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 최대’ 이전 상장
▶ 53년만에 뉴욕거래소 떠나
▶ 로봇·AI 등에 대대적 투자
▶ 기술기반 기업 정체성 구축
▶ 나스닥100지수 편입 유력
미국 최대 유통 기업 월마트가 53년 만에 뉴욕증권거래소(NYSE)를 떠나 기술 중심 시장인 나스닥으로 무대를 옮긴다. 유통 기업을 넘어 기술 기업으로 체질을 재편하려는 전략이 본격화된 가운데 이번 이전이 미래 성장 전략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월마트는 12월 9일부터 보통주 상장 시장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나스닥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1972년 뉴욕 증시에 입성한 후 줄곧 뉴욕증권거래소에 이름을 올려 온 월마트가 53년 만에 거래소를 바꾸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전통 제조업, 소비재 기업 등이 주를 이루지만 나스닥은 테크 기업이 다수를 차지한다.
물론 과거에도 전통 산업 기업들이 나스닥으로 옮기는 사례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음료·식품 제조사 펩시코는 약 100년 가까이 유지해온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끝내고 나스닥으로 이전했다. 당시 펩시코의 시가총액은 약 1,660억 달러로 나스닥 이전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혔다. 이후 2023년 약 1,800억 달러 규모로 상장지를 옮긴 산업가스 기업 린데가 그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시가총액 8540억 달러(약 1260조 원)에 달하는 월마트의 이전은 과거 기록들을 압도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현재 나스닥에 이름이 올라 있는 유통 기업 코스트코의 경우 1985년 나스닥에서 데뷔했다.
월마트의 이번 결정은 유통을 넘어 기술 기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구상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기업과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월마트는 인공지능(AI), 로봇, 자동화 기술 등 차세대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새로운 정체성을 구축하는 중이다.
실제 오픈AI와 협업해 챗GPT 플랫폼 내에서 월마트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드론·자율배송 등 차세대 물류 기술을 총괄하는 디지털 풀필먼트 혁신 담당 부사장 직책을 신설해 물류 자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매장 재고 관리에서도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상품 이동 동선과 진열 적정 시점을 실시간 시뮬레이션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나스닥으로의 이전은 사람 중심, 기술 기반이라는 월마트의 장기 전략과 일치한다”며 “자동화와 AI를 결합해 고객에게 더 스마트하고 빠르며 유기적인 쇼핑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변화가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월마트가 이전 직후 나스닥100 지수 편입이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마트 시총 규모가 현재 나스닥100 구성 종목인 넷플릭스(4,490억 달러), 코스트코(3,959억 달러)의 두 배 가까이에 이르기 때문이다.
나스닥100 지수에 편입될 경우 월마트는 성장 기업에 투자하는 자금을 비롯해 나스닥100 지수 추종 자금 유입이 확대될 수 있다. 현재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상품인 인베스코 상장지수펀드(ETF) 1개의 운용 규모만 4,0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 자산운용사 아넥스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브라이언 제이콥슨은 “월마트가 나스닥100 지수에 포함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인상적”이라며 “기술 기업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자연스럽게 필수 소비재 기업인 월마트까지 담게 되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월마트는 이날 2026회계연도 3분기(2025년 8~10월) 실적도 공개했다. 이번 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1795억 달러를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0.2% 감소한 67억 달러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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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이완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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