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월 7일자 오피니언란에 게재된 조 연씨(뉴욕주 약사)의 <참다운 문인세계>를 읽고 그의 생각이 잘못돼 이를 시정해주고자 내 생각을 밝힌다.
조씨는 한국, 이곳 동포사회에 ‘문학’이 넘쳐흐른다는 말을 썼는데 가령 ‘문학’이 이 사회에 넘쳐흐른다고 하자. 그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질의 수준이야 작가의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을지 모르지만 문학이 사회에 항생제 오남용의 해악같은 폐해를 끼치는 파렴치는 아니지 않는가.
「스님이나 목사님들도 시인이거나 수필가임을 드러낸다」
종교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이며 성직자의 사명이 어떤 것인가. 종교적인 입장에서 여러 사람에게 좋은 말씀을 들려주고자 함이 잘못인가. 그들이 시인증이나 수필가증을 가지고 혹세무민이라도 했단 말인가. 글이 빼어나게 화려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순수한 열정은 지니고 있다. 스님, 목사가 시인, 수필가여서는 안되는 이유를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시인이 몇 천명이고, 강남에서 문인이 아닌 아줌마는 행세 못한다」
척박하고 메마른 사회에 춤추고 노래하는 것만이 사회의 활력소인가. 새삼 여기서 문학의 역할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문학이 갖는 요소는 사회가 인정하는 한 분야가 아닌가. 이에 참여하고자 하는 시인이 많음을 왜 한탄하는가. 방구석에 처박혀 생산성 없는 글만 써대는 사람들이 아니지 않는가.
그들은 거의 생업에 종사하며 사회의 어두운 면을 밝히려 애쓰는 사람들인 것을 모르는 척 어거지 부리고 있는가. 문인이란 비록 진실되게 살지는 못할지라도 진실하게 살려고 애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퇴폐행락에 허우적거리는 소위 유한마담들을 보라. 조금은 서툴고 거슬릴지라도 문인임을 자처하는 아줌마들. 나는 그들을 업어주고 싶다.
「문학이라는 것이 장식품이 되고 허세용 명함 역할로 등장…」
겸양이 미덕의 최고임을 강조한 책의 저자가 자기 이름 석자는 분명히 새겨두는 몰염치와 무엇이 다른가.
「창작을 한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남의 작품에 서열을 매기고 상을 주느니, 안주느니, 등단을 시키느니, 안 시키느니, 결정하는 권력행사를 즐긴다」
글쓰는 서생들이 몇명 모여 ‘권력’을 행사해봐야 얼마나 휘두르겠는가. 상 주기 위해 1,2등의 서열매김은 당연한 것 아닌가. 등단시키고 안 시키고 의견이 분분할 수 밖에 없는 사실을 왜 부정적인 눈으로 바라보려 하는가.
「타골, 까뮈, 싸르트르의 작품가치는 그들의 철저한 역사의식에 있었다고 믿는다」
「문학은 꽃과 구름이나 노래하는 것이 아니고 그 역사와 시대상을 놓고 고민 고민 또 고민하는…」
역사의식이 강한 그들의 작품만이 가치있는 작품이고 꽃이나 구름을 노래한 모든 작품은 허접쓰레기란 의미인가. 한국문단엔 역사와 시대상을 놓고 고민한 작품이 있다. 문학을 논하면서 역사와 시대만을 강조하는 논리는 무엇인가. 문학은 다양성의 기능이지 붉은 깃발에 꽤 맞추는 공산주의의 획일성이 아니다.
당신의 논조가 모순처럼 금방 드러남을 지적하겠다. 꽃과 구름의 낭만성은 모두 반사회적이고 역사의식 강한 작품만이 유일한 작품인 것처럼 우겼으면서 진보를 비판한 한 문인을 두고 「진보는 보수는 선의적 경쟁에서 더 나은 결과를 초래」 운운하고 「독선적 발상」이니 「창작의 기회균등을 무시하는 독재적 발상이다」 왜 한쪽 바퀴만이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는가.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문학도 뜨지만 말고 아래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한국만이 아니라 어느 나라이건 문학은 기층문화가 주류다. 올라간 곳은 어디며 내려가야 할 곳은 어디인가. 내가 두 발로 서 있는 곳이 문학이 갖는 애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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