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럴드 S. 쿠쉬너가 쓴 ‘부서진 영혼을 고치는 공구 상자’라는 책은 조로증이라는 희귀병을 앓다가 10대 초반에 숨을 거둔 아들과 함께 살았던 고통과 눈물의 세월, 그러나 애틋하고 아름다운 10여년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그 책은 발간되자마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때 한 기자가 "왜 선생이 쓴 책이 이렇게 많이 읽힌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그는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수많은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세상 사람들을 대신해서 ‘왜?’라고 묻고 있는 책이기 때문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작가의 말대로 숨을 쉬고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나름대로의 고통을 안고 살아간다. 누구에게나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야 하는 고통이 찾아올 수 있다. 잘 나가던 사업이 문을 닫을 수도 있고, 갑자기 직장에서 해고를 당할 수도 있으며, 몸이 병들어 기약 없이 병원 신세를 질 수도 있다.
무고하게 사람들의 구설수에 오르고 모함을 받을 수도 있으며, 멀쩡하던 자식들이 하루 밤사이에 문제아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한 수많은 고통들은 마치 길거리의 신호등처럼 우리네 인생 곳곳에 서서 빨간 불을 깜빡거리며, 외딴 시골길을 지키는 장승처럼 무섭고 섬뜩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보며 위협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인생의 고난들이 닥치면 사람들은 고난을 부정하면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고난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끓어오르는 분노의 감정은 "왜 나에게 이런 고통이?"라는 질문이나, 눈물과 통곡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러한 감정 표출로 감정이 여과되고 나면 그때서야 사람들은 고난을 사실로 인정하게 되고, 조금씩 고난에 적응하여 결국은 고난을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감정 여과의 시간은 개인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보통 감정적인 사람이 이성적인 사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고난을 극복하는데 감정적인 사람이 더 많은 시간이 걸리는 이유는 감정을 다스리지 못함으로 고난 그 자체보다도 자신의 감정의 지배를 받게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성적인 사람은 냉정하게 고난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고난의 원인과 의미를 보다 빨리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무엇이든지 원인과 의미를 알면 쉬워지듯이 고난도 의미를 발견하기만 하면 더 이상 고난이 아니다. 의미가 발견된 고난은 손해가 아니라 유익이 되며, 인생을 파괴하는 요인이 아니라 성숙하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확실한 의미를 모르고 당하는 고난은 사람을 두려움과 좌절로 몰고 가지만 의미를 알고 당하는 고난은 결코 두려움과 좌절의 효과적인 원인이 되지 못한다.
요셉이라는 사람은 청소년기에 그를 시기하는 형들에 의해 낯선 외국 땅으로 팔려간다. 부모 형제를 떠나 살아야 하는 삶 자체가 어린 요셉에게는 두려움이요 고난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20년이 훨씬 지나서 형들을 만난 요셉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들은 나를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꿔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게 하려 하셨습니다"
그 말은 "온 가족의 구원이 자신이 당한 고난의 의미"라는 것이다. 그렇게 고난의 의미를 알았던 요셉은 한번도 낙심하거나 좌절하지 않는다. 그는 고난에서 최대한의 유익을 이끌어 냈으며, 고난은 요셉의 삶을 파괴시키기보다 위대한 삶으로 변화시킨 요인이 되었다.
미국에 이민 와서 사는 한인 동포들의 삶은 본국에서의 삶보다 더 많은 고난이 따른다. 그러나 고난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이기에 고난이 나를 비켜 가기를 원하기보다는 그 의미를 알아내어 오히려 고난에서 유익을 얻고 끝내는 성숙에 이르는 이민의 삶이기를 간절히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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