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장의 여인 박은옥씨
▶ 전세계 관광사와 온라인 영업
앵커리지에서 3번 하이웨이를 따라 북쪽으로 약 220마일을 운전해 가면 디날리 국립공원을 10여 마일 남겨두고 캔트웰이라는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사방을 아무리 둘러봐도 눈 덮인 산과 황량한 도로 밖에 안보이는 촌구석이지만 마을입구에 서있는 한글간판이 눈에 쏙 들어온다.
’장엄산장’(Denali Manor). ‘디날리’가 에스키모 원주민어로 장엄함, 웅장함을 의미하는 말이라 주인 박은옥(53)씨가 이를 직역해 이름을 붙였다. 박씨는 97년 5∼6년 동안 비어있던 건물을 싼값에 사들여 손질한 뒤 99년 7월에 산장을 오픈했다. 방 10개, 캐빈 2개의 작은 규모지만 5월∼10월 성수기가 되면 빈방이 없다. 이 기간에는 숙박비도 두 배나 비싸다.
도회지 호텔에 비해서는 보잘 것 없지만 박씨의 사업방식은 다른 도시 못지 않게 초현대식이다. 남편과 아들의 도움으로 인터넷 홈페이지(www.denalimanor.com)를 개설하고 온라인으로 광고를 싣는가 하면 이메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관광사들과 소식을 주고받는다. 인구라고 해봐야 100명 남짓한 오지라도 사이버공간을 통한 사업영역은 전세계를 넘나든다.
박씨가 겨울철이 되면 ‘아무도 찾는 이 없는’ 이 산장에 정착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97년 봄. 남편 필립 드루소(53)씨와 함께 디날리 국립공원에 놀러왔다가 맥킨리의 산세에 홀딱 반해 그 곳에 살기로 작정했다. 남편은 디날리 국립공원 관리국으로 근무처를 잡았고 자신은 앵커리지에서 2년간 살면서 모은 돈으로 산장을 매입했다.
서울서 태어나 용인에서 자라난 박씨는 1968년 미 8군에서 비서로 일할 때 월남전에서 부상을 입고 서울로 후송돼 온 남편과 만나 결혼, 1970년 텍사스로 이민 왔다. 남편 쫓아 한국, 독일, 파나마 등 3대륙 6개국을 돌아다니며 살던 그녀는 1989년 남편이 준위로 전역한 뒤 더치하버의 한 전자회사에 엔지니어와 매니저로 나란히 일자리를 잡아 알래스카로 이주했다.
박씨는 "겨울에 한참 추울 때는 체감온도가 화씨 -50도까지 내려가지만 산이 좋아 산 옆에서 평생을 살기로 했다"며 "여름이 되면 한국관광객들도 종종 찾아오기 때문에 외롭다는 생각은 별로 느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남편과의 사이에 LA에서 컴퓨터 기술자로 일하는 리칸(32)과 앵커리지에 사는 필립 주니어(31) 등 두 아들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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