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한인사회에는 어린이·청소년 음악올림픽, 미동북부 한국어 글짓기 대회, 고교생 백일장 등이 수시로 열리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토요일이면 아이를 한국학교에 보내는 학부형, 모처럼 쉬는 날 볼일도 많고 친구들과 골프도 치고 싶지만 우리말을 가르치러 가는 한국학교 교사들, 다들 대단하지만 가장 기특한 것은 영어권에 살면서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 우리말과 문화를 배우는 아이들이다.
5일 동안 미국학교를 다니다가 토요일이 되면 늦잠 자고싶고 TV 보고싶고 컴퓨터 게임도 하고싶을 것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한국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떼를 부리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이런 아이들을 격려하는 행사는 여러 곳에서, 자주 있을수록 좋다. 지난 토요일 뉴저지한국학교 주최 미동북부 한국어 글짓기 대회에 참가하여 1백여 명의 중등부와 고등부 아이들의 작품을 읽는 기회를 가졌었다.
“가을밤“,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의 두 가지 글제 중 하나를 택해 시나 수상을 쓰는 이날 대회에서 고등부 아이들은 대부분 9월 11일 월드 트레이드 센터 테러 사건을 써냈다. 미국 역사상 가장 끔찍한 이번 사고를 어린아이들이, 청소년들이 직접 보거나 반복 방영되는 TV 뉴스를 통해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 충격의 여파가 어떤가 궁금하던 차였다.
이날 제출된 글에는 4명의 심사위원들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 많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싸워요. 운전하면서도 싸우고 엄마랑 샤핑 하러 가서도 싸워요. 전쟁은 꼭 나라들끼리 싸우는 것이 아니예요. 사람의 마음이 안 편하고 힘들면 전쟁 같아요. 시험 전 공부를 많이 하고 시험을 보면 기분이 평화예요.”
“전쟁과 평화 그리고 사랑, 지금 미국한테 얼마나 중요한 말인지. 우리는 평화를 만들 수 있어요, 어떤 사람이 떨어질 때 다시 일어나게 도와줄 때 평화가 있어요. 민족과 종교 때문에 싸우지만 모든 사람을 사랑해야 세상에 평화가 있어요. 평화를 웃으면서 안고싶어요.”
“너무 무섭고 믿어지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 그 빌딩에서 일하던 반 아이 엄마가 돌아가셨다. 사진만 놓고 그 아이 엄마의 장례식을 했다. 그 아이는 이제 어렵고 힘들 때 곁에서 ‘힘내라’고 격려하고 ‘너 자신을 믿어야 해’하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없어졌다.”
글을 써낸 아이들의 주위에서, 친구 삼촌·이웃 아저씨·같은 반 아이 부모가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서 사망했음을 알리고 있었다.
또한 전쟁을 싫어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른이나 아이나 더하고 덜하고가 없다는 것, 누구나 이번 일로 다같은 슬픔과 고통을 지니게 되었지만 전쟁이 있는 곳에 사랑을 갈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행인 것은 이 엄청난 충격으로 인해 상대방을 증오하고 복수를 해야 한다는 마음보다는 “전쟁은 왜 날까 / 내 눈물이 부족한가 / 평화가 왜 없을까 / 형제로 살기에는 지구가 너무 작은가 / 눈물을 그치고 전쟁의 끝을 내자 /”(장원 김경아 양 시 중에서)는, 자기를 먼저 돌아보는 마음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아이들을 너무 아이 취급을 하고 이번 테러 사고와 전장의 잔혹한 장면이 나오면 ‘너는 몰라도 돼’하고 서둘러 TV를 끄지 않았는가 싶다.
아이들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가고 있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먼저 보고 있다. 무조건 아이의 눈을 가리지 말고 이번 전쟁은 왜 일어났으며, 누가 누구와 싸우는 것이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차근차근 해주고 아이의 생각도 신중하게 들어주자.
참고로, 심사위원 중 한사람이 지적했다시피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을 공격하여 전쟁이 벌어졌다고 믿는 아이들이 꽤 있었다는 것을 밝혀둔다.
미국 학교, 한국 학교 교사가 못하면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사실을 확실하게 일러주어야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