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미식업계의 관심은 온통 LA에 쏠려있다. ‘세계최고’의 명성을 가진 덴마크 식당 ‘노마’(Noma)가 3월부터 16주 동안 이곳 실버레이크에서 팝업 레스토랑을 열기 때문이다.
식사비용은 일인당 1,500달러. 음료와 세금, 팁이 포함된 가격이라고는 하지만 좀 심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한 달 전 예약이 오픈되자마자 60초 만에 모든 자리가 완판되어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노마는 셰프 르네 레드제피(Ren? Redzepi, 48)가 2003년 코펜하겐에 오픈한 식당으로, 5년 연속 미셸린 3스타를 받았고, 굴지의 ‘세계 50대 식당’에서 다섯 번이나 1위에 오른 파인 다이닝의 성지다. 같은 기록을 가진 식당은 스페인의 ‘엘 불리’(El Bulli)가 유일한데 2011년 문을 닫았으니, 노마는 명실공히 현존하는 최고의 레스토랑이다.
세계 50대 식당(World’s 50 Best Restaurant)은 영국의 레스토랑 매거진이 2002년부터 선정해온 식당 순위로, 미슐랭처럼 익명의 심사관이 방문하여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약 1,000명에 달하는 셰프, 식당운영자, 평론가, 미식전문가들의 투표로 순위가 매겨진다. 따라서 미슐랭보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희소가치도 훨씬 높아서 리스트에 오른 식당은 예약 폭증은 물론, 그 도시의 관광산업까지 부양하는 효과를 누리게 된다. 노마는 2010, 2011, 2012, 2014, 2021년에 정상에 오르면서 코펜하겐을 세계 미식의 중심지로 만들었다.
한국인 운영 식당 중에서는 뉴욕 박정현 셰프의 ‘아토믹스’가 3년 연속(2023년 8위, 2024년 6위, 2025년 12위) 포함됐고, 샌프란시스코 코리 리 셰프의 ‘베누’가 2021년에 28위, 그리고 서울에서는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가 2024년 44위에 이어 지난해 29위로 선정됐다.
르네 레드제프는 아무도 생각해보지 못한 식재료를 찾아내고 조리법을 개발해 끊임없이 창의적인 요리를 내놓아 ‘요리사들의 신’으로 등극했다. 대구 간, 가자미 알, 사슴 뇌, 해초, 꽃, 나무, 심지어 개미와 곤충까지 접시에 올림으로써 북유럽 쿠진의 선구자가 되었고, 푸아그라와 캐비아 없이도 최상위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오뜨 쿠진의 새 질서를 창조했다. 3~5시간 동안 18코스가 서브되는 노마에서의 식사는 현재 688달러, 여기에 와인이나 주스 페어링을 더하면 일인당 800~1,000달러를 쓰게 된다.
그런데 노마 LA의 가격은 왜 이보다 더 비쌀까? 이유는 코펜하겐에서 데려오는 130명 인력의 숙박, 이동, 그리고 일부 직원들의 자녀교육비까지 모두 부담하기 때문이다.
노마 LA는 3월11일부터 6월26일까지 주 4일, 한번에 42명을 받는다. 이 팝업 레스토랑을 위해 레드제피는 11월부터 실버레이크에 상주하고 있으며, 일부 팀원들은 그보다 먼저 도착해 현지 식재료의 채집과 재배, 지역생산자들과의 협업을 진행해왔다. 또 다른 스태프들은 대여 공간을 최고의 미식경험을 선사하는 완벽한 분위기의 레스토랑으로 개조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투입되는 시간과 인력과 노력, 전문성과 창의력을 보면 ‘공연예술’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 손님들은 단 한번뿐일 그 경험을 위해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노마의 해외 레지던시는 LA가 처음이 아니다. 레드제피는 2012년 런던을 시작으로 도쿄와 교토, 호주 시드니, 멕시코 툴룸에서 팝업 노마를 운영해왔다. 도시 전체를 무대로 한 이런 프로젝트는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렵지만, 창의력의 쇄신을 위해 도전한다는 레드제피는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5~6개월 동안 에너지를 쏟아부어 LA의 창의적인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배우고 영감을 얻는 것이 우리가 얻는 이익이다”라고 말했다.
여기까지 쓰고 보니 노마 LA를 홍보라도 하는 것 같은데 사실은 그 반대다. 파인 다이닝 코스요리의 특별함과 근사함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아무리 그래도 한 끼에 1,500달러는 대부분의 사람에게 충격이고, 위화감을 넘어 분노를 불러일으킨다.
시점도 좋지 않다. 요즘은 LA뿐 아니라 미국 전체의 요식업계가 침체에 빠져있다. 특히 LA의 식당가는 2025년에 유난히 힘들었다. 연초부터 대규모 산불에 수많은 주택과 사업체가 파괴되었고, 이민자단속으로 식당의 매출감소가 계속되고 있으며, 관세인상으로 식재료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악재에 악재가 겹쳐 한 해 동안 100여 곳의 식당이 문을 닫았다.
우리가 아는 곳만 해도 코리아타운의 보석같던 퓨전식당 ‘히얼스 루킹 앳 유’(HLAY), 다운타운의 ‘오리지널 팬트리’ ‘양반’ ‘르 프티 파리’, 말리부의 ‘문 섀도’, 6가의 오리지널 ‘선농단’, 바비큐전문점 ‘함지박’은 한인타운과 피코점 모두 문을 닫았고, 유명 셰프 상 윤은 ‘파더스 오피스’ 다운타운 점과 컬버 시티의 ‘헴스 베이커리’를 폐업했다.
부자들이 자기 돈으로 무엇을 먹던 얼마를 쓰던 내 알바 아니지만, 미국인 7명중 1명, 무려 4,500만명이 끼니를 거를 정도의 식량불안 상태에서 살고 있음을 생각한다면, 지구촌에서 3억명 이상이 긴급기아 상태임을 지각한다면, 한번 입에 넣으면 그만인 음식 한 끼에 1,500달러는 거의 죄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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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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