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 조리사 대신 할머니들 채용, 집안 대대로 내려온 조리법 소개
▶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의 집밥 음식점 인기

에노테카 마리아의 이탈리안 요리 담당인 아델리나 오라조. 이 식당에서는 전문 요리사 대신 할머니들이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조리법으로 조리를 한다. [Stephen Speranza - 뉴욕타임스]

에노테카 마리아의 주인인 조우 스카라벨라. 그는 할머니, 어머니, 누이 등 여자 가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후 뭔가 훈훈하게 위로가 되는 것을 재창조하고 싶었다. 그것이 할머니들의 집밥이다.

일본 요리 담당인 유미 코마추다이라는 폴란드 요리를 배우러 왔다가 일본 요리 조리사로 일하게 되었다.
뉴욕, 스테이튼 아일랜드에는 특이한 식당이 있다. 이탈리안 식당인데 어느 날 들어서면 양파와 마늘 냄새를 살짝 가린 폰주 소스와 간장 냄새가 난다. 소스의 정체는 바로 그날 주방을 차지한 일본 여성이 교자와 새우만두 스프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만두가 정말 맛있다!”고 7명이 둘러앉은 한 테이블의 손님은 놀란 듯, 말한다. 하지만, 다음날 저녁이면 그 만두는 식당에 없을 것이다.
하이야트 스트릿의 ‘이탈리안’ 식당인 에노테카 마리아에서는 매일 메뉴의 절반이 바뀐다. 고정적으로 나오는 메뉴는 이탈리아 요리이고, 나머지 절반은 전 세계 각지의 음식이 돌아가면서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 메뉴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전문 요리사들이 아니라 평범한 할머니들이다.
매일 밤, 여러 다른 나라 출신의 ‘논나’(이탈리아어로 할머니)가 자기 나라 전통음식을 중심으로 새로운 메뉴를 짠다. 금요일은 스리랑카, 목요일은 필리핀, 화요일은 아르메니아 요리들이다. 바에서 식사를 하던 한 남성은 다음 일요일 메뉴를 물어본다. 그날은 러시아 요리가 나오는 날이다.
매리 맥라플린이라는 60대 후반 여성은 대구와 교자를 먹었고, 그 옆에 앉은 남성은 라자냐를 시켰다. 맥라플린은 이 식당에서 식사하기 위해 롱아일랜드의 플로랄 팍으로부터 32마일을 운전해왔다. 진짜 집밥을 아는 셰프들이 주방을 돌아가면서 관장하는 아이디어가 좋다는 것이다. 식당 음식 같지 않고 집에서 먹는 음식 같다고 한다.
역시 롱아일랜드에서 온 다른 여성은 토끼고기 요리와 교자를 시켰고, 그의 딸은 라비올리를 주문했다.
60대 초반의 식당 주인인 조우 스카라벨라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다. 예약 시간에 좀 늦었는데 예약이 취소되지 않았는지 묻는 전화도 오고, 멀리 영국에서 예약하는 전화도 온다.
에노테카 마리아는 행복한 우연의 산물이다. 브루클린에 살던 스카라벨라는 지난 2006년 순전히 기분에 끌려 스테이튼 아일랜드로 이사했다. 그 동네 부동산을 둘러보다가 언덕 위에 있는 집이 동화책 속의 집 같아서 그대로 빠져들었다. 1세기 된 네덜란드 식민지 양식 주택이었다.
그날 그는 충동적으로 집을 샀다. 그리고 곧 이사를 한 후 어느 날 하이야트 스트릿 도로변에 있는 점포 하나가 눈에 띄었다. 그것이 지금 에노테카 마리아가 들어선 자리이다.
그 즈음, 스카라벨라는 막 어머니를 잃었다. 그의 누이와 할머니도 세상을 떠났다.
“내 삶의 모계 가족들을 모두 잃어버리고 나니 뭔가를 재창조하고 싶었습니다. 말하자면 주방에서 요리하는 할머니입니다.”
그에게는 비즈니스 계획안도 식당 운영 경험도 없었다.
“그냥 나 자신을 위로하려던 것이었지요.”
그는 어머니의 이름을 따서 식당 이름을 지었다. 당시 그는 메트로폴리탄 교통국에서 10년 이상 근무하던 중이었다. 식당을 개업했을 때, 그가 고용한 모든 ‘논나’들은 이탈리안이었다. 그리고 2015년 7월 그는 처음으로 이탈리안이 아닌 조리사를 영입했다. 파키스탄 출신이었다.
세상에는 전문적으로 훈련 받은 셰프들이 많이 있지만 이들 할머니는 뭔가 다른 것을 내어놓는다고 스카라벨라는 말한다. 조리를 하면서 정말로 자신을 표현한다는 것이다. 할머니들 대부분은 대대로 내려온 가족 조리법에 의존한다.
“모두가 이탈리안 논나들이던 초기에는 약간의 질투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누가 라자냐를 제일 잘 만드는가, 아니면 누가 제일 맛있는 소스를 만드는가 같은 것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갈등이 거의 없다. 조리사들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주방 배치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매일 밤 조리사가 바뀌고 그에 맞는 보조 조리사가 배치되며 2인 1조의 팀을 이룬다.
예를 들어 새우 교자 스프를 만드는 일본인 조리사 유미 코마추다이라의 보조 조리사는 시베리아 사람이다. 코마추다이라는 할머니는 아니지만 예외적으로 채용되었다.
“할머니들이 이제 서로 질투할 일이 없어요. 서로 다른 지역 출신들로 서로 다른 일들을 하니까요.”
서로 다른 배경의 조리사들을 팀으로 묶으니 할머니들은 서로 조리 요령을 주고받고, 문화와 이야기들 그리고 조리법들을 교환한다고 그는 말한다.
코마추다이라는 처음 폴란드 음식을 배우기 위해 에노테카 마리아를 방문했다. 이 식당에서는 누구나 등록을 하면 1 대 1 요리 강습을 받을 수가 있다. 여성들만을 대상으로 가르치고 배우는 이 요리 강습들은 몇 달씩 예약이 밀려있다. 요리강습을 마친 코마추다이라에게 스카라벨라는 일본 요리를 해보라고 초청했다.
자신이 요리하는 것과 음식 좋아하는 것을 스카라벨라가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다고 그는 말한다.
도쿄 외곽 사이타마에서 온 그는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배웠고 집에서는 아들에게 요리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주방에서 그리고 식탁 주변에서 만드는 추억의 중요성을 그는 강조한다.
“집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그 사람을 만들어 낸다”고 그는 말한다.
위층에서 그가 일본 요리를 만들고 있을 때, 아래층에서는 아델리나 오라조 할머니가 이탈리아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 출신인 그는 25년 전 브루클린으로 이주했다.
그는 어린 시절 대단히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집안 바닥에 타일을 깔 수 없어서 삼촌이 페인트로 타일 모양을 그렸을 정도라고 한다. 할머니의 요리는 그 가난에서 나온다. 양머리 요리를 만들고 닭의 간이나 심장, 내장 같이 보통 버리는 식재료들을 그는 스터핑에 쓴다.
“가난으로 만들어진 요리들이지요. 이런 조리법들을 가능한 한 단순하게 있는 그대로 보존하고 싶어요. 왜냐하면 이것들이야 말로 음식의 기원이니까요”라고 스카라벨라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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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New York Tiems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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