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CBS 뉴스 등 몇몇 언론들은 플로리다의 한 식당에서 일어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했다. 펜사콜라의 해물요리 식당인 슈림프 배스킷을 무대로 식당의 오랜 단골과 주방장을 비롯한 식당 직원들이 총 출동한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3개월 전이었다.
지난 9월 슈림프 배스킷의 주방장, 도넬 스털워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식당을 찾던 손님이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찰리 힉스라는 78세 노인은 시계처럼 정확했다. 매일 점심때면 와서 검보 한 컵을 시켜 먹고, 저녁이면 다시 와서 검보를 시켰다. 검보에 밥을 약간 넣으라, 크래커는 넣지 말라며 하루 두번 똑같은 음식을 주문해온 것이 10년. 힉스 없는 슈림프 배스킷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러던 힉스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자 스털워스는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난 것”이라고 확신했다. 불길한 예감에 휩싸인 셰프는 근무 중간에 식당을 나와 힉스의 아파트로 차를 몰았다. 그리고는 여러 차례 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막 돌아서려는 순간 무슨 소리가 들렸어요. 목소리, ‘도와줘요’ 같은 소리였어요.”
그가 문을 박차고 들어가 보니 노인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마나 오래 쓰러져 있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힉스는 갈비뼈 두 개가 부러졌고 탈수 증세가 대단히 심한 상태였다. 혼자 사는 노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었다. 독거노인이 지병이나 낙상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때,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채 방치되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가 있다.
다행히 힉스는 단골식당 셰프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가 입원한 동안 식당 직원들은 번갈아 가며 병원으로 검보를 날랐다. 그리고는 힉스가 식당 바로 옆으로 이사하도록 아파트를 알아보았다. 수시로 들여다보며 노인을 챙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노인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하고, 낙상사고 3개월 만에 다시 식당을 찾았다.
매일 즐겨 앉던 테이블에 앉아 늘 즐겨 먹던 음식을 주문했다. 10년 째 해오던 일상 그대로인데 한가지 달라진 게 있었다. 식당 직원들과의 관계이다. 그들은 더 이상 식당 직원과 손님이 아니다. 삼촌 같기도 하고, 할아버지 같기도 하며, 절친 같기도 한 그런 존재, 그런 끈끈한 관계가 지난 세달 사이 형성되었다.
혼자 사는 것이 더 이상 이상하지 않은 사회가 되었다. 과거 혼자 사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에 속했다. 가족들과 더불어, 아니면 친척집에 얹혀서라도 벅적벅적 같이 모여 살았다. 지금은 미국에서 ‘나홀로’ 사는 일인가구가 전체 가구 중 거의 30%에 달한다. 일인가구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굳이 통계를 찾아볼 필요도 없다. 주변을 둘러보면 혼자 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젊은 층은 결혼을 미루거나 안 하고, 중장년층사이에서는 황혼이혼이 늘어나면서 저마다 당연한 듯 혼자 산다.
그러면서 유행병처럼 번지는 게 외로움. 미국 은퇴자 협회(AARP)가 지난 8월 45세 이상 성인 3,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외롭다’는 응답이 40%에 달한다. 특히 남성이 심해서 42%가 외롭다고 답했다. 여성은 37%. 과거처럼 교회활동이나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런 활동도 별로 안 하니 외로운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
성탄 절기이다. 성탄의 메시지는 사랑, 이웃을 내 몸과 같이 돌보는 사랑이다. 연말연시 파티의 계절이면 외로움이 더욱 깊어지는 이웃들이 있다. 그들을 돌아보는 시선과 관심이 필요하다. 지나가다 들러보는 마음, 혹은 전화 한통이 외로움을 녹이고 때로 생명을 살리기도 한다. 플로리다 식당 직원들이 그 좋은 예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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