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시소(seesaw)놀이라도 하는 건가. 푸틴과의 대화에 대만족이다. 이렇게 말한 지 며칠이 못돼 푸틴과의 대화는 실망스럽다고 한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을 중단했다. 그러다가 다시 공급하겠다고 한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전과 같이 하면 된다. 우리의 전사들이 하던 방식 그대로 승리를 위해 계속 공격, 또 공격하는 것이다.’
나토(NATO)동맹에 대해 항상 마뜩하지 않은 소리만 해왔다 그러면서 푸틴에게는 찬사로 일관해왔다. 45대에 이어 47대 미국 대통령이 된 트럼프가 일관되게 보여 온 행태다.
그의 백악관 재입성은 푸틴에게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였다. 3년 전쟁에 전상자가 100만이 넘는다. 경제는 말이 아니다. 그런 정황에 트럼프가 등장한 것이다.
푸틴과의 남다른 브로맨스를 과시한다. 그러면서 예상대로(더 적절히 표현하면 우려해 온 대로) 러시아에게는 아주 관대한 반면 우크라이나에게는 극히 굴욕적인 휴전중재안을 제시해왔다. 지난 수개월간 트럼프가 보여 온 행보다.
그러나 푸틴은 번번이 퇴짜를 놨다. ‘도대체 무슨 이유에서…’ 의문을 품은 채 트럼프는 되어져가는 상황을 지켜보아 왔다.
“푸틴은 완전히 미쳐버렸다”(absolutely CRAZY) 급기야 트럼프의 입에서 비명이 나왔다. 자신이 추진해온 휴전중재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만 강화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한 것. 그 때가 5월 하순으로 이후 양국 관계는 동결됐다.
그리고 지난주, 더 정확히 7월 8일, 트럼프의 입에서는 더 거친 말이 쏟아져 나왔다. 비속어를 사용하면서 “푸틴은 우리한테 헛소리를 퍼부었다”며 공개적으로 맹공을 퍼부은 것이다
이보다 5일 전 트럼프는 푸틴과의 통화 뒤 심한 불쾌감을 보였다. 그리고 7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을 선언했다. 그리고 바로 푸틴에 대한 맹공이 다시 이어진 것이다.
트럼프는 그러면 취임 이후 내내 보여 왔던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한 회의적 태도를 뒤집은 것인가. 아니면 언제나 그랬던 것같이 한 두주면 입장이 또 달라지는 식의 변덕을 부린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
‘트럼프 특유의 변덕에 불과하다.’ 러시아에서 쏟아지는 비판으로 앞에 소개된 인용문은 푸틴의 심복이자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트럼프의 푸틴 비하 발언에 대해 보인 조롱조의 반응이다.
또 한 차례의 변덕에 지나지 않는가, 아니면 우크라이나 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 신호인가, 이 질문에 앞서 더 궁금한 것이 있다. 트럼프의 적극적 헌신(?)으로 체면유지는 물론이고 사실상 승리자로 3년 전쟁을 휴전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마다하고 푸틴은 왜 전쟁만 고집하고 있는 가하는 것이다.
‘그 우선의 이유는 이데올로기에서 찾아 진다.’ 미 의회전문지 더 힐의 진단이다. 과거 소련제국의 영토를 모두 회복해야한다. 제국주의적 영토팽창정책이 푸틴 체제의 이데올로기로 우크라이나 침공은 어쩌면 그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최근 성명에서도 그 같은 제국주의적 팽창주의 이데올로기는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나토가 발트국가에서 철수하지 않는 한 결코 멈출 수 없다고 선언한 것이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 발트 3국은 나토회원국이다. 이 말은 이 중 한 나라라도 공격을 받는다는 것은 나토 전체가 공격을 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개의치 않는다는 거다. 이는 다름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다음의 공격목표는 발트 3국이 될 수 있다는 거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되면서 푸틴체제는 더욱 더 경직된 이 팽창주의 이데올로기에 스스로 포로가 되어가고 있다고 할까.
이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어떤 휴전중재안도 받아드릴 수 없다. 거기에다가 미국주도 협상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체면문제다.
특히 중국, 이란, 북한 같은 CRINKs의 일원, 더 나가 ‘글로벌 머조리티’(global majority-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비백인계 국가들)에게 크게 위신이 깎이게 된다. 그 같이 턱없는 오만이 휴전을 막고 있다는 게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이다.
푸틴과의 브로맨스(사실은 일방적 짝사랑)가 식어가면서 트럼프는 푸틴 러시아 체제의 민낯을 정확히 보게 됐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 더 나가 푸틴에 대한 입장과 정책에 대전환에 가까운 변화는 불가피 할 것이라는 게 월 스트리트 저널, CNN 등 미 주류언론들과 유럽 나토회원국들의 하나같은 전망이다.
이와 함께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트럼프가 곧 투하할지도 모를 ‘제 2의 벙커 버스터’다. 그 벙커 버스터는 물리적 초강력 폭탄이 아니다. 경제적 초강력 폭탄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러시아산 원유, 우라늄 등을 수입한 나라에 500% 관세를 부과하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의 러시아 추가제재안이 예상되는 그 첫 번째 ‘제 2의 벙커 버스터’다. 두 번째는 서방은행에 예치된 3000억 달러 러시아 자금의 몰수다.
이 ‘제2의 벙커 버스터’는 언제 투하될까. 7월이 가기 전에, 아니면 8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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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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