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가 상담하러 왔을 때 어느 부분을 수술 받고 싶어 찾았는지 미리 파악하는 것을 삼간다. 그 이유는 내가 보기엔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 얼굴의 상처 때문에 고민 고민하다 성형외과를 찾는 경우도 많은 반면, 예를 들어 크고 볼록 튀어나와서 보기에 좋지 않은 점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결혼점, 재물점, 행운점이라 하여 수술을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마릴린 먼로의 입가에 있는 점처럼 적당한 크기로 적당한 위치에 자리잡아 보기 좋아 보이는 점이라면 독특한 개성과 매력적인 이미지를 주는 인상이 되고 이러한 점을 보존하려는 환자의 마음은 쉽게 이해가 된다.
분명한 자화상 없이 막연히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외과 문을 두드리는 것도 위험한 발상이지만 의사 마음대로 틀에 박힌 미인상에 가깝게 환자 얼굴을 뜯어고쳐 나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실제로 레지던트 시절에 안면 거상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얼굴에 보기 싫은 점이 있어 혹시라도 악성 흑색종으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로 환자의 동의도 없이 그 점을 제거한 일이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환자 자신은 그 점을 매력 포인트라 여기며 애착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점 이식수술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또 얼마 전에는 훤칠한 키에 깨끗한 피부,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여성 환자가 작은 가슴으로 인한 콤플렉스를 앓고 내원한 적이 있었다. 환자와 상담 후에 유방 확대술을 시행키로 결정했고 드디어 수술 날이 되었다. 마취에 들어간 후에 가슴부위를 소독하던 중 환자의 한쪽 가슴 유두 주위에 검고 긴 털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손을 씻고 수술용 장갑을 끼고 다시 돌아와 수술을 시작하려는데 그때는 이미 그 털이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나를 도와주는 수술 보조 간호사가 지저분하게 보이는 그 털을 무심코 잘라버린 것이었다.
수술은 간단히 끝났고 좋은 결과가 기대되어 기분이 좋아 그 털에 대한 생각은 까맣게 있고 있었는데 수술 후 다시 내원한 환자의 얼굴이 그리 밝지 않았다.
수술 결과에 만족한다 하면서도 뭔가 불만이 있어 보이는 환자의 표정을 보고 만족도를 물어보았더니 수술 후 가슴 모양에는 만족하지만 유두 주위의 털이 없어진 것에 대해 불쾌함을 나타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자랄 것이라며 변명 아닌 변명으로 환자를 안심시켰지만 이번에는 모발이식이라도 해주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미용 성형수술, 이 다양한 만족과 불만족의 심리 상관관계를 누가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성형수술은 의료분야 중 가장 심리적인 측면이 중시되는 분야이다. 성형수술은 외모의 변형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수술이다.
누구나 성형수술을 받고자 한다면 우선 자신에 대해 솔직해야 하고 본인이 왜 성형수술을 받으려 하는지 목적이 뚜렷해야 하며 성형수술을 받음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지에 대해 분명한 생각이 있어야 한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볼 때 성형수술이 부적합할 때도 있다. 적절한 수술로 외모상으로는 분명히 좋아질 수 있는 환자라도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수술의 결정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
어떠한 사회 분위기나 이성관계로 위기의식에 처해 있어 수술로 외모가 변하면 현재의 상황도 좀 더 나아지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수술의 결과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경우, 아주 작은 결점에도 매우 예민하고 결벽스러운 성격을 가진 경우 그리고 외모상 결점만 없어지면 자신의 삶은 완벽해질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경우 성형수술을 피하여야 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비용만 지불하면 어떠한 수술이라도 해주는 의사들도 있다. 소위 성형상담 전문인들을 내세워 이 수술 저 수술을 권하면서 의료 과소비를 부추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막연히 "견적 내주세요"하면 의사나 미용성형 컨설턴트들이 권해주는 수술을 이것저것 다하다가 결국에는 누가 봐도 부자연스러운 성형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종종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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