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답답하고 암담한 어둠의 통로 한복판에 놓여 있습니다.반목과 대립이 상충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미움과 원망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고 있습니다.
서로간에 자기 주장만을 고집하고 상대의 의견을 전혀 인정하지 않으려는 독단이 지배하고, 갖가지 환경파괴등으로 우리의 생존이 위협당하고 있으며, 인간의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나날이 가볍게 취급되고 있습니다.
탐욕과 이기심을 바탕으로 하고있는 중생세계는 언제나 문제를 안고 있게 마련이라 하겠으나 오늘 우리 사회는 가치관이 전도된 혼란한 상황이라 하지 않을수 없습니다.이와같은 오탁의 말법시대 한 복판에서 우리는 거룩한 부처님이 오신날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욱더 부처님이 인간 세상에 오신 뜻을 진지하게 되새겨 보아야 하겠습니다.“모든 부처는 오탁악세에 중생세간에 출현한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 사회야말로 오탁악세라 할 수밖에 없으니 부처님이 오셔야 할 때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부처님은 항상 황금빛 찬란하게 중생세간에 오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악을 징벌하는 금강역사의 모습으로 오시기도 하며 헐벗고 굶주린 자의 모습으로 우리곁에 오시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저 높은 곳에서 내려오시는 부처님만을 기대하고 있었기에 우리속에 오시는 부처님을 보지 못하지 않았는가를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부처님은 오탁악세에 오신다고 하셨으니, 우리는 어둡고 그늘진 곳에서 활동하는 모습으로 부처님이 오심을 보려 해야 할 것이요, 불의와 가식을 물리치고 정의와 진실을 지키려는 ‘파사현정’(破邪懸正)의 모습으로 부처님의 모습을 보려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은 매년 사월초파일에만 오시는 방문자가 아니라 우리가 숨쉬고 갈아가는 그곳에 항상 우리와 함께 숨쉬시고 있는 동참자로서 있으심을 발견해야 할 것입니다.
더구나 “중생의 모든 고통을 구원하시리라”고 하셨으니 오늘의 우리속에 분명히 오셔 있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눈이 부처님을 보지 못하고 우리들의 귀가 부처님의 목소리를 미처 듣지 못하며 우리의 가슴이 부처님의 숨결을 느끼지 못하고 있을 것이란 반성과 함께 부처님이 오심을 가슴으로 느끼고 귀로 들으며 눈으로 볼 수 있는 우리의 마음자세는 어떠한 것인지 깊이 생각해볼 일입니다.
고통받고 있는 자를 위해 눈물 흘릴줄 아는 사람이, 병고에 시달리고있는 자를 위해 위로의 말 한마디 할줄 아는 사람이, 부처님의 오심을 맞이할수 있을 것이며, 고독한 자에 기쁨을 줄수 있는 사람에게 부처님은 반가운 이웃으로 다가올수 있을 것입니다.나아가 중생계안에 극락세계를 건설하고 사회정의를 위하여 자기를 희생하고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는 마음에서 진정 부처님의 오심을 볼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사랑하는 아들이자 제자였던 라후라에게 “뭇 사람들을 위해 밝은 횃불이 되라”고 하신 그 말씀을 오늘 등불을 밝히고자 하는 이 시대의 불자들은 들을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이 땅의 불자들이 밝히는 등불은 불자들만의 가정에 부처님을 강림케하는 이기심의 등불이 아니라 우리의 모든 이웃과 다른 신앙과 믿음을 가지고 있는 자들의 가정에 더 밝은 빛을 밝혀주는 등불이 되어야 하겠으며 부처님에게 내 욕심을 채워달라는 간구의 등불이 아니라 모든 불자들이 부처님의 이름으로 이 땅에 극락세계를 이룩하겠다는 의지의 등불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부처님의 오심앞에 자기 이기심을 충족시키려는 마음은 어둡고 초라해지지만 자기를 남들에게 바치려는 마음은 나날이 밝아지고 위대해 보일 것입니다.그러므로 불자들은 우리 곁에 다시 오시는 부처님을 더욱 거룩하게 하기위하여 자그마한 베품이라도 반드시 실천에 옮겨, 우리 이웃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우리들의 모습을 통해 살아있는 작은 부처님의 분신들을 확인할수 있게 해야 하겠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을 맞이하여 다시한번 우리 불자 모두가 우리 역사안에서 부처님의 분신으로 새로나야 할 순간이며, 그러한 각오와 결단 그리고 원력으로 등불을 밝혀야 우리의 등불은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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