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난 중추가절에 단풍보다 더 고운 꽃들이 미 전역에 만발하고 있다. 적·청·백 3색의 이 꽃은 들이나 산보다 민가와 관공서 건물 처마 밑에 흔히 자리잡는다.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도, 바다에 뜬 페리에도 어김없이 나부낀다. 지붕이나 잔디밭 전체를 이 꽃으로 채색한 집도 있다. 지난주엔 세이프코필드 관중석 전체가 온통 이 꽃으로 뒤덮였다. 테러범의 가미가제 공격으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폐허에서 이 꽃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났다. 이 꽃의 이름은 성조기, 꽃말은‘애국’이다.
나라 사랑은 본능인가? 철저하게 개인주의적인 미국인들, 특히 배달민족만의 나라인 한국과 달리 잡다한 인종과 세계 각국 국민이 뒤섞여 사는 미국에서 이처럼 애국심이 만발하는 것은 참으로 경이롭다. 역사상 처음으로 본토를 침공 당한 데 대한 충격 때문일까? 아니면 테러범들의 게릴라 공격에 허를 찔려 세계 최강국의 자존심이 구겨진 때문일까?
테러는 인류역사의 암적 존재였다. 1798년 판 프랑스 사전에 이미 테러는‘타인에 대한 조직적 폭력의 사용’이라고 정의돼 있다. 테러는 마피아 같은 범죄단체의 세력확장 수단이었고 공산 독재정권의 통치수단이었다. 종교의 색깔을 띈 테러도 있다. 구교인 아일랜드와 신교인 북 아일랜드 사이엔 폭탄테러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테러가 일상화 돼있다. 한 쪽이 테러를 당하면 반드시 피의 복수를 감행한다. 견원지간인 이들은 알고 보면 4천년 전 유대인 조상인 아브라함을 한 아버지로 둔 형제들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정실 소생인 이삭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서자 출신인 이스마엘로부터 각각 뿌리를 내렸다.
동족간의 테러는 한인들에도 결코 생소하지 않다. 일요일 아침에 터진 한국동란은 물론 그 후 반세기에 걸친 냉전기간을 통해 북한으로부터 크고 작은 테러를 수없이 당해왔다. 여자 공작대원 김현희(북한 노동당 대외정보 조사부 소속)의 KAL기 폭파사건(87년 11월 28일)과 강민철 대위가 낀 북한군 정찰국 특공대의 미얀마 아웅산 국립묘소 폭파사건(83년 10월 9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테러 때마다 반공 궐기대회가 요란했던 기억이 난다.
9·11 테러사건 이후 3주가 지났지만 미국인들의 애국심은 식을 줄을 모른다. 언론은 국민들에게‘미국의 정신(American Spirit)’을 고취시키고 있다. 자원입대 열풍이 불어 모병사무소를 찾는 청년들이 평소의 4배 이상 늘었다. 적십자사는 사건 하루만에 전국에서 17만명의 헌혈을 받았다. 아직도 1백70여만명이 헌혈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전국적으로 추도예배, 모금운동, 음악회 등이 열리고 있고 자원 봉사자도 차고 넘친다.
한인들도 성조기를 내걸자. 희생자 돕기 성금 캠페인에 참여하자. 그래서 애국의 꽃향기를 이웃에 전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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