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요즘 게이트 때문에 시끄럽다. 이용호 게이트니 진승현 게이트니 하는 부정사건으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가 속속 드러나더니 드디어 최규선 게이트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사건의 주인공인 최규선은 녹음테입에서 대통령 아들에게 돈을 준 사실과 권력 핵심 관계자들이 자신을 도피시키려 한 점등을 낱낱히 밝히고 있다. 이 사실이 매스컴을 통해 앞다투어 보도되면서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이 사건은 문민정부 말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문제와 흡사한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당시도 한보철강과 관련, 대통령 아들의 금품수수가 폭로되어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수사과정을 질질 끌고 있는 사이 여론은 더욱 악화되어 결국 대통령의 사과와 아들의 구속으로 몰고간 후 사건이 일단락 됐다.
정권 초기에는 사정의 칼을 휘두른 권력이 정권 말기에는 부패의 지탄을 받아 단죄되는 현상, 대통령 아들의 문제가 막판의 먹칠거리가 되는 점이 그 때나 지금이나 너무도 닮았다.
권력의 주변에는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마련이므로 대통령의 아들에게 줄을 대고 돈을 주는 일은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다. 또 대통령의 아들도 사람인지라 어느 정도 배경의 힘을 등에 업고 이런 저런 혜택을 받았을런지도 모른다. 그런데 의혹이 불거진 후에도 사실에 대한 진상을 명쾌히 가리지 않고 베일에 가려놓기 때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의혹이 밝혀지지 않아 의문이 일고 있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의 중심에서 거의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의 주변이 정리되어 위상이 확고하게 서지 않으면 권력의 공백, 나아가서 국정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다른 고위공직자나 정치인이 관련된 사건이라면 그렇게까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대통령 아들의 문제가 빨리 매듭지어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국정 위기와 관계 있기 때문이다.
이미 벌어진 사건이라면 남은 일은 해결하는 일 뿐이다. 그러면 이 게이트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 게이트의 원조인 워터게이트의 전례를 교훈삼지 않으면 안된다. 워터게이트 사건은 당시 닉슨대통령이 재선과정에서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건물에 있는 민주당 본부를 도청한 사건이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확대되자 닉슨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참모들과 사건 자체를 은폐하는 음모를 꾸몄다. 결국 이 은폐사건이 드러나 닉슨은 대통령직을 사임했고 후임인 포드대통령의 사면령으로 가까스로 감옥행만은 면했다.
닉슨이 대통령직을 물러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도청사건 그 자체가 아니었다. 도청사건을 은폐 조작하여 국민을 속이려 한 것이 더 큰 화를 부른 것이다. 이처럼 문제 자체 보다도 그 문제를 잘못 다루어서 화근이 되는 예는 얼마든지 있다. 대수롭지 않은 시위군중을 과격한 방법으로 과잉 진압하는 과정에서 시위가 확산되어 정권이 붕괴하는 경우도 그런 예이다.
이와 반대로 문제를 슬기있게 처리하면 큰 혼란을 겪지 않고 쉽게 넘어갈 수도 있다. 개인의 비리나 잘못이 문제가 되었을 때 이를 솔직히 해명하고 잘못을 뉘우친다면 그래도 정상은 참작된다.
감기가 들기 시작하는 초기에는 간단한 약으로 치료가 되지만 일단 증상이 심해진 후에는 강력한 약도 소용이 없게 된다. 문제 해결의 적기를 놓치면 그만큼 일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말이다.
최규선 게이트의 진상이 왜 빨리 규명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 오래 끌면 끌수록 의혹만 커져 정부에 불리할 뿐이다. 기왕에 개혁을 표방했던 정부였으니 모든 게이트를 새로운 개혁의 전기로 삼아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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