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맨하탄의 CRS에서 펼쳐진 ‘경계 없는 음악회:무궁화(큐레이터 가민)’에서 가야금을 연주한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칼리지(101 Walnut Ln, Princeton, NJ) 강상미 교수를 만나 미국에서의 국악 연주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강 교수는 서울대학에서 학사와 석사, 플로리다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재직 중인 웨스트민스터 콰이어 칼리지는?
보이스 퍼포먼스와 음악교육, 교회음악, 작곡이론, 지휘, 피아노 등의 전공이 있지만 모든 학생이 콰이어(합창단)멤버가 되는 인상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학교 내 여러 콰이어 중 Westminster Symphonic Choir는 매년 뉴욕필하모니 및 필라델피아 필하모니와 정기연주를 하고, 2014년에는 Westminster Williamson Voice 레코딩이 최고의 합창 퍼포먼스로 그래미상을 받기도 했다. 나는 이곳에서 음악교수법과 음악교육심리학, 음악교육평가 등의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어려서부터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지만, 국악을 전공하신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의 영향으로 학부에서는 국악과 가야금을 전공했다. 하지만 동서양을 아우르는 폭넓은 음악을 공부하고 싶어 석사와 박사학위는 음악교육으로 받았다. 그래서 직접 가야금을 가르치지는 않지만 가야금, 장구, 판소리 등을 강의 중 예시로 사용한다. 나의 국악적 배경은 미국 내 다문화 음악교육의 사조를 강의할 때 아주 효과적인 도구가 된다.
■음악교육에 있어 동서양의 차이점은?
동서양 음악교육의 공통점은 균형 잡힌 인간상이 되기 위해 음악이 중요하다고 믿는 믿음인 것 같다. 학업성취도에 관심이 많은 부모들은 한국부모든 미국부모든 대체로 아이들이 음악을 배우는 것을 중요시한다. 차이점은 ‘즐김’이다. 동양 학생들은 테크닉은 뛰어난데 즐기는 감성과 여유로움이 조금 부족하다. 반면에 미국학생들은 테크닉은 좀 부족하지만 여유 있게 즐기는 감성이 잘 드러난다.
■미국에서 한국 전통 악기를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진로 전망과 비전은?
미국대학에는 아직 한국음악과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 악기를 공부한 학생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음악의 색깔을 담아낼 수 있다. 민족음악학에서 한국음악을 주제로 공부할 수 있고, 나처럼 음악교육 분야에서 한국음악을 도구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작곡, 즉흥연주, 컴퓨터음악, 음악사, 음악이론 등에서도 국악 지식과 실기능력을 이용할 수 있다. 미국에서 학위를 받으면서 느낀 점은 주변 동료들이 내가 한국음악을 연주하는 것을 당연하게 기대하고 있더라는 점이다. 어떤 분야의 음악공부를 하든 한국인으로서 한국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 되고, 한국문화를 널리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곧 방학이다.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긴 여름 방학은 음악을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자신이 다루는 악기가 있으면 그 악기에 대한 지식, 테크닉, 레파토어를 수직적으로 깊게 파보라. 더불어 전 세계에는 다양한 음악 스타일이 공존한다. 이러한 다양한 음악 문화를 수평적으로 폭넓게 경험해 볼 것을 권한다. 다양한 음악회에 참석하고, 음악 캠프에 가고, YouTube 등에서 자신의 듣기 리스트를 확장시켜가는 것도 좋다. 그 다양한 장르 속에 “국악” 도 잊지 말자. 서구음악에 익숙한 우리들 귀에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우리 민족의 생각과 역사가 투영된,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독특한 소리가 바로 국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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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국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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