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수험생이 있는 가정들이 의외의 대학입시 결과로 상심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착실히 공부에 전념했던 학생들이나 그 가족들 모두가 당황하게 된 입시기준이 여러 정보를 종합해 보면 더 이상 성적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 듯 하다. 일전에 선배 자격으로 초대되어 UCLA 예술대학의 장학생 심사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적용했던 기준이 요즘의 대학입시 기준과 많이 비슷한 듯 싶어 정리해 본다.
심사가 시작되면 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성적으로 넉넉한 숫자의 예비그룹을 추려낸다. 동점자도 수두룩하고 또 거의가 악기 연주와 학교 운동팀의 경력이 있고 학교 임원을 한 적이 있었다. 자격이 거의 비슷해 보이는 그 학생들의 원서를 놓고 심사위원들은 구체적 기준으로 심사하여 점수로 환산한다. 한 학생을 8명이 심사하여 평균을 냈는데 각각의 평가점수가 거의 비슷하게 나오는 것을 보고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심사기준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학교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때 썼던 기준은 원서 총점을 100점으로 하여 성적 20점, 특별활동 15점, 수상경력 15점, 자원봉사나 일한 경력 15점, 에세이 20점에 전체의 원서에서 느껴지는 느낌 15점을 만점으로 하였다. 이 기준으로 보면 성적이 SAT 1,500에 GPA 4.0이면 20점, SAT 1,400에 GPA 3.9라면 18점쯤이니 성적심사에서는 2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즉 그 나머지 80점 만점의 요건들에서 합격과 불합격이 갈리는 것이다.
원서를 쓸 때 절대 빈칸을 남기지 말 것은 아무리 사소한 수상이나 활동이라도 일단 적으면 1점을 받고, 또 아무리 대단한 기록이라도 한 활동으로는 3점이 최고점수이기 때문이다. 각 분야는 보통 다섯칸인데 만약에 전국 학력고사 수상자가 그 경력만 쓰고 나머지 네칸을 비워두면 3점을 받고, 다른 사소한 수상 경력도 정리하여 모두 적으면 다섯칸이 다 찼으니 10~12점을 받게 된다. 봉사나 일은 그 활동 규모와 시간, 리더십과 자발성 등을 고려하여 점수로 환산한다.
학생을 못 만나본 상태에서 원서만 보고 합격생을 추려내자니 심사위원들은 원서를 통해 비쳐지는 각 학생들의 생활을 열심히 눈에 그려보기도 하고, 또 원서에 쓰여진 기록이 좋은 부모님의 뒷받침으로 쉽게 얻어진 경력인지 아니면 어려운 형편 속에서 노력으로 얻은 결과인지도 살펴서 고려하게 된다. 빈칸을 남긴 것보다야 꽉 찬 원서가 점수가 높고, 화려하지만 산만한 기록보다는 다양한 가운데서도 정말 원하는 곳(전공)으로의 방향성이 보이는 원서라면 더 좋다.
에세이는 숫자나 기록으로는 보여주지 못하는 자신의 개성과 사고의 깊이를 보여주는 곳이다. 수많은 원서를 읽다가 가슴이 시원해지는 생기 있는 에세이를 만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인상을 받으니 ‘전체적 느낌’ 점수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대학에서 가장 반기고 찾는 학생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알고 그 미래를 준비해 왔으며, 혹시 어려움을 만나더라도 이겨낼 성품과 뒷힘을 가지고 독창적인 사고로 학교에 활기를 더해 줄 학생이다.
가정형편상 가사를 돌본 꽤 많은 시간을 계산하여 당당히 경력으로 적었던 책임감이 돋보이던 학생, 여름마다 배낭여행으로 곳곳을 누볐던 극작가 지망생, 주말마다 거리의 악사가 되었던 음악생도의 에세이는 그 치기 어린 열정으로 인해 한번 만나서 다듬고 가르쳐 보고 싶은 마음을 자아냈던 매력이 있었다.
대학을 간다는 것은 평생을 두고 해야 할 자신의 일을 준비하러 간다는 것임을 생각하고 학생들마다 적성과 개성에 맞는 준비를 성실히 한다면 입시준비는 하는 동안에 이미 끝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험한 모든 것을 성의껏 정리하여 최선을 다하여 원서를 작성하여 후회가 없는 입시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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