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운틴패스 소재 미 희토류 업체 MP 르포
▶ 희토류, 땅서 극소량만 나오는 원소
▶ 전기차 모터 등 첨단 산업 필수 소재
▶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 中이 장악

미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에 있는 마운틴패스 희토류 광산의 2024년 항공사진. 미국 정부는 최근 이 광산을 소유한 MP머티리얼스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다. 미국이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중국 측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인해 양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계기가 됐다. [MP머티리얼스 제공]
미 국방부, 희토류 광산 소유한 MP
우선주 15% 인수하며 구원자 나서
생산 제품 최저 가격 보장까지 약속
희토류, 정제·분리 공정의 장벽 높고
폐수처리 환경규제도 넘어야 할 산
“산업 기반 구축하려면 20년은 필요”최고 41도의 건식 사우나 같은 날씨. 구름 한 점 없이 파란 하늘에선 자외선이 그대로 살갗에 내리쬐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출발해 한 시간 반가량 고속도로를 달리니, 모래와 자갈 속 점점이 선인장과 마른 풀만 보이는 모하비사막의 황량한 풍경 위로 가지런히 깎인 노천광이 모습을 드러냈다. 자원을 무기화한 중국에 맞서기 위해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을 복원하고 있는 현장, 마운틴패스 광산이다.
사방은 민둥산. 그늘 하나 없는 곳이지만 보안은 철저했다. 입구 차단기 앞에는 커다란 트럭들이 줄줄이 보안 점검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뒤 보안요원 미구엘 디즈는 “이곳은 민간인이 출입할 수 없다”며 “내가 일하는 동안 어느 언론사도 내부 취재를 허가받은 것을 본 적이 없다”며 막아섰다. 어쩔 수 없이 철조망 너머 광산을 바라보며 아쉽게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MP머티리얼스(MP)가 운영하는 미국 내 유일한 희토류 채굴·정제시설이다. 미국뿐 아니라 서반구에서 가장 규모가 큰 희토류 생산지로 꼽힌다. MP는 텍사스주 포트워스에 희토류 금속과 자석을 생산하는 공장도 갖고 있다. 1965~1995년 전 세계 희토류 공급은 이 광산이 책임지다시피 했을 정도다. 그러나 1998년 이후 강화된 환경 규제에 더해 저가 공세를 앞세운 중국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이 광산의 희토류 생산 및 판매는 크게 감소했다.
2002년 문을 닫았다가 10년 뒤 채굴을 재개한 당시 운영사 몰리코프는 2015년 친환경 처리 기술을 완성하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다. 2017년 현 운영사인 MP가 이 광산에서 채굴 작업을 재개했지만 시장은 이미 중국이 장악한 뒤였다. MP는 불과 2년 전까지 노천광에서 캐낸 정광을 중국으로 운송해 가공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6,54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 미국 정부, 중국과 무역 전쟁 후 최대 주주 돼경영 악화로 두 번째 파산을 목전에 뒀던 이 회사가 요즘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지난 6월 이 광산을 소유한 MP와 4억 달러(약 5,500억 원)어치 MP 우선주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며 구원자로 나섰기 때문이다. 일부 외신은 사실상 ‘국유화’에 가깝다고까지 지적했다.
목숨만 연장해 준 게 아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제품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 주겠다고까지 약속했다. 영구자석 원료인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NdPr)은 ㎏당 60달러 안팎이지만, 미국 정부는 시세의 약 2배 수준(㎏당 110달러)으로 최저 가격을 보장했다. 미국 정부와의 물밑 교감이 있었는지, 애플은 앞으로 이 회사의 영구자석을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이 계기가 됐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 4월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후 관세율이 100%가 넘을 때까지 서로 보복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벌이다, 5월 ‘제네바 협상’을 계기로 90일간 휴전에 들어갔다. 미국이 먼저 손을 들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로 자국 자동차 업체 등이 꼭 필요한 영구자석 등 부품을 조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자국 유일 희토류 광산 업체의 최대주주가 된 배경이다. 세계 희토류 생산의 90% 이상을 장악한 중국에서 사들이거나 가공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 희토류, 첨단 산업에 필수지만 중국이 90% 장악희토류(稀土類)는 글자 그대로 땅에서 극소량 산출되는 화학물질이다. 원자 번호 57번부터 71번까지의 15개 원소에 스칸듐(Sc)과 이트륨(Y)을 더한 총 17개 원소를 가리킨다. 희토류로 만든 자석은 변속기, 연료 펌프, 조향 센서는 물론, 전기차 구동 모터, 풍력발전기, 스텔스 전투기 유도 장치 등 첨단 산업 전반에 필수 소재로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희토류 광산에 투자를 시작한 건 1기 행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7년 호주 희토류 업체 라이너스(Lynas)의 가공시설 건설 사업에도 300억 원 넘는 대규모 재정을 투입했다. 