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8일 알리 하메네이(87세) 이란 최고 지도자가 이스라엘 미사일 공격으로 표적 살해된 지 9일만인 3월 8일 88명의 성직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가 투표를 통해 하메네이 차남 모즈타바(56세)를 제3대 최고 지도 자로 선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하메네이 아들을 선출한 것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강경 노선을 지속하겠다는 결사 항전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미국은 “항복 없이는 협상도 없다”고 말하고 있고, 이란은 “항복도 협상도 없다”고 맞받아 치고 있다. 끝이 보이 지 않는 이 혼란스러운 전쟁은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장기화 국면으로 빠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이란 지도부는 2025년 이스라엘·이란 분쟁 후 이번 공습을 미리 대비하고 있었으며, 장기적으로 보복 능력을 유지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이 생각하는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핵개발 저지인가, 정권 교체인가, 석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 견제인가, 아니면 이스라엘로 중동재편인가. 초기 전술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핵심적인 질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뉴욕 타임즈에 따르면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수 개월 동안 미국의 이란 공격을 촉구해 왔으며, 2월 11일 백 악관 회담에서 결정적인 타격을 가해줄 것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Axios보도에 따르면, 2월 23일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며, 2월 28일 토요일 아침 테헤란의 한 장소에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고위 참모들이 모일 것이라는 첩보를 전달하며 “단 한번의 공습으로 그들을 제거할 수 있다” 설득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후 보도에 따르면 이 회담은 군사 계획 수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트럼프는 네타냐후 유혹과 함정의 덫에 걸린 것일까? ‘기독교 신정론’(Christian theodicy)에서 사탄의 역할은 필연적인 반응을 유발하기 위해 불길한 사건들을 일으키는 것이다. 악은 포장된 선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악마는 밀턴의 ‘실낙원’, 셸리의 ‘프로메테우스 해방과 괴테의 ‘파우스트’에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다. 끝없는 욕망을 가진 파우스트는 신이 보낸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를 부리며 영원히 악을 행하도록 한다. 국제 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가나지구 전범 네타냐후에게 피비린내나는 살상 행위를 또다시 재개할 구실을 주어서는 안된다. 악마는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도 불청객이자 불편한 존재이다.
미국이 30년 동안 벌인 21세기형 ‘무력외교’의 특징은 해군력과 공군력이 단순히 억지력으로서가 아니라 강압적인 협상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이란 공습도 마찬가지다. 이는 20세기 초 줄리오 두헤트의 공군력 교리에서 출발하며, 첨단 공군력으로 초토화한 뒤 소규모 지상군으로 마무리한다는 부시행정부 국방장관 럼스펠드 독트린에 근거한다. 하지만 이라크·아프카니스탄 전쟁은 미국의 재앙으로 끝났다. 해군력과 공군력은 적의 사기를 꺾고 도시·군사시설을 파괴할 수는 있지만, 영토를 점령하거나, 정권을 교체하거나, 영구적인 정치적 항복을 이끌 수는 없다.
프로이센의 군사 이론가 카를 폰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이 일단 시작되면 그 자체로 예측 불가능한 양상을 띤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치 지도자들은 전쟁을 언제 시작할지는 선택할 수 있지만, 그 궤적을 선형적으로 통제할 수는 없다. 일단 무력이 동원되면 확전, 보복,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결과들이 어떤 계획자도 완전히 예측할 수 없는 경로를 따라 전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잠시 숨을 고르며 다음 행보를 고심해야 한다. 전쟁을 지속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 끝낼 것인 지? 전쟁 발발 직후 실시된 로이터·입소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43%가 반대를 표명했으며 27%만이 지지했다. 2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특히, 그의 정치적 기반인 MAGA 운동의 지지층과 주요 인사들이 이번 공습에 심각한 배신감을 느끼고 떠났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 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서는 전쟁 출구전략을 찾아야 한다.
미국 국민은 더 이상의 전쟁 사망자를 원하지 않는다. 가솔린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는 것 도, 모기지 금리가 오른 것도, 채권 값이 오른 것도, 주식 값이 떨어진 것도 원하지 않는다.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의료보험 혜택을 잃는 동안 수백억 달러를 이 전쟁에 낭비하는 것도 원하지 않는다. 대다수의 미국 국민은 트럼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 동안 국내 문제, 특히 경제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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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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