에서 보면 경쟁의 상대이기는커녕 한국인만큼 어리숙해 보이는 민족도 없을 지 모른다.

투자의 가치조차 없는 스러져 가는 지역의 건물들을 비싼 가격으로 사들이는 코리언의 무모성이라든지 영세성을 면치 못하는 소소한 비즈니스를 두고 몰려들어 값을 터무니없이 올려놓고 서로 물어뜯고 피 흘리고 끝내 나자빠져버리고 마는 우둔함에 대해 유태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며 실소를 금치 못할 지도 모 른다.

유태인들이 세계 만방에 흩어져 이민족 틈새에 섞여 살게 된 이유가 뭐냐를 놓고 그것은 모국에서 자기네들끼리 고리 대금업을 차마 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우스개 말이 있다. 드넓은 미국 땅에 와서조차 동족끼리 서로 헐뜯기 좋아하는 우리들로서는 한번 되새겨 봄직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