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12일 카피올라니공원에서는 1만여명의 관객들이 참가한 한국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다.
내년 한인이민100년 맞이 본격 축제 전야제로 열린 이날 축제는 참가자들에게 ‘한인커뮤니티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피가 섞인 3,4세 한인들에게는 ‘한국인이란 뿌리의식’을 심어주었고 또한 1세동포들에게는 말로만 듣던 100주년기념사업을 피부로 느끼게 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번 축제의 아쉬움은 축제 주요 후원업체가 알로하현대, 시티은행등 주로 로컬업체로 한인커뮤니티의 유명식당및 중견업체들의 참가와 관심이 미미했다는 사실이다.
한인중견업체들의 관심 부족은 역사적인 이날 축제에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 것이 없다’는 우리 속담을 확인시켜 주는 옥의 티를 남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제1회 한국축제는 음식이 부족해 축제장을 찾은 관람객은 물론 행사 진행요원들까지 하루종일 굶주린 상태에서 정신없이 일에 밀려 허둥되었다.
음식부스 앞에서 한시간 가량 줄을 서서 기다린 한 한인동포는 "잔치집에 음식이 부족한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커뮤니티내 쟁쟁한 한식당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불만을 터트렸다. 축제 다음날 기자와 만난 서라벌식당의 리사 리사장은 "한국축제가 그 정도 규모로 크게 열리는 줄 몰랐다"며 "한식당 경영주로서 축제장에서 한국음식이 부족했다는 말을 듣고 너무 속상했다"며 "내년에는 한국축제에 꼭 참가해 제대로 한번 봉사할 것"이라며 이번 축제 불참을 아쉬워 했다.
이같은 아쉬움은 서울정이나 신라원식당, 야미바베큐등 자타가 인정하는 정통 한식당및 주내 유명 테이크아웃점 업주들도 공통된 마음일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내 정서로는 잔치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음식이고 그 음식준비 역시 손님을 대접하고도 남을만큼 푸짐하게 준비하는 것이 잔치집 인심이다.
그러나 이날 한국축제에는 저 멀리 와이아와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동양 인’이라는 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와 공급했고 그 식당 종업원들과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 여선교회 20-30명의 인원만으로는 1만여명에 달하는 손님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하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날 축제에 참가한 많은 한인들은 축제장에서 불과 5분거리에 위치한 와이키키 리조트호텔이 한국축제에 참가하지 않은 것에 의아해 하며 섭섭함을 표했다. 그도 그럴것이 그동안 우리 한인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이고 조국의 경제력을 상징하는 곳이란 이유 때문에 한인커뮤니티는 주차및 일부 서비스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커뮤니티를 상징하는 행사들을 줄기차게 서울정 연회장에서 개최해 오고 있고 IMF당시에는 한인단체들이 의도적으로 서울정 연회장을 이용하며 상부상조 정신을 발휘해 왔었기 때문이다. 호텔입장에서도 이번 축제 불참에 대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이날 축제 내용을 살펴보면 시장다변화를 추구하고있는 리조트호텔의 이미지를 높이며 세계인들에게 와이키키 중심가의 정통 한식당 서울정을 홍보할 수있는 일석이조의 홍보효과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을 갖게한다.
이번 축제가 내년 축제만을 성공적으로 치루기위한 전야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지금부터 "무엇무엇 때문에"라는 말을 앞세우기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으로 앞으로 이민100년을 살아 갈 하와이 한인후세들에게 ‘커뮤니티가 한마음이 되어 준비’하는 전통을 담은 ‘한국축제’를 문화유산으로 물려주기 위해 고민하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신수경 취재부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