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터센터 ‘전력 먹는 하마’
▶ 10년간 10GW 추가 전력 수요
▶ 전력망 증설·산불대응 부담
▶ 현재도 요금 매년 상승 가속
인공지능(AI) 산업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이 급증하면서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전기요금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이미 미국 내 최고 수준의 전기료와 잇단 산불 비용 부담에 시달리는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또 다른 ‘요금 폭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캘리포니아의 독립 감시기구인 ‘리틀 후버 위원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에 미치는 비용은 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며, 일반 가정에 전가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전력망 부담과 전기요금 상승, 기후 목표 훼손 등을 막기 위한 10여 개 이상의 정책 권고안을 제시했다.
논란의 핵심은 AI 데이터센터가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 사용량이다.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회사인 PG&E는 향후 10년 동안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인해 최대 10기가와트(GW)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주 내 마지막 원전인 다이블로 캐년 파워 플랜트 발전 용량의 약 4배 수준이다. 새크라멘토 전체 지역이 가장 바쁜 시간대에 사용하는 전력이 3기가와트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는 도시 세 개가 넘는 전력을 데이터 센터가 통째로 삼키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는 평가다.
문제는 이 같은 전력 수요 증가가 결국 주민들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가 필요한 송전망 확충 비용과 전력망 서비스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특히 초대형 전력 사용 기업에 대해 별도 요금 체계를 도입해 전력망 인프라 비용 선납, 산불 대응 비용 분담, 사용 예정 전력량 일부 선구매 의무 등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리틀 후버 위원회의 페드로 나바 위원장은 “데이터 센터가 전력망에 가하는 부담은 센터 스스로 지불해야 한다”며, “높은 공공요금으로 이미 고통받는 캘리포니아 가족들이 빅테크의 전기료를 대신 내주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는 이미 미국에서 전기료 부담이 가장 큰 지역 중 하나다. AI 수요 이전에도 많게는 매년 5~10% 요금이 오르고 있다. 여기에 AI 산업 확대까지 이어질 경우 주민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캘리포니아 공공요금 개혁 네트워크(TURN)의 마크 토니 대표는 “데이터센터 산업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을 경우 전기요금을 급격히 끌어올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비상용 디젤 발전기가 지역 대기오염을 악화시키고 있으며, 냉각 과정에서 막대한 물 사용량까지 요구해 가뭄과 물 부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산업 성장 속도가 캘리포니아의 탄소중립 및 기후 대응 목표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민들이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조차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현재 테크 기업들은 시설별 구체적인 전력 사용량을 ‘영업 비밀’이라는 방패 뒤에 숨기고 있다. 보고서는 주 정부가 시설 단위의 기밀 보고를 의무화하여, 전력망의 여유 용량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규 프로젝트의 영향을 예측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실제 캘리포니아 정치권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어바인 지역구의 코티 페트리-노리스 주하원의원은 “주민 전기요금 인상을 막고 데이터센터가 정당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법안 패키지를 신속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난해에도 유사한 규제 법안들이 IT업계와 경제단체 반발로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만큼, 이번 입법 역시 치열한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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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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