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 전쟁을 둘러싼 말싸움의 잔해가 가라앉자 이란의 핵 프로그램이 최소한 1년 이상 무력화될 만큼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증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스라엘의 한 정통한 소식통은 필자에게 “이란은 더 이상 핵무장국 진입 문턱에 서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설사 이란이 비밀리에 핵개발 활동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운반이 가능한 핵무기를 만드는데 적어도 1-2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보았다. “어쩌면 조잡한 수준의 핵무기를 이보다 앞당겨 제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이스라엘은 이란의 핵실험이 임박했음을 알아챌 것이고, 대대적인 공습으로 이를 무력화시킬 것”이라는 얘기다.
이는 공격 목표를 완전히 달성했다는 트럼프 행정부와 이스라엘 정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새로운 증거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평가에 힘을 보태주지만, 아직도 몇가지 석연치 않은 점이 남아 있다. 이란은 파괴되지 않은 원심분리기와 비축 우라늄 혹은 무기등급의 농축 우라늄을 어딘가에 숨겨놓았을 수 있다. 테헤란 정부는 얼마 되지 않는 숨겨둔 자원을 활용해 핵폭탄 개발에 박차를 가하거나 이스라엘 혹은 미국을 상대로 끔찍한 테러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이외에도 아직껏 알려지지 않은 변수가 수두룩하다.
이스라엘과 미국 소식통은 이란에 대한 공습으로 우라늄을 농축하는 원심분리기의 상당수가 파괴되었고 우라늄을 무기화하는 공격적인 프로그램도 대체로 힘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자장비 시스템을 무력화할 전자기펄스(EMP) 무기와 보다 복잡한 핵융합 폭탄 및 표준적인 핵분열합 탄두를 연구중이었다.
이란의 가장 뼈아픈 손실은 이스라엘의 표적 공격으로 핵 개발을 이끌어온 과학자들이 거의 모두 사망했다는 점이다. 소식통들은 개전 초기에 이란의 1등급과 2등급 물리학자 및 핵 과학자와 3등급에 속한 나머지 과학자 대다수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숨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관리들은 이들의 제거를 통해 젊은 이란 과학자들이 사망선고나 다름없는 핵 개발 프로그램에 참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게 만드는 차단효과를 거둔 것으로 확신한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이란의 핵심 과학자들을 제거함으로써 이스라엘 정부는 이란의 EMP와 핵융합 프로그램을 중단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은 EMP 장비개발이 핵무기를 금지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파트와(칙령)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고 개발을 장려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그러나 하메네이의 파트와에 상관없이 핵무기 개발에 신속한 진전이 이루어지면서 최고 지도자의 최종 승인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상태였다.
이란의 군사 및 과학 분야의 엘리트들을 겨냥해 거의 동시에 단행된 조율된 공습은 이스라엘의 놀라운 정보수집력과 표적 설정 능력을 과시했다. 또한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은 여러 갈래의 복잡한 데이터를 세계 전사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으로 정밀하게 조율하는 탁월한 능력을 선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과 이스라엘 소식통은 이번 공격을 공중전, 첩보전과 알고리듬전의 결정판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은 벙커 파괴용 폭탄을 탑재한 공군의 B-2 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을 장착한 해군 함정을 동원해 이란에 결정타를 날렸다. 미국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 프로그램 무력화 시도의 정점을 찍었고 도널드 트럼프에게 성공에 따른 일부 지분을 쥐어주었으며 미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했다.
앞서 언급한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월13일 이스라엘에 이란 공습을 단행해도 좋다는 청신호를 보내면서도 미국은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가는 겅우에 한해 개입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트럼프가 종전을 선언했을 당시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을 불안정하게 만들기 위한 최종 공격 단계로 진입중이었다.
이스라엘의 사후평가는 일반에 공개된 미국 측의 상세한 분석과 대체로 일치한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합작한 공습은 나탄즈 우라늄 농축시설을 파괴했고 지하 깊숙이 위치한 거대하고 복잡한 포르도 우라늄 농축시설을 무력화시켰다. 또한 핵분열성 물질을 무기화하는데 필요한 철판으로 바꾸어주는 변환 시설이 이스파한 공습으로 파괴됐고 400킬로그램의 고농축 우라늄을 숨겨두었던 저장시설도 매몰됐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설사 이란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고농축 우라늄을 갖고 있다 해도 방사능을 발산하는 핵물질로 채워진 ‘더러운 폭탄(dirt bomb)’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에서 진행된 개전후 첫 이틀간의 군사작전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이 보유한 3,000발의 탄도미사일 중 절반과 500기의 미사일 발사대 가운데 80%를 파괴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 소식통은 앞서 이란이 탄도미사일 비축량을 8,000발로 늘릴 계획이었기 때문에 지난번의 공걱이 연기됐더라면 이란의 반격으로 이스라엘 본토가 훨씬 심각한 피해에 노출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이 예상보다 많은 탄도 미사일을 보유중이었다는 사실이 이스라엘에게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며 이들은 일단 발사된 후에는 요격하기 힘든 무기라고 전했다.
핵 시설과 그곳에서 일하는 과학자들 이외에 이스라엘은 지휘본부, 문서저장고, 연구실과 실험 장비 둥 핵 프로그램의 병참 토대까지 공격해 파괴했다. 이로 인해 이란의 핵 억제력 보유 의지가 오히려 커졌을지 모르지만 파괴된 모든 핵심 요소들을 재건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다.
결정적인 12일 전쟁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처한 남은 정책 딜레마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 재개를 막기 위한 새로운 협정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다. 미국측 관리들에 따르면 테헤란은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라는 워싱턴의 요구에 아직까지 귀를 닫고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이란이 1968년에 체결된 핵확산방지협정(NPT) 가입국으로 남아있기를 희망한다. 이 경우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핵시설에 대한 현장실사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리고 아마도 앞으로 오랫동안, 대부분의 이란 핵 시설은 잔해와 먼지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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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빗 이그나티우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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