그때도 중국의 압도적 점유율에 균열을 내 보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금융 및 투자 분석 회사 MST 파이낸셜 서비스가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외 희토류 공급망’은 여전히 미미하다. 라이너스와 MP, 호주전략광물(ASM), 일본 신에츠 등이 ①채굴 ②분리 ③금속화 ④자석제조 등 각 단계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지만, 이들 4곳의 점유율을 합산해도 중국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MP 인수를 통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시도는 성공할까. 미국 정부와 함께 애플과 제너럴모터스(GM) 등 민간기업까지 대규모 투자에 동참하며 초기비용을 대주고 있지만, MP가 중국에 맞설 미국의 탄탄한 ‘방패’가 되려면 통상 약 20년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광물마다 고유한 광물학적, 화학적 특성이 있어 맞춤형 처리 기술을 개발해야 하고, 무엇보다 산업구축에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로위나 스미스 ASM 전무이사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 탐사부터 생산까지 전체 광산 개발 프로젝트에는 평균적으로 약 18년이 소요된다는 게 업계의 통념”이라며 “ASM이나 MP 같은 기업들은 단지 기업 한 곳 아닌, 산업 자체를 새롭게 구축하는 과정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는 2000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일루카 리소시스와 ASM 등 자국 내 희토류 기업을 적극 지원해왔고 현재 중국 외 공급망 상위 5개 기업 중 이들 2곳이 호주 기업이다.
일찍이 마운틴패스 광산의 경제성에 관해 연구한 스티븐 B 캐스터 네바다대 지질경제학 명예교수(전 네바다광산 지질국장)는 2008년 학술지 ‘리소스 지올로지’ 제58권 제4호에 ‘북미의 희토류 광상(鑛床)’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북미 내 새로운 경제적 희토류 매장지는 거의 없고, 이미 알려진 (마운틴패스) 광산 외에는 개발 가능성이 낮다”며 “희토류는 정제 및 분리 공정의 기술 장벽이 매우 높아 단순한 자원 보유만으로는 산업 기반을 갖추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쥔 ‘중희토류’보다 비교적 흔하고 공급 과잉상태인 경희토류가 많이 묻혀있는 것으로 알려진 점도 한계다. 전기차나 풍력터빈에 쓰이는 영구자석에 필요한 경희토류는 수요가 높아 대량생산하는 반면, 고성능 자석 제조에 필수인 중희토류는 수요는 적지만 단가가 높다.
환경규제도 미국에서 넘기 어려운 장벽이다. 25년 전 이 광산의 폐수처리 문제를 지적한 비영리 환경단체 그레이트베이슨 자원감시(GBRW)는 MP의 폐수처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존 하더 GBRW 집행부 이사는 24일과 30일 전화 인터뷰에서 “과거 증발지에서 유출된 오염물질은 여전하고, 고농도의 납과 방사능이 지하수층(aquifer)에 스며들고 있다. 궁극적으로 주민들이 음용하거나 사용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한국일보는 MP에 폐수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중국에 아웃소싱하던 희토류 개발 과정을 언제부터 자체 처리하는지 등을 여러 차례 문의했으나 MP 측은 답변하지 않았다.
마운틴패스는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하지만 지리적 특성상 폐수로 인한 피해는 광산 인근 네바다주 프림(Primm)과 장(Jean) 지역 주민들이 입게 된다는 게 GBRW의 설명이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일하는 빅터는 “폐수가 흘러가는 쪽에는 사람들이 별로 살지 않는다”며 “나는 네바다·애리조나·캘리포니아 3개 주가 만나는 경계에 살고 있는데 캘리포니아 물을 마신다”고 답했다.
▲ 국가 안보 위해 일단 추진이처럼 넘어야 할 산이 많지만 미국이 자국 내 유일한 희토류 광산에 투자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건 공급망 구축이 국가안보를 위한 필수 전략이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지난 4월 15일 무역확장법 232조에 근거해 핵심 광물 및 파생 제품에 대한 긴급 조치를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의 핵심 광물과 그 파생 제품에 대한 과도한 의존이 미국의 방위 역량, 인프라 개발, 기술 혁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며 “희토류 원소를 포함한 중요한 광물은 국가 안보와 경제적 회복력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로런 스터치버리 라이너스 대변인은 본보에 “(중국 중심의) 시장상황은 단일 공급망이 지닌 위험성을 다시 상기시키고 있다”며 “중국 외 지역에서 희토류와 같은 핵심 원재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급원을 마련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 덕분일까. 여러 우려에도 1년 전 최저 10.02달러 수준이던 MP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기준 60.85달러까지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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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틴패스= 박지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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