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각가 프레이저 1965년 작품 일부 논란
▶ 백인우월주의 조직 KKK 단원 새겨져…미 육사 “역사의 비극과 승리 모두 기록”
미국 뉴욕주(州)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청동 부조 작품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한 귀퉁이에 돋을새김된 ‘쿠 클럭스 클랜(Ku Klux Klan)’ 표현 때문이다. 백인 우월주의 조직 KKK단의 상징과도 같은 두건과 가운을 입은 작품 속 한 부분(위 사진)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워싱턴포스트(WP), CNN 등에 따르면 미 의회명칭위원회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공개한 15쪽짜리 보고서에서 육사에 있는 KKK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
1965년 완성된 이 작품은 미 육사 과학센터인 바틀렛홀 입구에 있다고 한다. 1966년 76세로 세상을 떠난 조각가 로라 가딘 프레이저의 ‘하나의 나라, 신의 가호 아래, 나뉘지 않는’이라는 작품이다. 각각 가로 4피트(1피트는 약 30㎝), 세로 11피트로 된 세 개의 판에는 1492년 신대륙을 향해 항해한 산타마리아호, 1776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식민지 시절 미국의 독립혁명가,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에서 싸운 군인 등이 조각됐다.
사달은 작품 2번째 판 아래편에 문제의 KKK 인물이 부조된 게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미 육사는 1일 WP에 보낸 성명에서 “작가는 당시 주요 (역사적) 장면을 상징할 수 있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묘사하는 예술 작품을 창조해 우리 역사의 비극과 승리를 모두 기록하기를 원했다”라고 설명했다. KKK를 미국 내 비극적인 역사의 한 상징으로 묘사한 것이지 이를 추모하거나 미화하려 한 것은 아니었다는 의미다.
남북전쟁 직후인 1865년 남부연합군(남군) 장군 출신이 만든 KKK는 미국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흑인을 폭행하고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20세기 들어와 힘을 잃었지만 한때 단원이 800만 명에 이르렀다는 자료도 있다.
명칭위원회는 “KKK와 남부연합은 분명히 연결돼 있다”면서도 이 작품 자체가 남부연합 기념물은 아니기 때문에 자신들이 이를 없애버리라고 권고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WP는 “미 육사는 프레이저의 작품 안내서에서 ‘KKK가 인종 분리를 공고히 하고 남부지역에서 백인우월주의의 독단을 퍼뜨리기 위해 혹인들을 폭행하고 다른 방법으로 공포에 떨게 했다’는 역사를 언급했다”며 “프레이저는 자신의 (KKK) 묘사가 기념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라고 전했다. 프레이저는 ‘KKK-마스크와 가운 뒤에 범죄 활동을 숨긴 백인들의 조직’이라고 썼다고 한다. 육사 내 작품도 미국의 부끄러운 역사 중 한 대목으로 남겨둘 가능성이 커 보인다.
미국에선 2020년 5월 백인 경찰에 의해 살해된 흑인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이어지면서 남군 기념물에 대한 분노가 증폭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도 불구하고 민주ㆍ공화 양당 의원의 압도적 지지로 명칭위원회 설치를 규정한 국방수권법을 지난해 1월 통과시켰다.
명칭위원회는 과거 노예제를 옹호했던 남군 장군 이름을 딴 군사 자산을 확인하고 명칭 변경을 권고해왔다. 지금까지 모두 9개의 육군 기지 명칭을 바꾸라는 권고안을 냈고 이번 달 말 최종 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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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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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1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역사는 하나의 기록이다. 어떻게 역사를 바꾸고 지울수 있는가????? 하나의 "Populism"에 지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