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비상사태다. 평화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어떤 문명이건 사람을 죽이면 흉악범으로 규정되어 사형 등 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전쟁때에는 저쪽에 속한 군인들 아니 사람들을 많이 죽일수록 영웅이 되어 훈장을 받고 계급이 올라간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괴리를 조화시킬 수 없어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은 전후의 정신질환에 시달려 폐인이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전쟁의 직접적인 피해자들의 경우는 물론 죽음 아니면 일생 불구자가 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아프가니스탄의 현 전쟁에도 억울한 피해자들이 생기는 것은 전쟁의 본질상 어쩔수 없는 일일 것이다.

레이저로 유도되어 폭격 공격물 에만 적중된다고 해서 스마트 밤(Smart Bomb)으로 명명되기까지 한 미 공군의 폭탄이 탈레반 군대의 공격대상 부근에 있는 북부동맹군들에게 떨어지는 것은 고사하고 때로는 무고한 민간인들의 집이나 시설에 떨어져 아이들이 죽는 사고도 가끔 발생하여 전쟁의 참화를 또 한번 실감하게 된다.

스마트 밤이란 표현이 어불성설이듯이 Friendly fire에 의한 사망자란 표현도 전쟁의 부조리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미국의 폭탄이 공격물에 투하되지 않고 북부동맹군들과 함께 있었던 30여명의 미군병사들에게 떨어져 3명이 죽고 20여명이 중상을 당한 사건을 Friendly fire에 의한 피해라고 하는데 Friendly란 말이 어색하기 짝이 없다.

전쟁의 와중에서 조종사들의 실수나 첨예기계의 고장 등으로 아군의 손에 의해 정말로 억울하게 희생이 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는 것도 전쟁 자체의 성격에 기인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탈레반 군인들이나 반(反) 탈레반 동맹군들이나 다 똑같이 보이는 마당에 있어서 피아의 구별이 쉽지 않은 것도 짐작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만약 탈레반 군인들이 피난민 행렬에 섞여 도망하는 일에 성공할 수 없도록 피난민들의 움직임을 폭격한다면 또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만약 그와 같은 작전지침이 있다면 반인류적인 전쟁범죄 행위로까지 비약할 수 있다.

9.11사변 이후 이슬람 관계 학자들과 아프가니스탄 지역 연구자들이 전문가들로 크게 각광을 받게 되었다. 특히 전역장성들이나 영관급들 중 미국의 최신 무기나 특수전쟁 수행에 관한 경험자들은 ABC, NBC, CBS등 방송국의 전문해설가로 등장하게 되었다. CNN, MSNBC 그리고 FOX처럼 Cable이지만 24시간 뉴스방송을 하는 곳에서는 군사해설가들이 두 서넛 이상 되는 것 같다.

더구나 이슬람 종교나 아랍문화권에 대한 저술을 했던 대학교수들은 최근에 큰 조명을 받고 있다. 9.11사태가 너무 엄청난 돌변사였기에 그 사태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줄을 쓰는 사람들은 신문이나 잡지의 논평란에서 크게 환영을 받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이 항상 맞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공습을 시작했을 때 여러 논객들은 공군력만 가지고는 탈레반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면서 지상군의 대량투입의 필요성을 역설하곤 했었다. 그러나 공습과 북부동맹군의 지상부대들만 가지고 탈레반 정부가 거의 와해지경에 이르게 되었기에 그들의 예측이 너무 근거없음이 드러났다.

또 국제정세 분석가들 중 다수는 미군이 탈레반 정부를 전복하려 들면 아랍권이나 이슬람권의 여러 나라에서 대규모 데모가 터저, 예를 들면 파키스탄, 이집트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친미(親美)정권들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그 나라 정부들은 아직까지 건재하다. 특히 이슬람교도의 라마단 절기를 무시하고 아프가니스탄에 폭격을 계속하면 반미감정이 범 아랍세계로 팽배할 것이라는 예언도 이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