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한동훈 잡는다’ 보고 받고 안알려…정치 관여·위증 등 혐의도
▶ 한덕수·박성재 연속 영장 기각 후 ‘분위기 반전’…남은 수사 탄력받나

(서울=연합뉴스) 국가정보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등의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이 11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다. 2025.11.11
직무유기 및 국정원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조태용 전 국정원장이 12일(이하 한국시간) 구속됐다.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조 전 원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지난 7일 조 전 원장에 대해 정치 관여 금지의 국정원법 위반, 직무유기, 위증, 증거인멸,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국회 증언 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조 전 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전 비상계엄 선포 계획을 알았음에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았다.
계엄 선포 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계엄군이 이재명·한동훈 잡으러 다닌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 또한 국회에 알리지 않았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이처럼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미리 알았음에도, 국회에 즉시 보고해야 하는 국정원장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은 계엄 당시 홍 전 차장의 동선이 담긴 국정원 폐쇄회로(CC)TV 영상을 국민의힘 측에만 제공하고, 자신의 동선이 담긴 영상은 더불어민주당 측에 제공하지 않아 국정원법상 명시된 정치 관여 금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민의힘 측 의도를 알면서 CCTV를 제공하고, 본인 동선 CCTV를 제출하라는 민주당 요구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거절한 것이 정치 관여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에서 허위 증언을 하고, 국회 내란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위 등에 허위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도 영장에 기재됐다.
조 전 원장은 앞서 증언과 답변서 등을 통해 계엄 선포 이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포고령 등 계엄 관련 문건을 보지 못했고, 다른 국무위원들이 문건을 받는 것도 못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대통령 집무실 CCTV에는 국무위원들이 포고령 등으로 추정되는 문건을 받아 보고, 조 전 원장이 집무실을 나가면서 종이를 양복 주머니에 접어 넣는 모습이 포착됐다.
조 전 원장은 작년 3월 '삼청동 안가 회동' 참석 멤버로, 국회와 헌재에 증인으로 출석해 윤 전 대통령이 안가 회동 당시 '비상한 조치'를 언급한 적 없다고 증언했으나 특검팀은 이 역시 허위라고 판단했다.
조 전 원장이 윤 전 대통령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 삭제에 관여했다는 혐의(증거인멸)도 구속영장 혐의에 포함됐다. 홍 전 차장이 윤 전 대통령과 통화 내역을 공개한 이후 조 전 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 간 통화가 이뤄졌고, 이후 비화폰 기록이 삭제됐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482쪽 분량의 의견서와 151장의 PPT를 토대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에 총력을 기울였다.
조 전 원장은 이날 영장 심사에서도 혐의 전반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체포 관련 내용에 대해 명확하게 보고받지 못했으며, CCTV 제공 역시 논란이 된 사안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 제공 차원일 뿐 정치 관여 의도는 아니라고 소명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계엄 국무회의 당시 문건을 받지 않았다고 위증하고 허위로 답변서를 제출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의 주장을 검토한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조 전 원장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이 '내란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 주요 인사를 구속한 것은 지난 8월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후 처음이다.
이후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이 잇따라 기각되면서 '숨 고르기' 시간을 가졌지만, 이번 영장 발부를 계기로 남은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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