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주 멤피스가 소울 뮤직의 발상지로서 위상을 재정립하고 나섰다.
멤피스에서 소울 뮤직은 그간 간과되어 온 문화유산이었다. 부커 T., MGs., 앨 그린, 오티스 레딩, 아이작 헤이즈 등이 1960년대와 1970년대 초에 스택스 레코드와 하이 레코드의 레이블로 녹음을 했었다. 흑백차별이 엄존하던 시기에 스택스는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하는 음악의 터전을 제공했지만, 1976년 파산했다.
멤피스는 보다 대중적이고 세련된 디트로이트 모타운 레코드와 소울 뮤직의 라이벌이었다. ‘소울 맨’ ‘홀드 온! 아임 커밍’ 등을 공동으로 만들었고, ‘샤프트’ 주제곡으로 그래미상과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바 있는 헤이즈(59)는 "멤피스 음악이 모타운보다 거칠고 단호하다"고 설명했다. "멤피스는 블루스의 발상지에 가깝지요. 이곳의 소울 뮤직은 블루스와 가스펠에서 태어난 것입니다."
멤피스에서 소울 뮤직이 이처럼 뒤늦게 서야 재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인권운동의 배경음악이었던 것과 관련이 있다. 소울은 이 도시에서 가장 쓰라린 순간이었던 1968년, 다운타운 모텔에서의 마틴 루터 킹 목사 암살 사건의 기억을 되살리기 때문이다. 헤이즈는 전 세계에서 소울 뮤직이 인정받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본고장 멤피스에서는 소울 뮤직이 홀대받았음을 안타까워한다. "멤피스는 바로 자기 집 뒷마당에 보물이 있다는 걸 인식하지 못했던 겁니다. 이젠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깨닫게 되었지요"
이 새로운 인식의 가장 야심 찬 예는 5년 전부터 다운타운의 옛 스택스 레코딩 스튜디오 자리에서 진행중인 2,000만달러짜리 재개발 프로젝트 ‘소울스빌’이다. 공식적으로는 지난해 봄 시작된 소울스빌 프로젝트는 문제 학생들을 음악을 통해서 선도할 2만7,000평방피트의 아카데미와 1만7,000평방피트의 소울 음악 박물관, 500석 규모의 공연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프로젝트엔 멤피스와 셀비 카운티 정부가 500만달러를 내놓았다.
음악 유산을 개발해 경제적 기회를 노리는 것은 이 도시가 로큰롤의 전례에서 배운 것이다. 멤피스에 있는 엘비스의 집인 ‘그레이스랜드’는 요즘도 연간 7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 엘비스와 제리 리 루이스, 칼 퍼킨스, 자니 캐시, 로이 오비슨 등이 녹음을 했던 선 레코드 스튜디오도 상당한 수의 음악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1990년대 무렵엔 멤피스의 블루스 전통이 빌 스트리트 다운타운의 부흥과 함께 제 몫을 찾기 시작했다. ‘B. B. 킹 블루스클럽’등 블루스 클럽들이 수십개나 생겨나 시 관광국은 ‘멤피스: 블루스의 고향, 로큰롤의 탄생지’라는 새 슬로건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다 1998년엔 WRBO-FM이 개국했다. 이 방송국은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에 이르는 시기의 소울 뮤직만을 내보냄으로써 반년만에 청취율 1위를 점유했다. "소울뮤직은 그동안 내내 살아 있었던 겁니다. 사람들의 마음 속에, 가정에 살아 있었는데 라디오에선 들을 수가 없었던 거죠" 이 방송국 프로그램 디렉터인 헨리 넬슨의 설명이다.
2000년엔 또 하나의 봉화가 켜졌다. 스미소니언 연구소가 8,000평방피트 규모의 ‘멤피스 록 앤드 소울 박물관’을 빌 스트리트 바로 옆에 세운 것이다. 이는 워싱턴과 뉴욕 이외의 장소에 처음으로 세워진 스미소니언 영구전시관으로 스미소니언의 미국사 박물관 학예관인 찰리 맥거번은 이렇게 말했다. "멤피스에서 일어난 일들은 바로 미국에 일어난 일들입니다. 우리는 멤피스 사람들에게 관광객만을 제공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멤피스의 역사가 미국의 문화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 싶습니다"
이 박물관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1940년대 말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는 흑인음악과 백인음악이 어우러져 대중음악을 형성하던 때였다. 맥거번은 "박물관이 그 명칭에 록과 소울을 사용함으로써 흑인과 백인의 문화가 블루스와 컨트리 뮤직 이전부터 오랜 기간 혼합되어온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엘비스의 친구이자 동료로, 비치보이스와 빌리 조엘의 로드 매니저로 일하기도 했던 쉴링도 동의했다. "록음악까지 포함해서 멤피스 음악은 대부분 소울과 리듬 앤드 블루스 전통에 근본을 두고 있습니다. 엘비스의 음악도 거기 바탕이 있고요"
소울스빌의 대표인 앤디 케이츠는 이 프로젝트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직 제대로 발굴해내지 못한 것이 너무도 많습니다. 음악 마을을 조성하고, 지역을 소생시키는 관문으로 음악을 활용하려는 겁니다"
내년 가을 문을 열 소울스빌을 비롯, ‘록 & 소울 박물관’ ‘그레이스 랜드’’선 스튜디오’’빌 스트릿’에 소울과 가스펠 스타 알 그린 목사가 인도하는 주일 예배는 물론 다운타운의 식당과 나이트클럽, WRBO-FM, 10년전, 킹 목사가 암살된 장소에 지어진 ‘국립인권박물관’등 멤피스는 이제 자신의 문화적 전통을 모두 되살리고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