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적 해이’ 주장 금융업계 반대로 의료비 채무자 크레딧 개선 물거품
▶ 광범위한 크레딧 점수 하락 우려
▶ 조금 쓰고 ‘제때·빨리’ 갚아야 올라

500달러 초과 의료부채를 크레딧 기록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이 무효화됐다. 이에따라 의료부채를 지닌 소비자들의 광범위한 크레딧 점수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로이터]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이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지난해 여름, 500달러를 초과하는 의료 부채를 크레딧 평가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발표한 바 있다. 에퀴팩스, 엑스페리언, 트랜스유니언 등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이 규정에 따라 의료비 연체 정보를 상세 신용기록에서 제외해야 했다. 하지만 해당 조치가 최근 법원 판결로 무효화됐다. 현재 미국 내 전체 가구 중 약 20%가 크레딧 기록에 의료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때문에 주택 구매, 자동차 할부는 물론, 일부 취업에도 불이익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 법원 ‘CFPB, 권한 넘어섰다’ 판단연방 법원은 지난달 해당 조치가 CFPB의 법적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번 규정은 채권추심업체와 은행 등 금융업계의 강한 반발을 받아왔다. 금융업계는 “의료부채를 크레딧 기록에서 제외하면 금융 부문의 도덕적 해이가 우려되고 연체를 부추길 수 있다”라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CFPB 기능이 대폭 축소됐고, 이후 금융업계가 해당 규정을 겨냥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이번 판결을 이끌어 낸 결정적 원인이다.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소비자데이터산업협회’(CDIA) 등 관련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CDIA 댄 스미스 회장은 성명을 통해 “미국 금융 시스템이 세계 최고 수준인 이유는 공정하며 정확한 신용보고 체계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라며 “은행이 대출자의 책임감을 판단하기 위해 의료부채 정보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 14개 주, 자체 반영 금지 규정앞으로 의료비 연체가 크레딧 점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거주하는 주에 따라 차이가 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14개 주는 의료부채를 크레딧 정보에서 제외하는 자체 법안을 시행 중이며 1개 주는 유사한 법안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연맹’(CFA)의 애덤 러스트 금융서비스 국장은 “연방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주 정부들은 독자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판결에 대해 “소비자 보호 규정을 외면하고, 금융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주 정부의 관련 법률 시행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고 본다.
의료부채가 크레딧 점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 그대로 유지되는 규정도 있다. 2023년부터 신용평가 3사는 500달러 미만의 의료부채는 크레딧 점수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규정은 그대로 유지된다. 해당 규정은 CFPB의 조사에서 의료부채가 다른 채무보다 신용도를 예측하는 데 부정확하다는 지적에 따른 조치였다.
■ 의료비 채무자, 크레딧 개선 기대 물거품바이든 행정부는 의료부채를 크레딧 정보에서 제외하는 조치가 약 1,500만 명을 대상으로 총 490억 달러에 달하는 의료비 채무를 크레딧 기록에서 삭제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당시 예상에 따르면 해당 규정이 시행될 경우 의료부채를 지닌 소비자들의 크레딧 점수가 평균 20점 이상 상승하고, 해당 소비자 대상으로 매년 약 2만2,000건의 모기지 대출 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다.
비영리 독립 정책 연구기관 ‘어반 인스티튜트’(Urban Institute)에 따르면 작년 8월 기준 약 1,000만 명의 소비자들이 크레딧 기록에 ‘추심 중 의료부채’ 기록이 올라가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지역 간 격차도 뚜렷한데, 의료부채가 남동부 지역에서 크레딧 점수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특히 메디케이드를 확대하지 않은 주들에서는 의료부채로 인한 크레딧 점수 영향이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이 없는 저소득층은 의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이는 곧 높은 의료비 채무와 낮은 크레딧 점수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 광범위한 크레딧 점수 하락 우려병원비를 제때 납부하지 못하면, 해당 채무가 채권추심업체로 넘어간다. 추심업체는 개인의 채무 상태를 표시한 ‘트레이드라인’(Tradeline)을 신용평가사에 보고하고, 이는 크레딧 기록에 그대로 반영된다. 크레딧 점수가 낮아지면 크레딧 카드, 자동차 할부, 모기지 대출 등 주요 금융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진다. 대출이 승인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 받아야 한다. 일부 기업은 채용 과정에서 신용조회를 실시하기 때문에 이 경우 취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자연맹’(CFA)의 애덤 러스트 국장은 “많은 소비자들이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지만 높은 자기부담금, 보험적용 제외 병원비, 보험금 지급 거절 등의 이유로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라며 “법원이 의료부채의 크레딧 기록 반영을 허용한 이번 판결은,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와 맞물려 광범위한 크레딧 점수 하락을 불러올 수 있고 소비 위축과 금융시장 위축 등 전반적인 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 전통적 방법으로 점수 올리는 수밖에크레딧 점수는 단기간에 올리기 어렵지만, 몇 가지 원칙을 꾸준히 지키면 충분히 개선 가능하다. 크레딧 점수 산정에서 가장 큰 비중(35%)을 차지하는 요소는 바로 ‘결제 이력’이다. 연체 없이 꾸준히 납부한 기록이 가장 중요한 평가 기준이며, 최근 연체일수록 크레딧 점수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크레딧 카드 사용률’(Credit Card Utilization Rate)도 중요한 요소다. 전문가들은 사용 가능한 전체 한도의 30% 이하로 사용하는 것이 크레딧 점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크레딧 한도가 1,000달러라면 월 300달러 이상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 크레딧 카드 사용 후 빨리 상환할 수록 크레딧 점수에도 긍정적이다.
크레딧 이력이 짧은 청년층은 별도의 소액결제 전용 카드를 개설해 소액만 쓰고 즉시 갚는 방법도 효과적이다. ‘피기백’(Piggyback) 전략도 많이 사용된다. 이 전략은 부모가 자녀를 가족카드의 ‘추가 사용자’로 등록하면, 자녀는 부모의 크레딧 이력을 일부 공유하게 되어 초기 크레딧 점수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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