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인 17일은 미국에서 ‘아버지 날’로 지켜지고 있다. 주요 언론매체에 실린 대형 백화점들의 ‘아버지 날’ 세일광고를 바라보는 김경수(26, 웨스트민스터 거주)씨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멋진 넥타이를 구입해도 이를 전해줄 아버지가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5일 강도가 쏜 총에 맞아 비명에 간 고 김행신(당시 애나하임 소재 러키세븐 리커 운영)씨의 아들. 김씨는 처음에 인터뷰 요청을 선뜻 받아들이지 않았다.
견디기 힘든 마음의 아픔을 이겨내고 꿋꿋이 살아가는 스토리가 고단한 미국생활을 살아가는 한인들에게 용기를 북돋워줄 것이라는 설득이 마음을 움직인 모양이다.
김씨가 말문을 열었다. 다음은 김씨가 애써 차분한 목소리로 들려준 사부곡의 일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TV 연속극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정답게 대화하는 장면이 나오면 TV를 꺼버렸습니다. 샤핑몰에서 아버지와 자녀들이 다정히 걷는 것이 눈에 띄면 고개를 돌려버렸습니다.
아버지가 숨진 다음날 업소의 참혹한 광경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업소는 아버지가 가족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삶의 현장이었습니다. 그 업소 바닥에 응고된 핏자국을 닦아내던 기억…
아버지와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는 눈물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학 졸업식장에서 보여주었던 아버지의 그 환한 웃음. 가족여행을 떠났을 때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자상함. 아버지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김씨는 지금까지 이렇게 나약한 감상에만 젖어 있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마음의 상처가 조금씩 아물면서 굳은 심지를 되찾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더욱 분명해진 사실은 아들로서 여동생과 어머니를 보살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은 사람들에 대해 이해와 자비심을 갖게 한 결정적인 동기가 됐습니다. 슬픔에 잠겨 헤매는 것보다 더 불행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보다 의미 있는 삶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김씨는 UC버클리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사건 때문에 학업(애머리대 공중보건학 석사과정)을 중단한 여동생 수영씨와 내년에 법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 김씨는 오는 7월1일부터 제일장로교회의 교인 5명과 함께 한달 동안 케냐에서 선교활동을 벌일 예정(활동을 도와줄 사람들은 F.P.C.O.C, Attn: Freddy Kim, 8141 Washington Ave. Midway City, CA 92655로 연락하면 된다).
김씨는 이번 선교활동이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것을 슬퍼하기보다는 현재 소유하고 있는 것을 감사’하는 마음가짐을 다시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고 있다.
한편 애나하임 경찰국의 홍보담당 릭 마티네즈 사전트는 14일 "김씨 살해범을 아직 잡지 못했다"며 "살해범 체포를 포기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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