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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경훈 편집위원>
갱단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알 카포네다. 나폴리 이민자 출신으로 일찌감치 뉴욕 뒷골목 세계에 발을 디딘 그는 시카고로 활동무대를 옮기면서 미 역사상 최대 갱단 두목으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 전성기 때인 1920년대 말 그의 재산은 당시로서는 천문학적 숫자인 1억달러에 이르렀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밀주 매매와 도박, 매춘 등 온갖 조직범죄에 손을 대며 암살과 테러를 일삼던 그를 연방 정부가 감옥에 집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탈세라는 꼬투리를 잡아서였다. 로버트 드니로와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언터쳐블’은 한 때 ‘시카고의 제왕’으로 위세를 떨치던 그가 감옥에 가게 된 과정을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방 정부기관 중 가장 광범위한 권한을 갖고 있는 곳의 하나가 국세청(IRS)이다. 웬만한 것은 그냥 넘어가지만 일단 마음만 먹으면 불독처럼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상대방이 누구인지 가리지 않는다. 닉슨 재임 시절 샤피로 애그뉴 부통령은 별로 대단치 않은 액수의 탈세를 했다 현직에서 쫓겨나고 유죄평결을 받는 치욕을 당했다. 탈세의 경우 고의성이 있을 경우에는 살인죄에도 있는 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
IRS의 주요 임무의 하나는 돈 세탁 행위를 적발하는 것이다. 1만달러 이상을 은행에 입금시킬 때 은행은 반드시 이를 보고하게 돼 있다. 이를 회피하기 위해 수천달러씩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넣는 것은 오히려 더 요주의 대상이 된다.
IRS의 눈길을 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 노소영씨가 공항에서 잡혀 곤욕을 치른 것도 거액을 여러 차례 나눠 입금시켰다 당국의 의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1만달러 이상이 오갔다는 보고 건수가 연 1,000만건이 넘어 당국도 이를 일일이 조사하기가 불가능하다"며 "IRS를 속이기 위해 이를 나눠 넣는 것보다 차라리 그대로 입금시키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현찰을 다루는 스몰 비즈니스 종사자가 많은 한인들은 IRS로부터 주목받기 쉽다. 그럼에도 세금을 덜 내기 위해 현찰을 다른 사람 구좌에 넣었다 수표로 받거나 여러 구좌에 분산해 예치하는 일이 범죄 행위라는 인식이 별로 없다.
LA 퍼시픽 유니온 은행 직원들이 당국의 감사 결과 돈 세탁 행위 등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무더기로 해고된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간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실적을 올리기 위해선 큰 고객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 없다" "딴 때 같으면 그냥 넘어갈 일이 테러 이후 조사가 까다로워져 재수 없게 걸렸다"는 은행측 사람들 이야기지만 외국인을 보는 미국인들의 시선이 가뜩이나 곱지 않은 지금 이런 범법행위가 한인은행에서 발생했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이번 사건이 탈세와 돈 세탁을 가벼이 생각하는 일부 한인들의 잘못된 의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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