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희 <한경대부교수 아메리칸대 파견 경실련예산 감사위원회 위원장>
1월 5일 C-SPAN 방송에서는 부시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의 주도(州都)가 있는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온타리오의 타운 미팅에서 행한 연설을 계속 보여주고 있었다. 크지 않은 컨벤션 센터를 가득 메운 이 날의 초청자는 이 지역의 라틴계 사업가들이 주도한 것이었다.
지금 전 세계를 지배하는 미국의 강력한 힘을 상징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이 수도 워싱턴 한 복판을 놔두고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궁금했다. 그것도 소수계인 멕시칸들이 주도하는 모임에 동서를 횡단하여 캘리포니아까지 가서, 동네의 Town Meeting, 우리말로 해석하자면 반상회에 참석하는 것이다. 물론 성격과 규모가 전혀 다르긴 하지만.
한국 같으면 대통령이 한번 움직이면 엄청난 인력이 동원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현 정부 초기에 공약했던 ‘국민과의 대화’를 보면 인위적으로 조정된 대표성 때문에 여기에 한번 참여하는 것 자체가 특권계층이 되는 기분을 준다. 그리고 그 옆에는 노련한 사회자가 앉아서 전체의 흐름을 잡아주고, 각계의 이름 있는 인사들이 지정된 질문을 한다. 경직된 정물화의 느낌을 준다. 그나마 정권 초기에 대화라는 행사를 하다가 골치 아픈 일들이 많아지자 유명무실해지고 말았다.
그러나 나는 부시 대통령의 이 날 행사를 보면서 대통령이 가져야 할 모습에 대해 많은 감명을 받았다.
첫째, 비록 조그마한 지역에서 가진 행사이지만 그것은 전국적 영향력을 가진 것이었다. C-SPAN이란 1979년에 전국의 케이블 방송 사업자들이 기금을 출연하여 만든 회사다. 그래서 각종 중요한 공공 행사의 프로그램을 녹화한다. 의식(儀式)행사만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 전체를 보여준다. 그래서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중요한 연설이나 행사는 이 방송을 통해 볼 수 있다. 그것도 전국적인 망을 가지고 있으니까 영향력도 매우 크다. 결국 이런 방송의 힘을 빌어 조그마한 동네에서 대통령이 행사를 하더라도 그것은 전국적 영향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텔레비전이나 신문에서 일제히 이날 대통령이 한 주요 사항을 다 소개하였다. 연설 하나하나 제스쳐 하나 하나가 방송으로 전파되었다. 그것은 결코 작은 마을에서의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둘째, 매우 자신감 넘치는 대통령의 연설이었다. 전쟁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다시는 미국인의 희생이 없도록 할 것이며 이러한 안전을 전 세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용기를 강조하였다. 조세 삭감을 통해 경제를 회복할 것이고, 특히 캘리포니아에는 중소기업을 하는 사람이 많은데 이런 사람이 애국자이고 이런 사람들이 자유롭게 사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겠다는 웅변을 토하면서 엄청난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연설하면서 의회에서 지원하여 주지 않는 조세삭감을 촉구하는 ‘Not over my dead body will they raise your taxes’는 전 언론에 회자되는 문구가 되었다. 시종 미소를 띄우며 유머가 있는 자신감 있는 연설이었다.
셋째, 사회자가 없었다. 지정 토론자도 없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대통령의 원맨쇼였다. 혼자서 연설하고 혼자서 질문을 받았다. 질문을 받을 때는 마이크를 손으로 잡으면서 이제는 내가 토크쇼의 사회자 역할을 하겠다고 해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다. 시작하는 인사말에서 스페니쉬 언어로 인사를 하기도 하는 여유를 보이면서 참석자들과 동질감을 보였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 부시의 팬이 될 것이며, 나아가 미국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조그마한 마을에서의 감동이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면서 미국 전역에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었다. 큰 나라의 대통령은 이렇게 작은 마을에서의 성공에서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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