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을 바라보는 마음은 염려와 미안함이 겹쳐진다. 현재 고국이 처해있는 상황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 어려운 시기에 함께 있지 못하는 미안함, 그러면서도 모국의 형제자매들의 안전과 평화통일에 대한 염원, 그리고 우리의 후손들이 이 미국의 땅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우뚝 서기를 원하는 마음으로 고향을 바라본다.
북한이 경제봉쇄 하에서 핵과 무력으로 백성들을 단합시킬 수밖에 없는 실정을 이해하지만, 미국과 핵 대치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북한과 미국의 손에 맡기기에는 자주적인 결정을 못한다는 불안감이 있다. 자주국방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이를 능동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는 대한민국의 행정부의 고뇌가 전해지는 것 같다.
북한에게 적이 누구냐고 하면 미국이고, 미국이 남한의 통일을 방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한민국의 적이 누구일까? 대한민국의 국방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했던 것에서 ‘대한민국의 영토와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위협하는 모든 세력은 적’으로 규정하여 북한이 적이라는 표현을 삭제하였고, 주적이란 개념도 일소했다. 북측에서 주적론을 그대로 두고서는 진정한 민족공조가 이루어질 수 없고 오히려 민족 내부에 반목과 대결만을 조장할 뿐이라며 남측에 주적론 폐지를 주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본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적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정전협정국이며 주둔군에 대한 대외적, 외교적 비난용이고, 전략은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6.25가 그랬고, 124군부대가 그랬고, 서해상 포격, 땅굴들이 그랬다. 그리고 지금도 주력군을 휴전선에 배치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남쪽이 북을 동족이라는 너그러운 마음으로 가슴을 열고 도움을 주었지만 북은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이 보는 남은 자신들이 해방시켜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3대의 왕조를 통해 70여년간 교육받아왔기 때문이다. 남쪽이 휴전선 경계지역을 완화하고, 군복무를 축소하고, 부대를 축소 재편성하며 북쪽의 봄을 기대할지 모르지만 이는 현대판 송양지인(宋襄之仁)으로 해석되어진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남과 북이 상호 적이 아니라면, 우리 민족의 적은 누구인가? 그 답은 홍익인간에서 나온다.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의 중심사상은 왕조나 독재정권들처럼 극소수의 지배계층 중심이 아닌 세상의 뭇사람들에게 득이 되게 하라는 것이다. 동학의 인내천에서도 그 맥을 찾을 수 있다. 백성을 위하지 아니하는 생각이나 제도는 백성들의 적이라는 것이다.
현재의 남북체제에서 볼 때 어떠한 체제가 우리 민족의 백성들에게 바람직한 것인가? 왕조 체제인가, 자유경제체제인가? 공산주의가 종언을 예견했던 자본주의는 후기 자본주의의 재분배 제도를 통하여 벽을 넘어 진행되고 있다. 독일의 통일과 베트남의 통일을 비교해보면 서독은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동독을 넘어섰고, 통일이 되었을 때에 동독인들의 인권도 감싸 안았다. 반대로 베트콩이 통일했을 때에 베트남의 거의 모든 성인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인권은 없었다.
남쪽은 모든 면에서 북쪽을 앞서고 있다. 단 두 가지, 군사력 특히 핵, 그리고 역사의식이다. 다행히 남쪽의 민족사학자들의 피나는 노력에 의해 이제 바른 역사가 쓰여지고 역사의식이 살아나고 있으며, 핵관련 군사력에 대한 것은 우리가 직접 핵을 갖고 있지 아니하더라도 국민의 총화와 외교력 향상을 통하여 대치할 수 있는 방도가 있으리라고 본다. 미국이 직접 개입하지 아니해도 북쪽의 무력을 능가하는 힘을 보여주어야 북측 왕조의 붕괴를 앞당길 수 있고, 북쪽 동포들에게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분단의 긴 터널을 지나게 하는 것은 하늘의 계획이 있었는가? 우리 민족에게 홍익인간의 그 본질을 재발견하고 이를 실천하여 민족의 통일을 이루어가며 인류에 공헌하라는 기회를 주시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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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미헤리티지 소사이어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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