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라크 소수민족 소녀들 슬픈 운명
▶ 전체 인구 2% 야지디족들 이교도로 낙인, 10대 초 소녀들 납치… 몸도 마음도 피폐

3년간 IS의 성노예로 억류됐던 소하이라(16)가 이라크 샤리아 캠프의 삼촌 집에서 외신 기자들의 사진촬영에 응하고 있다. <알렉스 포터/뉴욕타임스>
올해 열여섯 살인 소하이라는 ‘환향녀’다. 이라크 소수민족인 야지디족 출신으로 지난 2014년 고향인 신자르 산악지역에서 이슬람국가(IS) 전투원들에게 붙잡혀 모술로 끌려간 그녀는 꼬박 3년간 성노예로 지내다가 2개월 전에 극적으로 탈출했다. 구사일생으로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고향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악몽 같았던 3년 세월은 10대 소녀인 소하이라에게 감당하기 힘든 후유증을 안겨주었다. 현재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그녀는 삼촌 집에서 거의 온종일 누워 지낸다. 간신히 숨만 쉬는 산송장이다. 의사표현은 하지만 입술만 달싹일 뿐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귀를 코앞에 바짝 붙여야 실낱처럼 가냘픈 소리를 잡아 낼 수 있다.
지난 7월 9일 탈출에 성공한 후 이라크 난민캠프에서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했을 당시만 해도 몸 상태가 이 지경은 아니었다.
소하이라는 공습으로 자신이 갇혀있던 건물이 무너지는 틈을 타서 목숨을 건 탈출을 시도했다. 함께 도망치던 또 한 명의 야지디 소녀는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에 깔려 숨졌다. 그녀의 ‘일곱번째 남편’ 역시 공습으로 사망했다.
온 힘을 다해 머리 위로 수북이 쌓인 잔해더미를 헤치고 밖으로 기어 나온 그녀는 필사적으로 이라크 검문소를 향해 내달렸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질주였다. 결국 그날 소하이라는 전장터에서 ‘해방’을 맞이했다.
뒤늦게 연락을 받고 임시 수용소로 달려온 어머니와 삼촌을 부둥켜안은 채 땅바닥을 구르며 울고 웃던 그녀는 가족상봉후 몇 시간 뒤 갑자기 의식을 잃었다.
수용소에서 그녀를 치료한 의사는 요로감염이 있다며 항생제를 처방해주었다. 영양실조 기미가 엿보이지만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소견도 덧붙였다. 그 어느 것도 소하이라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는 증상들이었다.
그 와중에서 소하이라는 삼촌인 타아로에게 자신이 겪었던 참담한 경험을 외신기자들에게 알려도 좋다고 동의했다.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명과 얼굴을 가린 사진을 게재해도 상관없다고 했다. IS의 만행을 그대로 덮어둘 수 없다는 당찬 결의를 보이긴 했으나 수치스런 3년을 바깥에 내보인다는 결정이 열여섯 소녀에게 쉬웠을 리 없다.
그녀의 운명이 물구나무를 선 시점은 2014년 8월 3일이었다. 모술을 점령한 후 2개월째 그곳에 머물던 IS 주력부대는 그날 산악지역에 위치한 야지디 족의 근거지인 신자르를 목표로 공세에 돌입했다.
협곡의 급경사면을 타고 기어오른 IS 전투원들에 의해 틸 콰사브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사로잡힐 당시 소하이라는 열세 살에 불과했다.
야지디족은 3,800만 명을 헤아리는 이라크 전체 인구의 2%에도 채 못 치는 소수민족이다. 그러나 IS는 야지디를 깨끗이 세탁해야 할 이단종교 세력으로 간주한다. 유일신 알라를 섬기는 무슬림과 달리 하나의 신과 일곱 천사를 숭배하는 야지디족의 종교를 다신교로 보기 때문이다.
이라크정부 집계에 따르면 IS에 의해 납치된 야지디 고산족은 소하이라를 비롯해 총 6,470명.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까지 3,410명에 달하는 피랍자의 생사와 행방이 파악되지 않고 있다.
IS는 일반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문화된 이슬람법을 근거로 이교도 포로들을 노예로 사용한다고 선포했고, 이 몹쓸 법에 따라 하루아침에 성노예로 전락한 소하이라는 3년의 억류생활 중 첫 2년간 총 일곱 명에게 연쇄 강간을 당했다. 그들은 상부로부터 그녀를 ‘분양’ 받은 IS 전사들이었다.
전세가 급박하게 돌아가자 소하이라의 마지막 남편은 그녀의 머리를 남자아이처럼 짧게 잘랐다. 피란민으로 가장해 그녀를 앞세워 이라크군의 포위망을 빠져나가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지난해 모술 탈환작전이 개시된 이후 2014년 소하이라와 함께 IS에게 붙잡혀 온 10대와 20대 여성들 중 180명 가량이 이라크군에 의해 해방됐다. 집으로 돌아온 이들의 상태는 참담했다. 일부는 공습으로 팔이나 다리가 잘려나갔고, 상당수는 각종 성병을 앓고 있었으며 대다수의 야지디 환향녀들이 자살충동에 시달렸다. 소하이라에 앞서 풀려난 몇몇 소녀들은 회복불가능한 심리적 상해로 고통 받고 있었다.
이제까지 총 1,000여 명의 강간피해자들을 치료했다는 야지디 산부인과 전문의 나그함 나와자트 하산 박사는 대부분 10대인 환자들의 90%가 심한 쇼크 상태였다고 전했다. 심신쇠약 증세를 보인 피해자들은 한동안 죽음처럼 깊은 잠 속에 갇혀 지냈다. 1주일 이상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녀는 삼촌의 집으로 들어간 지 1주 만에 잠에서 깨어났고 2주가 지나면서 주변 사물에 의지해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얼마 전 삼촌 타아로의 주선으로 가진 외신기자 회견에서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행복하지만 몸이 너무 아프다”고 밝혔다. 물론 목소리가 너무 작아 타아로가 중간에서 소하이라의 말을 전달해야 했다.
그러나 야지디 환향녀 가운데 가장 힘든 케이스는 억류생활 중 출산한 여성들이다. 이름을 공개하기 거부한 20세와 26세 자매는 그들의 억류자를 ‘남편’과 ‘순교자’라 불렀다. IS의 세뇌공작을 통해 저도 모르게 ‘의식화’된 것이다. 그들 각자에게는 전사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 명의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둘 모두 걸음마 단계인 아이들을 건사하려 들지 않았다. 두 자매는 얼마 전 자녀들을 국가의 수용기관에 넘긴다는 서류에 서명했다.
외신 기자들이 수용소를 다시 찾았을 때 그들은 기력을 잃은 채 임시 막사 안에서 자리보존을 하고 있었다. 몸은 구속에서 벗어났으나 수많은 야지디 환향녀들의 기억은 아직도 과거에 붙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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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뉴욕타임스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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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이슬람... 얼마나 평화스러운 종교입니까? 헐...
오바마와 힐러리가 시리아(와 리비아)를 저 꼴로 만들어 놓은 장본인 입니다요!!!
진짜 너무나 극악 무도한 업체이다
현대판 정신대 이다. 21세기 문명 세계에서 이러한 꼴을 본다는것은 너무너무 슬픈일이다. 입이큰 오바마가 말로만 말고, 행동으로 시리아에 개입했다면, 오늘날 지구상에 이러한 비극은 막을수 있었는데.