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의 인간은 가마득한 높이를 추구하면서 신을 숭배하고 또 지배자나 정복자의 위업을 기리려고 했다. 근래들어서는 상징물을 만들거나 인간의 주거 혹은 활동공간을 창조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피라미드, 돔, 대도시의 마천루들이 그 구체화다.
그러나 뉴욕 세계무역센터의 경우 건축가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또 하나의 예상치 않았던 기능이 추가되고 말았다. 테러의 표적이 된 것이다.
뉴욕테러 이후 갑자기 ‘높이’는 ‘취약’이라는 단어와 동의어가 됐다.
건축가들은 건물을 디자인할 때 ‘재난의 잠재성’이라는 새로운 난관과 직면하게 됐다.
세계무역센터 테러 이후 웅대한 규모의 고층빌딩 건축은 이 재난의 잠재성이 제시하는 커다란 구조적, 경제적, 상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하늘에 닿으려는 욕망은 인간심리에 깊이 근저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당분간 세계적 규모의 고층빌딩 건축열은 식을 것이다. 이번 테러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건축이라는 분야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
말레이지아의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 ‘페트로나스 타워’의 건축가 시저 펠리는 말한다.
"사람들은 과거와는 달리 고층건물의 꼭대기층을 임대하는 데 주저할 것이다. 특히 상징적인 건물은 더욱 심할 것이다"
세계에서 세 번째와 네 번째로 높은 빌딩인 시카고의 시어스 타워와 중국 샹하이의 진마오 빌딩을 설계한 ‘스키드모어, 오잉스와 메릴’ 건축회사의 데이빗 차일즈는 전망한다.
고층빌딩 가운데서도 80, 90, 100층짜리의 수퍼 고층빌딩은 일반 고층건물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주로 사무용으로 쓰이는 일반 고층빌딩과는 달리 이들 수퍼 고층빌딩은 사무공간인 동시에 주거공간이기도 하다. 수퍼 고층빌딩은 지진이나 강풍에 견디기 위해 구조적으로 추가의 보강장치가 필요하고 수직이동인구가 엄청나 층마다 가용공간이 줄어든다. 그만큼 개발업자의 이윤폭이 적다는 얘기다.
"30층짜리 건물이 이상적이다. 100층짜리 건물은 실용적이 못된다. 엘리베이터등 수직운송장치는 효율성에 있어서 항상 기대치에 못미친다"
뉴욕 3 타임즈스퀘어에 있는 30층짜리 건물 로이터 타워를 설계한 폭스 앤 파울 건축회사의 건축가 로버트 폭스 주니어는 강조한다.
M.I.T.건축계획대학원장 윌리엄 미첼은 수퍼 고층빌딩을 짓는 주된 목적이 상징성에 있다고 설명한다.
"누군가 강력한 상징을 파괴하려고 할 때 그 타겟이 되는 것은 바로 수퍼 고층빌딩이다. 빌딩이 갖고 있는 뚜렷한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에서 수퍼 고층빌딩건축붐이 인 것은 방금 막을 내린 지난 20세기.
이같은 마천루는 세계무대에서 뉴욕과 미국을 대표하는 상징이 됐다.
이 상징은 바로 미국적 낙관주의와 번영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일부는 이 상징들을 거만과 지배의 표상으로 받아들였다. 아시아국가의 도시들에서도 고층빌딩건축붐이 유사하게 일어났지만 유독 미국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부정적으로 투영된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높이 1,000피트가 넘는 17개 빌딩 가운데 아홉 개는 아시아지역에 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