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바람이 일고 있다. 한국과 미주 한인사회에서 최근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에서는 이혼율이 70년에 비해 10배로 늘어 났으며 평균 이혼연령이 남자는 40세, 여자는 36세로 되어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혼녀와 총각의 결합이 91년에 비해 2배로 늘어 났다는 사실이다. 통계청은 초혼부부중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10.7%지만 재혼부부에서 여자가 연상인 경우는 18.1%나 되는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건 바다건너 한국에서 일어나는 현상이라치고-이곳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이혼율이 점점 늘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LA의 경우 본보가 조사한 카운티 가정법원 통계에 의하면 지난 4월부터 6월사이 3개월동안 하루 평균 2쌍의 한인부부가 파경을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한인사회의 이혼율 증가가 실감나는 것은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해준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갈라선 경우를 주변에서 여러명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혼기를 앞둔 자녀를 가진 부모, 특히 딸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일이다.
결혼식만 할 것이 아니라 이혼식도 하면 어떻게 될까. 결혼식에 참석했던 친지들을 다 불러놓고 “우리 두 사람은 성격이 도저히 맞지를 않아 결국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이혼하지 않으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는 식으로 말이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탈무드에 보면 유대인이 이혼파티를 하는 장면도 있다. 유대인 풍습에는 여자가 결혼한지 10년이 되도록 아이를 못 낳으면 이혼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때 헤어지는 부인을 안타깝게 생각해 남편이 파티를 베푼 모양이다. 한국인은 상상도 할수없는 풍습이다. 이혼을 신청한 부부들이 가정법원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면 이건 부부가 아니라 원수지간이다.
이혼의 챔피온을 꼽으라면 남성 대표선수로는 화가 피카소이고 여성 대표선수로는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될 것 같다. 두 사람 모두 8번이나 결혼했다. 차이가 있다면 피카소는 8번째 결혼에서 성공했으나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8번째 결혼에서 또 실패했다는 사실이다. 더우기 피카소는 80세에 젊은 아내를 얻은 후 죽기전 ‘화가와 모델’이라는 대작을 내놓을 정도로 창작활동에서 다시 정열을 되찾았다.
피카소의 8번째 부인은 재클린느라는 여성이었는데 그녀는 매력적으로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우아하거나 머리가 뛰어난 여성도 아니었다. 모든 점에서 좀 부족한 여자였다. 한가지-피카소에 대해 너무나 헌신적이었다. 피카소는 재클린느와의 결혼에서 가장 행복을 느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의 부인들은 관능적이거나 너무 똑똑한 여성들이었는데 피카소는 이 여성들에게 지쳐 버렸다. 좀 모자라지만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드는 여자-그런 여자를 만난후부터 피카소가 행복해진 셈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평생 매력있는 남성을 찾다가 실패한 케이스다. 어제의 매력이 오늘은 싫증으로 변한다는 ‘미의 원리’를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이혼바람’은 미국에서는 한물 지났다. 60년대에 피크를 이루었던 미국의 이혼율은 82년부터는 줄어들고 있으며 요즘은 가정의 전통적인 가치를 다시 찾는 운동이 미전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혼바람’은 ME GENERATION의 등장과 함께 나타나는 사회현상이다. 또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등의 자기찾기 의식운동이 여성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것과 정비례하는 것이 이혼율이다.
그러나 이유야 어쨌든 이혼은 삶에 있어 실패과에 속하는 인간관계다. 이혼은 진정한 의미의 ‘자기찾기’가 될수 없다. 이혼한 사람들의 60%가 또 이혼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요즘 한국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혼에 관한 서적들이 마치 인생 재발견의 길인 것처럼 인식 되고있는 풍토는 잘못된 것이다. ‘이혼’이라면 미국이 선구자인데 그 미국에서 요즘 이혼율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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