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대통령은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한해동안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 갈 것인가 하는 국정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 어느 나라든 개인이나 마찬가지로 지난해에 이루지 못했던 과제를 금년에도 이어나가 완성 하겠다거나 국가적 주요목표, 국제적 행사, 국민생활 향상을 위한 물질적, 정신 문화적 배려 등이 골자다.
2002년도의 한국정부 국정목표는 어떻게 잡혔는지 알 수 없으나 임기 말에 접어든 현정권은 역대 어느 정권 때 못지 않게 나라전체를 무슨무슨 게이트로 도배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허구 헌 날 언론에서는 게이트란 단어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여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한국은 온통 문(Gate)뿐인 나라처럼 보일 지경이다.
나라 안은 나라 안대로 시끄럽고 나라 밖은 월드컵을 앞두고 개고기 문제로 떠들썩하다. 얼마 전에는 미국의 주요언론이 한국의 개고기 식용문화를 야만적 시각으로 보도하자 일부 미국의 어린 학생들이 한국학생들에게 "너도 개고기를 먹느냐"며 놀려 개고기를 먹는 한국 식문화에 대하여 잘 모르는 이곳 어린 자녀들에게 큰 상처를 주었다.
개고기 식용문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88 서울 올림픽 때 한바탕 난리를 치고 넘어간 일인데 10년도 넘은 이제 와서 또 같은 일로 세계의 비난을 받는다는 것은 한국정부의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에 문제가 있음을 보여준다. 내가 안 먹는 것이라고 무조건 남을 비방하는 태도도 옳지 않으며 21세기의 가장 중요한 이슈 가운데 하나인 지구 환경보호 운동과 생명존중 운동의 시각으로 볼 때 세계인들의 주목하는 가치를 외면한다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지난 1960년대 초 일본의 동경에서 올림픽이 열렸을 때 뉴욕타임스는 똑같은 욕을 했다. 살아서 펄펄뛰는 생선을 고객이 보는 앞에서 날이 시퍼런 사시미 칼로 잔인하게 난자하여 날 것으로 먹는다하여 일본인들은 모두 야만인들이라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미국인 치고 사시미, 스시 못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 기사를 썼던 기자가 생존해 있다면 친구에게 "오늘 저녁은 근사한 스시 집에 가서 사시미나 먹자"고 약속을 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당시 미국인들은 일본 사람들이 먹는 사시미에 대해 그들이 기르는 애완용 물고기와 식용생선을 혼동한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중요한 대목은 생명이 있는 동물을 너무나 잔인하게 죽인다는 데 있었다. 우리의 보신탕 문화도 이와 다를 바 없다. 애완견과 식용견은 분명히 다르다. 문제는 정부의 방치아래 잔인하게 도살되고 비위생적으로 유통되는 경우가 많은 데 있다.
따라서 개고기 문제는 한국정부나 한국민 모두가 시간을 가지고 슬기롭게 대처해 나가야 할 문제다. 날 생선을 먹는다고 비난하던 사람들이 일본 식문화를 받아들이고 야만인이라고 욕하지 않게 되기까지 일본정부나 일본국민들은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이 끝났다고 방치해 두었다가 월드컵 때문에 문제가 생기자 우왕좌왕 하는 모습은 보기에도 좋지 않다.
해마다 1월이면 미국 대통령은 지난 한 해를 돌아보고 올 한 해 동안 해결해야할 문제를 돌아보는 연두교서를 발표한다. 모두가 양심을 저버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정신으로 월드컵도 무사히 치르고 다시는 개고기 문제로 국제적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게 하기 위해 이곳 한인 사회에서도 올해 해결해야할 문제점들과 목표들을 모은 연두교서를 만들어 시행해 보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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