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하는 가족·친구를 잃은 슬픔에 장례비까지 막막하다면…
▶ 유가족·지인들 기금모금, 고우펀드미·유케어링 등, 사이트 활용 크게 늘어
프롬 행사 중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빈슨 피어스 교장(가운데). 지난달 그가 35살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친구들은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그의 장례비용을 모금했다. [Penny Hamilton]
장례기금을 모으기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인기다. 지난달 개설된 한 사이트. 내용은 실제 모금을 위한 것이 아니라 사이트 홍보용 샘플이다.
지난달 27일 새벽, 텍사스의 작은 마을 코만치에 살던 빈스 피어스가 잠자던 중 사망했다. 심장마비였다. 마을 고등학교 교장이던 그의 나이는 불과 35살.
아내와 세 자녀를 뒤로 한 채였다.
온 마을 사람들이 매년 바비큐 잔치를 하고 앤틱 자동차와 트랙터 페스티벌을 여는 이곳에서 그의 사망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코만치 교육구의 개리 스피글 교육감은 피어스의 사망 소식을 들은 후 바로 모금운동에 나섰다. 생명보험도 없이 남편을 잃은 피어스의 아내에게 장례비용이라도 마련해 주기 위해서였다.
“여기는 아주 작은 시골 커뮤니티입니다.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나서서 돕고 싶어했습니다.”
스피글이 페이스북에서 펼친 고우펀드미(GoFundMe) 캠페인은 1,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공유했고, 지역 방송에도 소개되었다. 결과적으로 276명이 참여해서 2만5,000달러가 넘는 돈이 마련되었다. 상당한 액수이다.
“이제 유가족들이 장례 경비 걱정은 안 해도 되게 되었어요. 가족들로서는 한숨 돌린 것이지요.”
크라우드펀딩은 오늘날 거의 모든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비디오게임 제작, 영화 제작, 월트디즈니 여행 그리고 천문학적 의료비 정산 등 거의 모든 일에 크라우드펀딩을 이용할 수가 있다.
근년에는 사랑하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사람들이 장례 치를 비상기금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중 하나인 고우펀드미에 따르면 2017년 설립되었던 기금모금 중 13%는 장례식 등 추모 관련 모금으로 이는 현재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범주 중 하나이다. 지난 2015년 장례 및 추모 정보위원회 보고서에 나타난 내용도 같다. 20~39세 연령층의 17%는 장례식 관련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지난 4월, 고우펀드미는 또 다른 인기 자선기금 모금 사이트인 유케어링(YouCaring.com)을 인수했다. 유가족들을 돕는 모금 사이트이다.
“어디 손 벌릴 데가 없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친구가 되는 것이지요.”
고우펀드미의 랍 솔로몬 CEO는 말한다.
장례 크라우드펀딩이 널리 이용되다 보니 정직하지 못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장의사 디렉터들 중에는 기금모금이 실패하는 경우 혹은 허위로 기금을 모으거나 모은 돈을 엉뚱한 데 쓰는 경우에 대비해 유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서류에 서명을 하도록 하기도 한다.
한편 크라우드펀딩이 장례비용을 치르는 최선의 방책인가 하는 데 대한 비판도 없지 않다.
장례 소비자 연맹의 조수아 슬로컴 대표는 크라우드펀딩이 장례비용을 높일 가능성을 우려한다. 모아진 기금에 맞추어 장의사들이 가격을 올려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들이 죽음에 대한 대비를 너무 안할 가능성도 우려한다. 죽고 나면 가족이나 친구들이 기금모금을 통해 돈을 모아줄 테니 하는 생각에 너무 안심한다는 것이다.
“과거 세차하고 과자 구워 팔고하며 모금하던 것의 현대판인 셈입니다.”
위기의 때에 사랑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십시일반 힘을 보탠다. 스피글 교육감은 고우펀드미 모금운동이 있었든 없었든 코만치 주민들은 유가족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장의협회에 따르면 전통적 장례와 화장 비용은 평균 6,260달러이다. 장례와 매장 비용은 1만달러 정도 된다.
오늘날 달라진 상황은 소셜미디어 덕분에 기금모금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었다는 것이다. 그 말은 모금이 성공하려면 -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널리 공유되는 경우 - 기부자들을 끌어들일 만큼 대단히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모금운동이 온라인에서 뜨려면 어떤 각도에서 추진할 것인지를 고우펀드미의 스탭들은 장례 주최자들에게 코치를 한다고 솔로먼 CEO는 말한다.
“사진이 1,000마디 말의 효과가 있다면, 동영상은 그 열배의 효과가 있습니다.”
유가족들은 유가족들대로 기자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댓글 달린 소셜미디어 페이지들을 그때그때 깔끔하게 정돈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 미디어가 모금에 중요하다”고 솔로몬은 말한다. 가까운 지역에서 먼저 반향이 일어나지 않으면 먼 지역으로 퍼져나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사실 많은 모금운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 전국 장의사협회의 브라이언트 하이타우어 이사에 의하면 장례 모금운동의 1/3 정도는 목표액을 채우는 데 실패했다.
크라우드펀딩으로 모금 후 태도를 바꾸는 소비자들도 있다. 인디애나 라파예트의 장의사인 조나단 피셔는 고객들이 온라인 모금을 한 후 장례비용을 내지 않는 경우들을 접했다. 이후 그는 자체 크라우드펀딩 사이트(FundTheFuneral.com)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 가족은 장례비용으로 충분할만한 돈을 모은 후 실제로 돈까지 보여주더니 자취를 감춰버렸다. 또 한번은 아기를 잃은 부부가 장례비용 모금을 했다. 그가 무료로 아기 장례식을 치러 주었는데도 말이다.
고우펀드미에서 가짜 모금이 거의 없다고 솔로몬 CEO는 말한다. 그런 일이 일어날 경우 회사 차원에서 사법기관에 연락할 것이라는 것이다.
인디애나, 웨스트포인트에서 건설회사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하는 킵 자스는 크라우드펀딩의 덕을 보았다. 지난 1월 딸이 죽었을 때 2,615달러의 성금을 받은 것에 그는 감사한다. 당시 그는 펀드더퓨너럴의 피셔와 함께 크라우드펀딩을 했었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든 해낼 수는 있었겠지요, 하지만 커뮤니티의 도움의 손길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에게 성금을 보낸 사람들 중에는 모르는 사람들, 익명의 사람들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사람은 이런 메모를 보냈다. “우리는 당신이 모르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실의 시간을 맞았을 때도 누군가 우리를 도와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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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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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세... 넘 일찍 세상을 떠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